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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도 '품앗이 공동육아' 가능할까?

입력 2015-01-30 10:02:04 수정 2015-02-23 19: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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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자는 취지 하에 부모들이 모였다. 이것이 공동육아의 큰 골자다. 외동이나 두 아이 가정이 대부분이지만 내 아이 하나 키우는 것만으로도 신경 쓸 일이 많은 요즘, 다른 부모들과 '공동육아'하는 것이 가능할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또바기 어린이집'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인위적 교육보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교육법을 지향하는 공동육아. 이는 도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또바기 어린이집은 고층 빌딩들과 아파트, 주택 밀집 지역에 자리했지만, 교육 프로그램은 최대한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우러져 놀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위치 면에서는 오히려 도시에서 공동육아를 원하는 엄마들에게는 편리하게 작용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등하원 버스 없는 어린이집

또바기 어린이집의 등원이 시작됐다. 이곳은 등하원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등하원은 엄마나 아빠의 손을 잡고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로써 부모는 자녀가 어린이집 선생님과 노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며 선생님과 아이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버스를 통해 등원하게 되면 집 앞에서 아이가 선생님에게 인도되는 모습이 전부다. 하지만 아이가 선생님에게 잘 안기고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안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 폭행사건에도 또바기 어린이집 엄마들은 걱정이 없다. 게다가 보육교사 대신 아마(원생 부모를 일컫는 말)들이 아이들과 하루를 꼬박 함께 지내는 날도 있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부모들이 돌아가며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동일하게 아이들과 생활한다. 이는 조합원들이라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역할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선생님들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약 1년 반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는다. 이 과정은 6개월 과정인 1단계와 1년 과정의 2단계로 나뉘는데, 이를 모두 거쳐야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이 보육교사 자격증으로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취업이 되지 않는다.

◆ 산과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놀기

또바기는 도랑물방(3,4세), 시냇물방(5세), 큰강물방(6세), 바닷물방(7세)의 연령별로 반을 나눠 운영한다. 이 아이들은 등원 후 간식, 나들이, 점심식사, 낮잠, 오후 간식, 오후 활동, 자유놀이, 귀가의 순서로 하루 생활을 한다. 나이대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달라진다. 아침 산책인 나들이 시 3~5세의 작은 아이들은 주로 가까운 놀이터나 산으로 나가 논다.

큰 아이들(6~7세)은 일주일에 한번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 산까지 나가기도 한다. 이때는 마포구에 위치한 비교적 가까운 어린이집 아이들과 스케줄을 맞춰 함께 논다. 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인관계 확장이 필요한 큰 아이들에게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과 만나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사들 또한 공동육아의 취지에 이끌려 일하게 된 경우가 많다. 출산 후 다시 또바기 어린이집 교사로 돌아온 박선영 선생님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교육법이 이상적이다"라며 "3세인 자녀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보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맞벌이 부모의 참여, 어렵지 않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마포구에만 4곳이 있다. 공동육아 사무국에서 교사 교육을 전담·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의 운영 패턴이 유사하고 교류가 잦다. 교사들은 다른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들과 한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의 특성은 교사들보다 조합원들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합원들의 90%이상이 맞벌이 부모들로 이뤄져 있는 또바기 어린이집은 한달에 한번 부모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이 때 평소 생각하고 있던 어린이집에 바라는 사항들을 이야기하면 되고, 이런 의견이 비교적 쉽게 수렴돼 맞벌이 부모들에게 중요한 등하원 시간 조율도 가능하다. 회사 일정 때문에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오지 못할 때는 선생님이나 다른 조합원들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 또바기 어린이집은 오전 8시~오후 7시까지 운영돼 일반 어린이집과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합원들끼리 육아를 돕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맞벌이 부모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

◆ '마실' 서로 도우며 친해질 기회

공동육아에서는 품앗이의 일종인 '마실' 문화가 있다. 마실은 부모가 하원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오지 못할 때, 미리 연락받은 이웃이 저녁시간에 그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같이 놀며 더 돈독해지고, 서로 교류할 기회가 없었던 부모들도 그 기회에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며 친해질 수 있다. 또 마실은 잘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또바기 어린이집에서는 일반 어린이집에서 처럼 학습 위주의 프로그램을 짜지 않았다. 이 어린이집의 김은경(별명 바나나)원장은 "공동육아를 하시는 부모님들은 대부분 사교육을 원치 않아서 이곳을 찾는다"라며 "원래의 취지에 맞춰 교육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교사의 주도 하에 교육이 이뤄지기 보다, 아이가 원할 때 교사가 알려주고 있다.

김 원장이 덧붙인 설명에 따르면 한글을 아직 떼지 않은 작은 아이들은 나들이 시에 간판을 보고 "저건 어떤 글자야"라고 물어오길 교사는 기다렸다가 가르쳐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교육을 할 필요가 있는 7세 정도의 아이는 부모와 선생님의 합의 하에 아이 특성을 고려해 진행한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높다. 특히 또바기 어린이집의 책걸상이나 서랍 등은 아빠들이 힘을 모아 직접 제작했다. 아빠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나무나 접착제 등의 재료 사용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정성과 사랑이 들어갔다고 김 원장은 자랑한다. 이곳 부모들은 소비적인 삶을 지양하고 직접 육아용품을 만들거나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 출자금 제도란

한편, 공동육아를 하게 되면 오히려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예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등록하게 될 때 납부하는 출자금을 들 수 있다. 공동육아는 해송아기둥지라는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육시설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운영하다보니 어느 정도의 경제력 뒷받침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출자금 제도다. 또바기에서는 한 아이 당 750만원의 출자금을 받고 있는데, 초기에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가다 보니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고 이 곳을 찾았다가도 돌아가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이 출자금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금으로 활용되고 아이가 졸업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또 하나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특별한 점은 선생님과 아마들이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다. 부모가 'OO엄마·아빠'로 불리게 되면 그 아이의 엄마·아빠로 각인되기 쉬운 점을 보완해준다. 선생님도 'OO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보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경어 사용도 하지 않고 있다. 말을 이제 막 시작한 어린 아이일수록 자기 표현에 있어서 높임말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
입력 2015-01-30 10:02:04 수정 2015-02-23 19:33: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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