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면 '이제부터 알뜰해져야지' 하는 마음에 가계부를 구입한다. 새해를 맞거나 결혼을 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애지중지하던 가계부는 점점 서랍 속에서 나올 일이 없어지고, 마치 학창 시절의 수학 책이나 토익 책, 다이어리처럼 첫장만 빼곡하게 적히다가 마치 고대 유물처럼 다음해 발견된다. 그러나 가계부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에 가계부 작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8일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월 1~7일까지 일주일간 가계부 매출이 전년 대비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가계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경제 관념이 투철한 젊은 고객들이다. 2013년 대비 2014년 20대 가계부 구매 비중은 37%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30대도 33%를 기록, 2030세대가 전체 가계부 구매의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꼭 노트가 아니어도 된다. 스마트폰 어플 가계부, 엑셀 양식 가계부 등 본인에게 편리하고 꾸준히 쓸 수 있는 가계부라면 어떤 것이든지 상관없다. 새해를 맞아 알뜰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는 가계부 선배들의 노하우를 들여다보자.
◆ 가계부 정리하는 노하우
1.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자. 단 꾸준하게 하자. 마트에서 산 내역을 모두 적을 필요는 없다. 식료품, 의류, 신발 등으로 뭉뚱그려 작성해도 다 알아볼 수 있다. 콩나물 얼마, 두부 얼마 식으로 적다 보면 가계부 초보자는 금방 지치고 만다.
2.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계부가 어렵다면 수입, 지출만 확실하게 적어나가자. 어떤 가계부를 사용해야 할지 모를 때는 탁상용 달력에 '모닝커피 -5000원' 식으로 기록하면 한눈에 볼 수 있어 편리하다.
3. 은행의 SMS 서비스를 이용하자. 카드를 사용하면 사용 금액, 사용 일시, 사용처 등이 적힌 문자가 바로바로 날아오기 때문에 필요없는 소비에 대해 반성할 수 있으며 편리하다.
4. 영수증은 투명 파우치에 한달 단위로 모으면 편리하다. 영수증을 모았다가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지갑의 모습을 보며 한꺼번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영수증은 집에 가자마자 바로 파우치에 넣자. 영수증으로 가득한 파우치 역시 소비생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
5. 고정비와 유동비를 분류하자. 식비, 교통비, 핸드폰비, 보험비, 전기세, 수도세, 통신비, 적금, 아이들 학원비 등 변하지 않는 비용과 외식, 유흥, 쇼핑 등에 사용하는 유동비를 따로 관리하자. 고정비는 당장 다음 달에 줄이기 힘들지만 유동비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6. 돈이 나가야 할 기념일(생일이나 경조사)들을 미리 체크하자. 큰 지출은 아니더라도 생각지 못한 지출이 있으면 당황스럽다. 공과금 납부일이나 카드 결제일 역시 큰 글씨도 체크해 두자.
7. 신용카드 할인한도를 체크해 둔다. 체크카드로 변경하는 것이 가계 생활에 보탬이 되지만 부득이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할 경우 할인한도와 혜택 등도 놓치지 않도록 한다. 가계부를 통해 소비 패턴을 파악해서 내게 가장 맞는 카드로 갈아타자.
8. 쌈짓돈은 저금하자. 소비 패턴을 반성하면서 돈이 남았을 때는 다른 계좌에 바로 저축하도록 한다. '이번 달은 아꼈으니 나에게 선물을 주자'는 식으로 소비를 해 버리면 애써 아낀 한 달의 노력이 날아가 버리는 셈이다. 이 물건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데 굳이 돈이 남았다고 해서 사지는 말 것.
9. 남편과 가계부를 공유한다. 남편까지 가계부를 적지는 않아도 된다. 단, 수입과 지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남편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내 혼자서 지출을 줄이려다 보면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알뜰한 가계부를 본 남편이 숨겨왔던 비상금을 꺼내 줄지도.
◆ 아이에게 '용돈기입장 습관'을 길러주세요
어릴 때부터 용돈기입장을 쓰는 습관이 생기면 돈을 규모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꼭 정해진 나이는 없다. 아이가 돈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 그때 용돈기입장을 선물하면 되는 것. 세뱃돈을 군말없이 맡기던 아이가 "엄마 이거 나중에 다시 줄 거지?"라고 되묻기 시작하는 때라면 적절하다.
먼저 용돈을 주는 날짜와 금액을 정하도록 한다. 아이와 상의해서 정하면 그리고 아이에게 용돈기입장을 완벽하게 작성하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 어른도 가계부를 제대로 작성하기 힘든데 용돈기입장을 처음 손에 쥔 아이 입장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용돈기입장을 맞게 썼는지 매일 확인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썼는지를 본 후, 제대로 작성했다면 용돈이나 나들이 등으로 포상을 주면 자연스럽게 흥미를 길러줄 수 있다.
아이에게는 남는 돈을 저축하라고 재촉하지 말고 용돈을 아끼면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다음 달 용돈을 받기 전에 이번 달에는 무엇을 사고 싶은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것도 아이의 경제 관념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
키즈맘 노유진 기자 genie89@hankyung.com
▶ 아기가 물고 빠는 젖병, 어떤 제품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