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예비아빠. 퇴근 후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지만 마냥 쉴 수만은 없다. 뱃속의 아기와 함께 24시간을 보내며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아내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내 본다. 아내의 임신으로 조금은 소홀했던 부부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생활 매뉴얼을 정리했다. 하루 30분이라도 좋다. 아내와 태어날 아기에게 사랑받는 가장으로 거듭나는 법.

◆ 쾌적한 우리집을 만들어봐요

1. 아침, 저녁 환기하기
집안 공기는 창문을 닫아두면 순환하지 않아서 오염된다. 아침, 저녁 하루 2번씩 창문을 열어서 집안을 환기시킨다. 청소할 때, 요리할 때 틈틈이 해준다.

2. 부분 청소하기
바닥에 떨어진 로션 방울, 우유를 마신 컵 등을 귀찮음에 외면한 적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긴 바닥 얼룩, 쌓인 설거지거리는 가뜩이나 임신으로 피곤한 아내의 한숨을 깊어지게 한다. 집안일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곧바로 해결한다.

3. 여유가 없을 땐 청소기로 간단히
청소기로 청소할 때는 빼먹는 곳이 생기기 쉬우니 상하좌우로 해준다. 청소기와 물걸레질은 하루 1번 세트로 하는 것이 좋지만, 매일하자고 덤비면 버거운 마음에 작심삼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땐 청소기로 먼지와 머리카락만 제거해준다. 그러면 엄마와 뱃 속 아기가 마시는 집안 공기가 달라진다.

4. 빨래하기
빨래는 색깔 분류가 중요하다. 흰색 옷과 짙은 색 옷을 같이 빨면, 짙은 색 옷에서 염료가 빠져 흰옷을 변색시킬 수 있으니 주의한다. 주머니 속에 남아 있던 휴지와 펜은 세탁물에 증거를 남긴다. 미리 빨랫감 주머니 속을 확인하자. 애벌빨래는 본 세탁 전의 빨래를 말한다. 심하게 더러운 옷은 미리 세제를 푼 물 속에 담가두고, 와이셔츠 옷깃이나 소매단에 세제를 묻혀둔 후 빨래를 하면 더 깨끗하게 옷을 입을 수 있다.

세제를 많이 넣는다고 빨래가 더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효과적인 세제농도는 보통 0.2~0.3%로, 그 이상이 되면 세제찌꺼기가 옷에 남아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옷의 변색을 가져올 수 있다. 세제용기에 표기된 양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한다.

5. 장보기
장보기에도 올바른 순서가 있습니다. 식품의 경우, 실온보관 60분이 지나면 세균 수가 급속히 늘어나서 식중독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구매는 60분 이내에 끝내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장보기 순서>
생활잡화→ 냉장이 필요없는 식품(쌀, 통조림, 커피, 라면 등)→ 채소, 과일→ 냉장이 필요한 가공식품( 햄, 소시지, 우유, 어묵 등)→ 육류→ 어패류→ 냉동식품과 유제품

◆ 아내의 기분을 맞춰 주세요

좀 전까지 분명히 웃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말투가 퉁명스러워지는 아내.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맑았다 흐렸다 하는 예비엄마를 보면서, 예비아빠의 기분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꾹 참거나, 참지 못하고 덩달아 화를 내거나, 혹은 무시하고 있다면 아내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를 보면 신생아가 있는 아빠의 60% 이상이 산후우울증의 초기 단계인 베이비 블루스를 경험한다고 하니, 예비엄마가 겪는 호르몬 변화를 예비아빠도 함께 겪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비엄마는 24시간 아기와 함께하느라 누워도 누운 것 같지 않고, 위가 눌려 소화가 안되고, 냄새에 민감해지고, 갑자기 울적한 기분이 들곤 해서 많이 힘들다. 그럴 땐 예비아빠가 따뜻한 말로 힘을 줘야 한다.

1.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은 삼가기
예비엄마와 예비아빠의 의견이 충돌할 때 예비아빠들이 쉽게 내뱉게 되는 "그래서 어쩌라고". 답답한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예비엄마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생긴다. 대신 언제나 아내에 대한 배려와 인내로 대화해야 한다.

2. 하루에 한 번씩 안부전화하기
"밥 먹었어?", "무엇을 먹었어?",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오전엔 뭐했어?" 등 특별한 말은 아니지만, 짧은 전화 한 통이 아내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이렇게 남편의 관심은 아내의 임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스트레스는 혈액 내 신경전달 물질인 에피네프린을 증가시켜 태아에게 공급되는 혈류량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와 양분이 부족해져, 두뇌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3. 아내의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기
이런 예비아빠의 정성스러운 행동은 태아의 두뇌 발달은 물론, 예비엄마의 심신 안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상냥한 목소리로 태아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밝은 목소리로 태아에게 설명해 주면, 태아가 아빠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아내와 함께 운동해주세요

임신 기간 중 운동은 아내가 매우 피곤해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히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임신 중 합병증을 예방하고, 태아의 성장발달을 도우며, 예비엄마가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더욱이 출산에 대비한 체력강화 차원에서도 적절한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임신부의 제왕절개분만율과 저체중아 출산율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격렬한 운동(임신부의 맥박 180 /min)은 삼가야 한다.

하지만 임신 전에 주로 앉아 있는 일만 했던 예비엄마가 임신 후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거나, 전에 비해 더 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임신 중 합병증(임신성 고혈압, 다태임신, 자궁 내 태아발육 지연, 심장병 등)이 나타난 예비엄마라면 운동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내가 임신 초기라면 하루 30분간 손잡고 밖에서 산책, 임신 중기라면 가벼운 걷기 운동, 임신 말기라면 출산 호흡법, 출산 체조, 임산부 요가 등의 운동을 같이 해준다.

특히 수영은 골반 안에 뭉쳐있던 울혈을 풀어주어 손발 저림이나 결림, 허리 통증 등을 감소시키고, 고관절을 유연하게 만들어 순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달리기는 척추와 무릎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예비엄마를 위한 영양상식

임신 시 예비엄마 아빠는 태아의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태아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는 태아 성장의 90% 이상이 이루어지는 임신 후반기에 주로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대사의 변화는 임신 초기부터 일어난다. 태아의 건강은 임신부의 건강에, 임신부의 건강은 올바른 영양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빠는 엄마가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적당히 먹을 수 있게 도와주도록 하자.

임신부의 적절한 영양소 섭취 여부를 파악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체중 증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임신 중 체중증가는 신생아 출생체중과도 연관성이 있다. 특히 엄마의 체중이 저체중이고 체중 증가가 적으면 태아가 저체중아로 태어날 위험이 커진다. 예비엄마의 임신 저 체중, 임신 동안의 활동상태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임신 기간 동안 적절한 체중 증가는 12~15kg 정도다.

예비엄마의 적절한 체중증가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 예비엄마가 섭취하여야 할 영양소는 뭘까. 정상적인 임신부라면 임신 4개월까지는 추가로 열량을 더 섭취할 필요가 없으며, 5개월부터는 하루에 300kcal 정도의 열량을 추가로 섭취하면 된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보충제로 추가 섭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의 경우 철분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철분이 풍부한 식품들을 자주 먹고,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C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임신부 1일 열량섭취 권장량 : 표준체중(kg)*35(kcal/kg) + 300 kcal/일
300kcal를 더 먹으려면: 저지방우유1잔(80kcal)+오렌지1/2개(50kcal)+계란1개(75kcal)+식빵1쪽(100kcal)+채소1접시(20kcal)
철분이 풍부한 식품들: 조개류, 쇠간,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노른자, 푸른 잎채소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들: 풋고추, 시금치, 고춧잎, 열무김치, 딸기, 오렌지, 토마토 등

◆ 가족을 위한 예비아빠의 다짐을 적어봐요

아빠가 된다는 소식에 금연, 절주를 약속했건만, 그 다짐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아내의 임신 기간 동안은 3일에 한 번씩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자. 너무 어려운 목표보다는 오늘 여기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 아내에게 매일 사랑한다 말하기, 태어날 아기를 위해 한 달에 한번 포스트잇 편지쓰기, 아내와 정기검진 함께 가기 등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참고- 보건복지부 아가사랑 사이트>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