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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빠 어디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육아'를 전면부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사회가 기대하는 '아빠'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이라는 이름으로 집안일, 양육에 손끝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가는 설 자리를 잃는다. 아빠는 양육에 있어 엄마의 조력자가 아니다. '공동 양육자'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부모는 느낀다. 남자와 여자는 사회적 차이와 함께 생물학적 차이를 말이다. 때문에 엄마와 아빠의 양육법에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육아 베스트셀러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리처드 플레처 저, 글담출판사)는 세 살 전 아빠의 자극이 자녀의 두뇌를 바꾼다며 '아빠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아이들이 아빠 없이도 훌륭하게 자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빠가 적절한 역할을 하면 아이의 교육적인 성공 기회가 더 커진다는 점은 명확하다."
루안 브리젠딘 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와 같이 말했다. 최근 많은 뇌 연구에 따르면 엄마 혼자 아이를 키웠을 때보다 아빠가 적절한 역할을 했을 때 아이의 인성이나 행동도 건전하게 발달할 가능성이 높았다.
◆ 아빠 양육 참여 높을수록 지능지수 높아
책은 1958년 영국의 뉴캐슬 대학에서 진행된 조사를 토대로 아빠의 양육참여가 아이의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아빠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 개입했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지능 지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능력 역시 엄마보다 아빠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고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자녀에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아빠를 둔 아이의 언어 능력이 훨씬 발달했다.
◆ 아빠를 보고 배우는 사회성
사회성은 부모의 품을 떠나 좀더 넓고 다양한 관계 속으로 나아갈 때 필요한 힘이다.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는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에 발달한다. 이때 적절한 사회적 자극을 주어야 하는데 최적임자는 바로 아빠다.
보스턴대 코텔처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한 아이일수록 낯선 사람에게 맡겨졌을 때 불안감을 덜 보인다. 반면 아빠의 손길이 덜 탄 아이의 경우 활동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 이외의 사물에 대한 관심은 사회성의 기초다. 이 연구는 아빠와 접촉이 많은 아이일수록 낯선 상황에 더 잘 대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 아이를 아프게 하는 아빠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고스란히 부모의 모든 것을 배운다. 부모의 좋은 점, 나쁜 점 모두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불행히도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 역시 아이에게 우울증과 같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에서 1만2000여명의 초보 아빠들을 대상으로 아이가 태어난 후 두달 동안 우울증 징후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그중 300여명이 우울증 가능성을 보였다. 약 3년후 그들의 아이들이 우울증 가능성이 없는 아빠의 아이들에 비해 정서와 행동 문제를 보일 확률이 두배 높았다.
이와 같은 연구는 아빠 양육이 단순히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아빠는 자녀를 성장시킬 수 있고 아프게 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엄마도 아빠의 고유한 역할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참고 도서 :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키즈맘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