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어린이청소년공연예술축제인 아시테지 국제 여름축제. 서울 안에서 다채로운 국내외 공연들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과 방학 때 꼭 가봐야 하는 코스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올해 아시테지 여름축제는 7월 22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및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등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는 한국을 포함하여 덴마크, 영국, 벨기에, 러시아, 일본,스페인, 프랑스의 우수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10일, 대학로에서 막바지 공연 준비에 한창인 덴마크 연출가 토킬드 린드비예(Torkield Lindebjerg)와 의상 디자이너인 카밀라, 아시테지 한국본부의 김숙희 이사장을 만나봤다.
Kizmom 아시테지 여름축제가 벌써 22회를 맞이했다. 소감이 어떠신지?
김숙희 이사장 올해 축제가 내게는 3번째 축제이다. 원래 아시테지 축제는 한국 극단들이 외국 극단들과의 협업을 통해 많이 배우고 발전하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행사였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외국 공연에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다 보니 국내 극단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국내 극단 위주로 구성된 아시테지 겨울축제도 생겼다. 이제는 한국 공연도 국제 공연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Kizmom 공연을 진행하면서 보람있었던 적은?
김숙희 이사장 얼마 전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시테지 축제 홍보 포스터를 보더니 꼭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표를 구매해 갔다. 우리 축제가 구성이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 오기도 한다. 축제 동안 많은 관객들이 만족스러운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 나의 보람이다.
덴마크 공연 연출가 토킬드 린드비예는 이번에 한국 자유극단과 함께한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이라는 공연을 국내에서 초연한다.
Kizmom 간단한 작품 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토킬드 '안데르센과 나이팅게일'은 덴마크와 한국이 합작해 만든 공연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진 두 마리의 나이팅게일과 어린 황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마리의 나이팅게일 중 한 마리는 진짜 새지만 다른 한 마리는 기계로 만들어진 가짜 새다. 이 작품을 통해 자연적인 것과 비자연적인 것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으며, 현대인들이 자꾸 자연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공연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Kizmom 이 다음 작품의 내용도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 올지 궁금하다.
토킬드 이 다음 이야기는 동화는 아니다. 내가 직접 만든 이야기인데, 그림자와 함께 살아가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고 싶다.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명 등을 기술적으로 많이 사용해서 아주 현대적인 공연을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안데르센의 작품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내게 가장 의미있게 다가온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크리스찬 안데르센은 한 번도 아시아에 간 적은 없었기 때문에 아시아에 대한 꿈과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나 역시 한국에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동화 같고 즐겁게만 느껴진다.
Kizmom 공연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 같은 게 있는지?
토킬드 그냥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웃음). 우리가 스토리를 명확하게 만들었으니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 특별한 메뉴얼 같은 건 없다. 그저 무대와 함께 섞여서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고 공연을 즐기면 된다. 어린이 관객들의 눈높이와 맞추기 위해 공연에 등장하는 황제를 어린이로 설정했다. 자연을 상징하는 나이팅게일과 황제, 가짜 새가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에 밀려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살고 있지 않나.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카밀라 베스트 팁은 이거다. 공연을 머리로 분석하려고 하지 말고, 와서 그냥 현재를 즐기면 된다.
Kizmom 의상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카밀라 의상은 손수 수작업으로 만든다. 미싱기를 사용해서 천과 같은 재료들로 공연 컨셉에 맞춰 제작한다. 한복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 아름다운 옷이다.
Kizmom 두 분은 언제부터 함께 일하게 되었는지?
카밀라 5년 전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같이 일하다가 일하는 스타일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이후로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까지 함께 오게 되었다.
Kizmom 여러 나라와의 협업 경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가 혹시 있는지?
토킬드 함께한 모든 작품이 내게는 소중했다. 각각의 프로젝트가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했던 작품이 특별하다거나 흥미로웠다고 선택할 수가 없다. 아이슬란드, 사이프러스,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에서 일했다.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는 가까운 나라니까 의사소통도 잘되고 같이 일하는 감독과 소통이 잘 되어 편한 점은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쉬는 날도 거의 없는 것 같다.
Kizmom 연출가로서의 삶의 매력은 무엇인지?
토킬드 나는 길거리 배우로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이 좋아서 파리와 미국에 있는 마임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도 했고, 그렇게 계속 공연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연출가가 되어 있더라. 언제부턴가 직접 공연을 연출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나서 프리랜서 연출가의 삶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자기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돕고, 자기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일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한다. 연출가는 자신의 성장뿐만 아니라 배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힘을 모아 같은 꿈을 이룬다는 점이 멋지다고 느낀다.
Kizmom 세계 곳곳에서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이 혹시 있는지?
토킬드 일본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너무 정자세로 집중해서 보더라. 공연에 집중해 줘서 고마웠지만 불편해 보였다. 한국도 비슷하다.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덴마크를 비롯해 유럽 어린이들은 한국과 일본보다는 자유롭게 관람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정신없을 때도 있다. 이탈리아는 공연에 대한 전통이 오래되어 아이들도 편하게 관람한다. 어렸을 때부터 받아 온 교육과 문화의 차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Kizmom 솔직하게 답해 달라. 이번에 한국 자유극단과 협업하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토킬드 놀라웠다. 그들은 나의 아이디어를 모두 존중해 주었다. 그래서 딱히 갈등도 없었고 의견 충돌 없이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처럼 열정적인 토의가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내 의견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말을 하곤 했다. 나는 배우들에게 항상 스타일이나 테크닉보다도 솔직한 감정 표현에 충실하는 것에 중점을 두자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매우 열심히 일했다. 이제 그만 쉬어도 될 것 같은데 일하고 또 일하고(웃음). 다들 그렇겠지만 공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Kizmom이번 한국 공연에서 기대하거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토킬드 지금은 단지 공연을 완벽하게 끝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이 공연을 즐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키즈맘 노유진 기자 kizm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