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커가는 줄 알았는데…. 안 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혀 짧은 소리로 말한다. 아이가 자신의 발달 단계보다 더 이전의 단계로 돌아가 어린 행동을 하는 '퇴행'. 이는 단순한 어리광이 아니라,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도움 요청의 신호일 수 있다. 자녀가 퇴행행동을 보이면 부모는 엄하게 대하기 전, 한번 더 안아주고 보살펴줘야 한다.
한국아동청소년심리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OO맘은 동생이 생기고 나서부터 변한 첫째 아이 때문에 걱정이 크다. 동생과 있으니 엄마가 온전히 자신에게 신경쓰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는지 어린 동생을 꼬집고 괴롭힌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엄마 없이도 아무 문제 없던 아이가 요즘은 어린이집에도 가지 않으려 하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닌다. OO맘은 화를 내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았다가도 폭발하는 때가 있다며 호소한다. 어린 동생을 돌봐야하는 엄마로서는 신체·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다시 아기로 돌아가려고 하는 아이,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
이사례에서 퇴행은 동생이 태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 6개월에서 만 3세 사이의 아이에게는 낯가림과 격리불안이 나타나는데, 이는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때는 엄마와의 분리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다고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예민한 아이는 특히 그런 양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퇴행행동이 보일 정도로 심하다면 엄마와의 애착형성이 불안정한 것일 수 있으니,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퇴행은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감에서 온다. 감정 표현이 어른에 비해 미숙한 아이는 스트레스 환경에 처하면 퇴행이라는 특정한 양상으로 자신을 표출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한 증상으로 퇴행을을 겪는 아이들도 있다.
보육교사가 유아를 심하게 폭행한 지난 인천 송도 어린이집 사건. 피해아동뿐만 아니라 폭행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증상 중 하나가 퇴행이다. 폭행 현장에 있었던 5살 아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이 아이는 담당 선생님의 물음에도 대답을 잘 하지 않고, 불분명한 말을 반복하는 퇴행행동을 보였다. 사건 이전에는 의사표현에 문제가 없던 아이였다.
이렇게 큰 충격을 받거나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퇴행으로 자신의 불안함을 표출하는데, 이는 아이가 자신에게 닦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방어작용이다. 이 시기를 주위 어른들의 도움으로 잘 헤쳐나간다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갑작스런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당혹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이때 부모의 대처가 중요하다. '나 힘들어요, 돌봐주세요'하는 아이의 도움 요청이므로 더 따뜻하게 대해주도록 하자.
◆ 퇴행행동의 유형과 대처법
-대소변을 못 가리는 유형
평소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잘 가리던 큰 아이가 동생이 생기고 난 후 갑자기 동생처럼 기저귀를 차려 하거나, 옷에 볼일을 본다. 이는 엄마가 와서 동생에게처럼 기저귀를 갈아주고 관심을 가져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야단치기보다 "동생은 아직 어려서 오줌을 싸는데 넌 혼자 잘해서 엄마는 너무 좋아"라는 식으로 아이의 행동에 대한 칭찬을 해준다. 또 "엄마가 같이 동생을 돌봐줄까?"라며 동생의 기저귀를 가는 것에 동참하게 해줘 아이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자꾸만 안아달라고 조르는 유형
하루 종일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듯 보이는 동생을 질투하는 아이. 자신도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조르면서 동생에 대한 엄마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다. 엄마와 신체적 접촉으로 안정감을 얻고 사랑받으려는 시도다.
이러한 아이 앞에서는 동생을 안아주는 행동을 보이지 않도록 한다. 만일 동생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엄마는 동생을, 아빠는 첫째를 안는 식으로 공평하게 대한다. 아이가 한쪽 부모만 찾는다면 엄마와 아빠가 교대로 안아주도록 하자.
-젖병을 물고 다니는 유형
이는 하루 종일 엄마 품에 안겨 젖병을 물고 있는 동생에게 질투심과 부러움을 표현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억지로 아이에게서 젖병을 빼앗지 말고 동생과 함께 먹는 것을 허용한다. 단 동생은 젖병에 먹고 큰아이는 빨대컵을 쥐여줘 차이를 두는 것도 좋다. "동생도 어서 자라서 너처럼 혼자 밥 먹고 우유도 마셨으면 좋겠어"라고 아이의 현재 모습을 칭찬해준다.
-말을 더듬는 유형
아기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은 아이가 동생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큰 상태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이를 혼내기보다 모르는 척 내버려 둔다. 이를 아이에게 지적하게 되면 아이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고 말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책을 읽어주고 구연동화, 낱말카드 놀이를 해주며 언어 감각이 뒤떨어지지 않게 신경써주자.
<참조 : 한국아동발달센터 홈페이지>
키즈맘 신세아 기자 ss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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