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1일 왕따' 제도가 시행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왕따' 경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제주도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 1학년의 한 학급 담임교사가 숙제하지 않거나 발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을 왕따로 낙인찍은 것.
'1일 왕따'가 된 아이는 온종일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다른 학생들도 왕따가 된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선 안 된다.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 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점심도 5분 안에 먹고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아 있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일을 절대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1일 우연히 학급 내 1일 왕따제를 알게 됐다. 한 아이가 집에 교재를 가져오지 않아 숙제할 수 없게 되자 학부모가 다음에 하도록 유도했으나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며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면서부터였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아이들이 지난 5월쯤부터 학급 전체 24명 중 20명 가까이 1번 이상 왕따를 당해 왔다. 또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왕따 없애라고 하면 안 돼요"라거나 심지어 "내가 잘못해서 벌 받는 거잖아요"라며 1일 왕따를 합리화시키기까지 했다고 걱정했다.
대책위원회를 조직한 학부모 중 한 명은 "한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전학을 보내달라고 했으며, 속옷에 대변을 묻혀오거나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방을 싸는 등 전에 없던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며 아이들을 떠올리다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해당 학교 측은 대책회의를 열어 해당 교사를 직무정지하고 교감을 임시 담임으로 투입했으며 해당 교사에게 소명서를 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교사는 왕따라는 용어를 쓴 것은 잘못이지만 교육적 취지에서 그런 것이지 아이들을 학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교육청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보내 아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왕따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제때 심리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로 남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조직에 가서도 대인관계 공포증, 피해망상 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이 가해자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일수록 폭력을 반복해서 당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행동을 따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 왕따 사태'처럼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시에 경험했을 때 정신질환이 더 많이 나타나고 치료도 어렵다.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어린이는 어른이 된 뒤 비만과 뇌졸중, 심장마비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팀 조사 결과, 유년 시절 학교 친구들에게서 자주 집단 따돌림을 당한 사람들의 경우, 45세가 됐을 때 비만 가능성이 50%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왕따 등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아이에게 불안감과 우울감 같은 정서적인 고통을 준다. 아이는 충격을 받았을 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불안에 떤다.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아이의 일상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않거나, 악몽을 지속적으로 꾼다든지, 무기력하게 축 처져 있는 것 등이 그 증상이다.
박동혁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허그맘 원장은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일정한 사건, 사고에 대한 왜곡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동시에 나중에 유사한 상활에 노출되거나 단서를 접하게 됐을 때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사건이 재경험 되거나 혹은 악몽의 형태로 경험될 경우 완전히 망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후에도 아이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해주고 한 가지 분야라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자신감을 갖도록 하면 성인이 되어서라도 학교폭력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
키즈맘 노유진 기자 genie8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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