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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블로거 인터뷰] 웃고 웃으면서 '육아 전쟁' 극복해 볼까

입력 2014-11-13 16:37:59 수정 2014-11-14 09: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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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의 나이에 이미 잘 나가는 미술학원 원장이었던 서현정 씨는 5년 전 허니문베이비로 첫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두면서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를 우울증에서 구원해 준 것은 다름아닌 육아 블로그였다.

서현정 씨는 SNS를 운영하던 필력을 발휘해 엄마들을 웃게 하는 글로 블로그를 가득 채웠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있어서 그의 블로그는 쉼터 같은 곳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절로 파워블로거가 됐다.

엄마들 눈에 비치는 아이는 너무 예쁘다가도 갑자기 미울 때가 많다. 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엄마의 마음이 전쟁처럼 느껴져 <전투육아>라는 책을 내게 되었다는 그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육아요정엔즈'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다.

"미술학원 차려서 돈 좀 벌까 싶었더니 임신과 출산으로 전업주부의 길을 걷게 됐어요. 학원 넘기고 나서는 정말 우울했죠."

블로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엄마들도 자신처럼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서 작가는 고단한 엄마 역할을 해내는 여성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전투육아>를 펴냈다. 키즈맘에서 서현정 작가만의 육아 팁을 살짝 들어봤다.


Kizmom 아이들을 쉽게 키울 수 있는 노하우가 혹시 있나?

서현정 엄마가 마음가짐을 바꾸면 된다. 큰애 키울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둘째 키우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지나고 보면 다 소용없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싸울 필요도 없었다. 아이가 책을 어질러 놓아도 '에이, 책이 중요해 애가 중요해. 애가 재미있으면 됐지' 하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아이들이 싸울 때면 큰아이를 타이른다.

"너가 아기였을 때는 더 심했어. 넌 더 힘이 세고 발도 빨라서 동생보다 더 빨리 부수고 더 빨리 어지를 수도 있었어. 장난 아니지. 최고지. 그래도 엄마는 너가 동생에게 하는 것처럼 화를 내지는 않았어. 동생도 너가 더 잘해주고 좀 더 크면 안 그럴 거야."

이렇게 달래 주면 큰아이가 반성한다. 그리고 두 아이를 똑같이 대해 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서로를 질투하는 경우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큰아이가 "엄마는 왜 동생만 보고 자?" 라고 말했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천장 보고 양팔을 벌린 일명 '예수님 자세'로 잠을 잔다.

Kizmom 육아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재미 요소가 많을 것 같다.

서현정 지금 큰아이를 키우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큰아이가 다섯 살인데 이제는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기만 하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 이 아이의 장점을 발견해서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된 거다. 나는 부모님께 뒷바라지를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떻게 해 줘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도 한글과 영어는 내 스타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일명 '화장실 교육법'인데, 한글이나 영어가 적힌 포스터를 화장실 문 앞에 붙여 두고 볼일을 볼 때마다 눈 앞에 보이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아이가 볼일 보면서 스스로 숫자를 100까지 뗐다.

'편지 교육법'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한글 단어가 적힌 편지를 넣어 두는 거다. 이를테면 '나무' 같은 단어다. 어느 날은 빨간 봉투에 담고, 다른 날은 파란 봉투에 담으면 아이가 흥미있어한다. 집에 오면서 "오늘도 편지 왔나 볼까?" 하면 아이가 " 내 편지~ 내 편지~" 하면서 너무 좋아한다. 별거 아닌데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해야 아이가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내 방식대로 찾고 있다.

'집게 육아법'도 있다. 땅바닥에 큰 원을 그린 후 돌멩이나 낙엽, 나뭇가지를 (안전한) 집게로 옮기도록 하는 거다. 아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원을 점점 멀리 그리는 것이 방법이다. 그러면 엄마는 쉴 수 있고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이 때 "배달 빨리 하는 사람이 택배 아저씨~ 너가 최고 택배야~" 하면 아이들끼리 경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소한 놀이일지 몰라도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 근육 발달, 두뇌 발달에 다 좋다. 장난감이라고 해서 꼭 비쌀 필요는 없다. 실생활에서 작은 변화를 주기만 해도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다.

Kizmom <전투육아>라는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현정 첫째 낳고 나서 육아우울증이 심하게 왔다. 아이가 생기니까 여자 인생이 한번에 바뀌어서 충격이 컸다. 그 동안 이뤄놓은 일도 못하게 되고 몸매도 달라지고. 그러다 계속 우울해하면 아이에게도 영향이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육아가 힘들었지만 아이를 보는 엄마로서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기록하니까 우울증이 치유됐다.

육아는 모두 다 그때만의 특권이다. 아이가 자라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다른 엄마들도 육아 때문에 모두 느꼈을 감정들을 내가 캐치해서 다시 한번 보여 주니까 엄마들이 공감하게 됐고, 이렇게 파워블로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블로그가 잘되니까 책을 내자는 연락이 많이 왔고, '육아라는 성역을 파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심각한 고민 끝에 결국 책을 내게 됐다.

Kizmom 요즘 파워블로거도 예전만큼 긍정적으로 비춰지지는 않는 듯한데.

서현정 맞다. 맛집 블로거를 시작으로 블로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가 많이 가라앉은 시절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육아 블로그가 메인에 많이 노출됐던 것 같다. 육아는 조작할 수가 없는 팩트니까(웃음). 깔끔했던 북유럽 인테리어의 신혼집이 아이가 생긴 후 북유럽 거지 집이 됐다는 글, 아기 뇌구조 등의 글이 메인에 올라가니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Kizmom 그렇다면 <전투육아>만의 매력은?

서현정 <전투육아>는 아빠들이 많이 읽어서 신기했다. 아빠들은 보통 육아서를 내밀면 부담스러워서 잘 안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아내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하루가 어떤지 알 수 있게 됐다는 아빠 독자들의 반응들이 많았다. 화장실에 비치해 두고 수시로 본다는 독자들도 있다. 그렇게 엄마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아빠들이 조금이나마 늘어간다는 점이 뿌듯하다. 내용이 무겁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Kizmom 책을 낸 후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서현정 남편은 희노애락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다. 책을 낸다고 하니까 "어 잘됐네" 이 한 마디가 끝일 정도였다. 하지만 출판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할 때마다 남편이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얼마나 아쉽겠냐"면서 계속 하라고 응원해 줬다. 겉으로는 표현을 안 해도 책에 싸인하라고 만년필도 사오고 남편 회사에 책을 돌리는 등 배려를 많이 해 주는 남편이다.

아이들은 "이거 '엄마 책'이다. 우리 저기 있다" 하면서 좋아한다.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한 권 드렸더니 아들이 "오늘 선생님이 애들 앞에서 엄마 책 보여 줬어" 했다. 우리 엄마가 만든 책에 자신이 나왔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상당히 뿌듯한 경험이었나 보다. 나중에 이 책을 보고 엄마가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 주는 일, 그거면 충분하다.

Kizmom 육아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서현정 육아는 정말 엄마 마음 속의 전쟁이다. 그렇지만 정말 애가 미운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일명 낮버밤반(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하는) 엄마인데, 마음가짐을 조금만 달리하면 아이와의 마찰이 훨씬 줄어든다. 아이가 하는 활동을 마음 편하게 한발짝 뒤에서 바라봐 주면 싸울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양말을 신기 싫어하면 억지로 양말을 신길 게 아니라 우주복을 입히면 되지 않나. 이런 식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아이와 싸울 일을 만들지 않으면 엄마도 아이도 모두 편하다.

'우리 아이는 이런데 괜찮을까?' 하는 식으로 아이의 사소한 행동이나 엄마와의 마찰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엄마가 힘들다. 대신 '이게 다 내 자식이 크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아이가 이상해서 엄마를 화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이상해서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따라서 엄마가 아이를 키울 때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여유를 가지면 좋겠고, 육아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도 있으면 육아라는 무거운 짐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육아요정엔즈의 육아용어 10>

문센 힐링명사
엄마의 답답함을 풀려고 나가는 마트나 백화점의 문화센터를 말함. 아이는 멍미? 하다가 꽃, 벌, 개구리 또는 다른 생명체 코스프레 옷을 입힘을 당해 혼을 뺏겼다가 비눗방울로 제정신 돌아오는 곳. 초보엄마일수록 사진을 많이 찍는 곳.

마트 문센결합명사
문센이 있는 곳으로 문센 후 살 거 없지만 뭔가 사오는 곳. 집으로 돌아올 땐 버스와 택시 중 뭘 탈지 갈등하는 곳. 맨날 택시 타고 남편에겐 비밀인 곳(괜히).

얼집 힐링명사
한줄기 빛.

요플레 힐링명사
줄 간식 없을 때 주는 감사한 음식.

시식 마트결합명사
두 바퀴 돌면 아이(배)가 행복한 곳.

뽀로로, 타요 힐링명사
엄마의 쉬는 시간을 잠시 보장해 주는 감사한 애니메이션. 다양한 교육적 자료로 업그레이드되어 아이의 바른 생활습관을 도와주기도 함.

예) 크롱 정리해야지. 크롱 사이좋게 놀아야지. 크롱 물건을 던지면 안돼

놀이매트 재앙명사
까는 순간 인테리어 대재앙.

카스 중독명사
끊고 싶지만 안 끊어지는 곳.

볼풀장 후회명사
사주면 한 달 후 치우고 싶어지는 곳.

비오는 날 피곤명사
놀이터 못 가는 살기 힘든 날.

키즈맘 노유진 기자 kizmom@hankyung.com
입력 2014-11-13 16:37:59 수정 2014-11-14 09:43:01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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