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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결혼한 엄마들이 솔직히 밝힌 '결혼과 육아'

입력 2014-10-02 09:48:06 수정 2014-10-02 09: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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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국제결혼에 관대해지고 있다. 몇 년 사이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아기가 생기고 나니 그야말로 전쟁 시작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고 국제결혼을 선택한 다문화 엄마들의 좌충우돌 결혼·육아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 노유진
사진 : 민수해(아이레 스튜디오, www.theaire.co.kr)
메이크업 : 서수진
협찬 : 보데보(BOdeBO)www.bodebo.fr, 쁘띠엘린(www.petitelin.com), 닥터맘스(drmoms.co.kr), 모이몰른(moimoln.co.kr), 바비즈(www.babiz.co.kr), 캐스키드슨(www.cathkidstonkorea.co.kr), 스타일난다(www.stylenanda.com), 플랫아이언(flatiron.co.kr), 맥앤로건(magnlogan.com), 트렁키(www.trunki.com), 루시카토(www.lucycato.co.kr), 자연원(www.jyone.co.kr), 호수의나라수오미(www.suomi.co.kr),
씨엔타(cienta) by 토박스(www.cienta.kr), 지퍼락(www.scjohnson.co.kr)

1. 국제결혼 부부의 명절 보내기

Kizmom 한국 명절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벨라맘 특별한 건 없다. 친정 식구들과 같이 명절을 보내기 위해 남편과 친정을 찾는데 남편이 제사 음식이 다 똑같다고 지겨워하긴 하더라.

비첼맘 나도 남편과 함께 친정에 인사드리러 가는 편이다. 친정 부모님께서 외국에 계셔서 아이 생기기 전에는 명절 때 늘 해외여행을 다녔다.

루비맘 우리는 일반 휴일처럼 놀러간다. 그리고 친정은 추석 때는 안 간다(웃음). 부모님이 명절에 외국인 사위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시더라. 집이랑 친정이 가까워서 평소에 자주 가는 편이다.

제니아맘 우리도 루비네처럼 놀러가는 편이다.

루비맘 한국 며느리라면 명절에 시댁에 가서 음식 만들고 할 텐데 우린 여유롭다. 여행도 가고 집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기도 하고(웃음).

벨라맘 우린 윷놀이를 하다가 싸울 뻔했다. 남편이 윷을 살살 굴려서 ‘윷’이랑 ‘모’가 많이 나왔다. 살짝 친정 편을 들었더니 소심한 우리 남편 삐치더라. 사람들이 윷에 맞을까봐 살살 했는데 던지는 방식까지 법칙으로 정해져 있냐고 하면서. 그 이후로 윷놀이는 잘 안 한다.

Kizmom 흔히 ‘시월드’가 없어서 부럽다고들 말하는 데 정말인가?

일동 (입을 모아)시월드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2. 외국인 남편과의 결혼! 주변 반응은?

Kizmom 결혼 발표를 했을 때 양가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제니아맘 영어 학원을 운영했을 때 학원 강사로 남편을 고용했다가 만남이 시작됐다. 부모님도 내 성격을 아시기에 딱히 반대가 없으셨다.

벨라맘 나는 봉사 단체에서 만났다. 주변 사람들은 미국에 오래 있을 때도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말이 없더니 왜 한국에서 만났냐며 의아해 했다. 내 동생도 미국인과 국제결혼을 했는데 그때는 부모님께서 “그래, 해라 해라” 하시더라.

비첼맘 나는 동네에서 너무 자주 만나서 친해졌다. 남편 가족들은 좋아했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걱정부터 하시더라. 아직 우리나라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있으니까 남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많을 거라고 많이 걱정하셨다. 특히 혼혈아를 낳으면 애가 놀림을 많이 받을테니까 자식은 낳지 말라고까지 하셨다. 지인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 많이 속상했던 경험이 있다.

루비맘 나는 영어 학원에서 일할 때 남편을 만났고 연애를 오래해서 자연스럽게 결혼했다. 부모님께서도 “그래 가는구나, 너 성격에 그럴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

Kizmom 부모님들이 외국인 사위를 많이 챙기나보다. 그렇다면 국제결혼의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니아맘 남편이 뒤끝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말 쿨하다.

벨라맘 정말 그렇다. 그리고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대신 두 언어를 한번에 하려다보니 언어가 좀 느리더라.

비첼맘 나는 부모님으로부터의 완벽한 독립과 자유스러운 느낌이 좋은 것 같다.

루비맘 글쎄… 좋은 점 나쁜 점은 잘 모르겠다. 시댁과 거리가 있다는 점과 남편이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편하다.

Kizmom 외국인 남편과 한국에서 살면서 불편한 점은 어떤 점들이 있나?

벨라맘 한국보다는 까칠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꼭 짚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환불이 안 되는 경우라도 생기면 남편을 설득하기 정말 곤란하다. 게다가 정의감은 왜 이렇게 넘치는지. 주변에서 비명소리라도 들리면 꼭 신고해야 한다고 난리다.

제니아맘 그리고 관공서는 항상 내가 가야 해서 번거롭다.

일동 맞다 맞다.

제니아맘 얼마 전에 관공서에서 공무원이 “어우, 고객님 베트남 사람이시죠?”라고 하면서 나를 무시하더라. 아니, 자기 얼굴은 호나우지뉴처럼 생겼으면서 왜 나한테 난리야.(일동 박장대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벨라맘 게다가 외국인 등록증을 갱신해야 해서 예전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매년 방문해야 했다. 이사를 해도 주소 변경 신청을 따로 해야 하고, 주민등록 상에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남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할 때는 늘 혼인관계 증명서가 필요하다.

3.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Kizmom 아이가 생긴 후 남편이 달라진 점이 있는지? 아이가 생기면 한국 남편들도 많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제니아맘 배가 나왔다.(웃음) 아기가 생긴 후 육아를 분담하려는 점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강한 자존감을 드러내는 점이 달라진 것 같다.

비첼맘 딸이 항상 우선이 되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슬슬 걱정이 되는지 낙천적인 신랑이 요즘 잠이 안 온다더라. 아이가 원하는 일을 다 해주고 싶다고 경제적인 부분을 다 갖춰 놓고 싶다고 말한다.

루비맘 아기가 생기기 전에는 남편이 나의 감정 하나하나를 다 알아주더니 요즘은 그러질 못한다. 남편이 나와 루비 둘 다에게 집중해야 하니 내가 서운할 수 있겠다는 말도 하더라. 그리고 책임감도 많이 생겼다.

벨라맘 우리도 마찬가지다. 책임감이 늘었다. 주변의 잔소리를 무시하던 남편이 어느 순간 체중 조절을 하고 운동을 하더라. 더 나은 일자리와 미래의 삶의 터전 등등 많은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하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전에는 우리 부부만 행복하면 됐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어디에서 더 행복해할지 고민한다.

Kizmom 임신중 가장 기뻤던 순간과 서러웠던 순간을 꼽자면 언제인 것 같나.

루비맘 매 순간 기뻤다. 그런데 보통 한국 남자들은 임신한 아내가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바로 사다 주고 그러지 않나. 우리 남편은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하더라. 살찐다고 했을 땐 정말 폭발할 뻔했다.

제니아맘 나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본인 아기라고 감사해 할 때는 가장 기뻤지만 먹고 싶은 것을 꼭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정말 서럽더라.

비첼맘 나는 6년 만에 아이가 생겨서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가 제일 기뻤다.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것이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 그래서 임신 후로는 서러웠던 적이 없다.

벨라맘 나는 둘째 로렌을 출산할 때 가장 기뻤다. 첫째 출산이 너무 힘들어서 둘째는 제모, 관장, 회음부 절개 등이 없는 자연 출산을 하기로 했다. 네 가족이 된 것과 의료 행위 없이 순산했다는 사실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나 역시 산후조리 때는 서러웠다.

Kizmom 외국에는 산후조리라는 개념이 없지 않나. 정말 조리원에 관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벨라맘 남편 입장에서는 자신도 부인을 돌봐줄 수 있는데 왜 굳이 조리원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조리원에서 나오고 나서 왜 부인이 친정으로 가야 하는지, 산후조리 방식 등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태명이란 것도 모른다.

제니아맘 그러게 말이다. 우리 남편은 나보고 그런 걸 왜 짓냐고 하더라. 그리고 신생아실에 데려다 놓을 때도 직접 데려다 놓을 정도였다. 자기 자식이라고(웃음).

루비맘 우리 남편도 산모와 아이를 분리해놓는 일을 이해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산모의 몸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도 좋은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

제니아맘 우리 남편도 처음에는 정말 화냈다. 병원에서 내 자식을 아빠가 왜 못 만지게 하냐고 난리였다.

루비맘 우리 남편은 조리원 와서 맥주도 마셨다.

4.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엄마의 육아법은 어떨까?

Kizmom 남편분들도 가사와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지?

제니아맘 그렇다. 정말 많이 도와준다.

루비맘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서 루비가 처음 보는 사람은 아빠일 정도. 일어나서 아이 우유랑 이유식 챙겨주고 일 끝나고 집에 와서도 목욕은 꼭 함께 시킨다. 강의가 없는 날에는 내게 휴식 시간을 주느라 혼자서 루비 보는 날도 종종 있다.

비첼맘 음식 빼고는 남편이 다 한다. 나는 화장실 청소랑 쓰레기를 버려본 적이 없다. 남편은 일하고 와서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비첼과 함께 동네 한 바퀴는 꼭 돌고 들어올 정도다.

벨라맘 우리 남편은 쓰레기 배출이나 청소는 잘 도와주지만 생각보다 가사에는 참여를 많이 안 하더라. 내가 전업주부라 그럴 수도. 육아는 반반 정도로 분담한다. 아이와 놀아주는 일, 씻기는 일은 보통 남편 담당이다. 둘째를 낳고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다.

Kizmom 본인은 한국식 육아와 외국식 육아 중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는지.

제니아맘 나는 한국식이다.

루비맘 음. 한국식 육아와 외국식 육아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비첼맘 나도 중간인 것 같다. 주변 정보는 참고만 하고 그냥 우리 아이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다.

벨라맘 나는 외국식에 가깝다고 본다. 남편이 교육학 전공이기 때문에 남편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육아의 틀이 있다. 국민 ooo와 같은 별명의 육아 제품부터 육아 지침서, 아이들 가구까지 비슷하다. 키즈맘과 같은 육아 카페도 많고 인기 있는 육아 용품은 공구를 하기도 하고.

Kizmom 남편과 다른 육아 철학으로 인해 갈등을 빚었던 경험은?

제니아맘 음. 딱히 없다.

루비맘 우리는 매일이다. 특히 훈육할 때는 서로 많이 다툰다.

벨라맘 남편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많이 키우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뭘 흘리면 물티슈를 준다든지, 잘못하면 직접 사과를 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땐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사과를 해야 할 때도 생기더라.

비첼맘 남편은 누나들한테 전화로 물어본다. 요즘 한국의 육아 방식하고는 안 맞는 것이 많아서 다퉜던 적도 많다. 이제는 내가 알아본 정보에 대해 말하면 남편이 잘 들어준다.

Kizmom
아이를 키워보니 외국 부모와 한국 부모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느낄 것 같다.

벨라맘 어느 날 남편이 '사랑과 전쟁'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시댁에서 갑자기 자식의 집을 찾아와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온다든가 하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웃음).

루비맘 문화의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문화의 차이라기보다 자라온 환경, 가정사가 더 큰 영향을 주는 듯하다.

Kizmom 이렇게 국제결혼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남편이 어떤 국적이든 나와 맞는 사람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동 정말 그렇다.

◆ 베이비모델과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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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아맘(김명희. Myunghee Kim)

5살 연상의 호주인 남편과 결혼.
아기 이름 엘 키엘 제니아 리나(El kheir Zenia Lina).
2013년 7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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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맘(천성애. Jenny Cave)

2살 연하의 영국인 남편과 결혼.
아기 이름 케이브 루비(Ruby Cave).
2012년 11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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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첼맘(송승연. Glara Song)

4살 연상의 영국인 남편과 결혼.
아기 이름 온에지 비첼(Onyeji Bichel). 비첼 송 네카 온에지(Bichel Sond Nneka Onyeji)
2013년 7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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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맘(양미라. Mira Yang)

4살 연상의 미국인 남편과 결혼.
아이 이름 벨라 윤지 사르미엔토(Bella Yunji Sarmiento)
2011년 2월생.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0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입력 2014-10-02 09:48:06 수정 2014-10-02 09:48:06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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