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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화가 신수성의 '동물그림'에서 동심을 만나보세요

입력 2015-02-25 10:24:02 수정 2015-02-26 1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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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그림화가(애니멀리어 Animalier)로 알려진 신수성(30) 작가. 그의 작품은 흡사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동심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눈길을 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신 작가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발달 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개는 진돗개, 달마시안, 보더콜리, 불독 등 40종, 고양이는 러시안블루, 아비니시안, 샴고양이 등 8종, 원숭이는 흰손긴팔원숭이, 검은손긴팔원숭이, 일본원숭이 등 32종, 악어는 뉴기니악어, 말레이가비알, 바다악어 등 8종으로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더욱 세분화해 그리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동물들 뿐만이 아니라, 오카피, 과나코, 일런드, 킨카쥬, 귀천산갑, 마콜, 싱가푸라 등 생소한 동물들도 많다.

그의 전시회 '기차를 타고 간 동물원'이 진행된 서울시 자양동의 갤러리 카페 '파티클'을 찾아, 그와 그의 어머니 이정례 씨를 만났다. 먼저 어머니에게 일반 아이들과 다른 아들을 키우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례 씨가 아들의 발달 장애를 알게 된 때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3세 때였다. 어쩌면 자폐증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보육교사로부터 전해들었다. 처음에는 그런 교사의 말을 믿기 싫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입을 떼는 것이 좀 늦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아 경험이 없는 첫 아이여서 더욱 그랬다.

3~4세 때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 했지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었다. 어머니는 그저 아들의 성격이 조용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정 어머니도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니 좀 기다려보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건 몇 년이 지나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였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블록쌓기를 할 때, 놀이기구 사용이 미숙한 어린 신 씨는 친구들이 힘들여 쌓은 블록을 계속 무너뜨리기 일쑤였다. 이런 일들이 계속 되자 친구들의 미움을 사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이들의 괴롭힘에 겁을 먹은 그가 락카 안에 숨어 나오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발달 장애 아동을 관리해줄 수 있는 유치원으로 옮기게 됐다.

초등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특수 학교에 입학시킬 만큼 아들의 발달 장애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씨는 아들을 일반 아이들과 어울리며 대화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일반 학교에 보냈다. 초등학교에서도 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일반 아이들과의 생활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훈련을 할 수 있어, 이후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큰 문제가 없이 또래들과 지낼 수 있었다.

이정례 씨는 학교 행사가 있을 때 절대 빠지지 않았다. 녹색어머니회 등의 엄마들 모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가 학교에 봉사하고 엄마들과 얼굴을 익혀둠으로서 학교에서도 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배려해줬다.

아들이 학교 과정을 따라가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1학년 때는 받아쓰기나 덧셈,뺄셈 등의 비교적 간단한 시험에서 50점 정도의 점수를 받아왔다. 엄마는 100점을 맞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욕심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2학년에 올라가 조금씩 복잡해지는 수업 내용에 아이는 힘들어했고, 1학년 때와 비슷한 성적마저 나오지 않았다.

이때 이 씨는 아들이 또래 친구들을 따라가길 바라며 공부를 시키면 수성이와 엄마 관계만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는 공부에 대해서 더이상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아이가 인생을 살면서 계속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길 바랐다.



이정례 씨는 엄마로서 아들이 또래 친구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 또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받는 상처에 대한 걱정이 컸다. 고맙게도 이웃 엄마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아들이 혼자 놀고 있으면 "수성이 뭐하니? 어디 가니? 엄마는 어디 계시니?" 하고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다른 엄마들이 신경을 써주면 그 자녀들 또한 어린 신 씨를 챙겨주게 된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괴롭힐 때, 그 아이들이 "수성이는 아파서 그런거야. 놀리면 안돼"라며 막아준 기억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교 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생님이 장애 학생을 존중해주고 보호해주면 일반 학생들도 그 아이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씨는 아들의 초등학교 시절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난 것이 매우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장애가 있는 친구의 힘든 점을 이야기해주고, 이해시켜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수성 씨가 동물에 유달리 관심을 보였을 때, 엄마 이정례 씨는 너무 행복했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재미있어 하는지, 뭘 시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자기 표현을 전혀 하지 않던 아이가 동물원에 가면 조잘조잘 말도 곧잘 하는 모습이 엄마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동물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곧잘 그렸다. 가족끼리 동물원을 갔다 온 날은 꼭 그림일기장에 좋아하는 동물을 그리기도 했다. 이 씨는 항상 아들이 '왜?'라고 물어주길 기다렸는데, 동물원에 가면 사육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들을 보며 '느리긴 하지만 수성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는 과정을 밟아가는구나'하고 안도했다면서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신수성 씨가 소장한 동물 피규어 중 일부다. 동물 피규어나 블럭 등은 일본 출장이 잦은 그의 아버지가 선물로 사오신다고 한다.


3세 때까지 일본에서 자란 신 씨는 일본어에 자신감을 보인다. 따라서 동물그림의 이름을 한국어와 일본어 둘다 적어 넣었다. 이는 신 작가의 아이디어다. 한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자신감이 덜한 영어는 맨 아랫줄에 가장 작게 적혀있다고 이정례 씨는 설명한다.

신 작가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혼자서도 일주일에 몇 번씩 동물원을 찾았다. 2~3일에 한번 꼴로 찾아와 어눌한 말투로 말을 걸어오는 아이에게 사육사들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정례 씨는 한 달에 한번은 아들과 함께 동물원을 찾고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친철하게 아들을 대하는 사육사들을 볼 수 있었다고. 아들의 첫 전시회가 결정됐을 때, 사육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0월 신 작가는 애버랜드의 명예사육사로 임명돼 활동 중이다.

신수성 씨에게는 세 살 아래 여동생 신리사 씨가 있다. 그의 동생이 발달 장애가 있는 오빠로 인해 겪은 고충은 없었을까. 사회초년생인 그는 어렸을 땐 몰라도 지금은 오빠로 인해 오히려 자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진 작가 오빠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그런 그도 어렸을 때는 오빠에 대한 창피함이 없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때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 오빠까지 셋이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어요. 그때 친구가 눈살을 찌푸리며 "저 사람 이상해"라고 말했는데 차마 그가 우리 오빠라고 밝히지 못했어요. 오래전 일인데 이 일이 아직도 오빠에게 미안해요. 다른 사람에게 서운하거나 화난 것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는 오빠라 더 그래요."

어머니가 늘 오빠만 챙겨 서운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묻자, 어머니가 아무래도 자신보다 오빠에게 많이 신경쓰시기는 했고, 그 때문에 어렸을 때는 질투한 적도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크면서 이는 엄마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대신 아버지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고 전한다.

신 작가를 후원해주는 어느 갤러리 관장은 그들 모자에게 "동물 그림 2000개만 그립시다! 그럼 내가 누구에게든 신 작가를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독려한다. 더 많은 동물 그림을 그려 동물도감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엄마 이정례 씨도 아들이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길, 더 발전하길 원한다. 하지만 신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 그리고 싶은 동물을 그린다.

이 씨는 욕심을 내다가도 일반인들의 기준에 아들을 맞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엄마는 곁에서 응원할 뿐.


신수성 작가의 기차와 동물원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개인전은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아뜰리에터닝에서 열린다. '기차를 타고 간 동물원 2015'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400여점의 동물과 기차 말고도 작가의 일기, 스케치, 애착물 등을 만날 수 있다.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
입력 2015-02-25 10:24:02 수정 2015-02-26 10:23:01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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