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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엄마들이 '벌레'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걸까

입력 2015-09-15 14:58:00 수정 2015-09-15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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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동반 출입금지 '노키즈존'이 세간의 관심을 끈데 이어 최근에는 ‘여혐(여성혐오의 줄임말)’ 용어들까지 온라인에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된장녀, 김치녀 등 일부 특정한 성향의 여성을 비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맘충(mom+벌레)’이라고까지 부르게 된 것.

‘맘충’이라는 단어는 한 유머사이트에서 제멋대로인 아이를 방치하는 개념없는 일부 엄마들을 지칭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유머사이트에서는 '맘충'이라는 용어를 사용할지 말지 탁상공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보육정책 개편안 이슈에도 반영됐다.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전업맘의 보육시설 이용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제한한다는 게 개편안의 골자였는데 일각에서는 전업맘이 왜 6시간 이상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느냐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전업맘을 마치 하루종일 놀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무상으로 맡기는 개념없는 엄마로까지 비하하기도 했다.

아이를 장시간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도 어렵게 되고 그렇다고 아이를 데리고 카페, 레스토랑 등 공공시설을 찾으면 '맘충'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된 것.

물론 모든 아기엄마를 '맘충'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맘충'이라는 혐오스런 말이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웬지 사람들이 나를 '맘충'이라고 부를것 같아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고 불편하다"고 일부 엄마들은 토로했다.

아이를 제대로 통제하면 되지 않냐고?



"아이가 태어나고 4살이 될때까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어요. 저도 처녀 때처럼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싶고 여유를 느껴보고 싶은데 아이는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속편하게 테이크아웃 커피만 마시게 됐어요. 출산 전에는 아기띠를 하고 쇼핑몰에 나온 엄마들을 보면 '뭐하러 저렇게 힘들게 다닐까. 저 어린 아기를 안고. 츳츳' 했어요. 그땐 이해가 안됐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왜 그렇게까지 외출을 하고 싶은지 절실하게 공감이 가더군요. 육아를 여성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는 사회적 분위기상 아이를 대동하지 않으면 바깥바람 쐴 일이라곤 없잖아요. 아이를 동반했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맘충'이니 '커피충'이니 하며 세대간 갈등을 야기시키는 용어는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5세 남아를 키우고 있다는 한 주부는 이같이 말했다.

맘충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될만큼 실제로 일부 ’무개념 부모‘의 사례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가 식당을 돌아다녀도 통제를 하지 않는다거나 기저귀를 갈고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가는 등 기상천외한 사연도 많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이엄마 손님으로 인해 불쾌했다는 종업업의 사례도 속속 공개됐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같은 행태에 동조하면서 그간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맘충'이라는 용어에 대해 “아이를 무개념으로 키우는 엄마는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엄마들을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체 아이엄마를 비하하는 용어로 확대 사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엄마벌레라니. 너무 속상하네요. 아무리 일부 무개념 맘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해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어요."

"일부무개념 엄마들을 이르는 말이니까 써도 괜찮다? 시간 지나보세요. 자기들 눈에 거슬리면 애먼 엄마들까지 맘충이라고 욕할걸요? 김치녀도 처음엔 일부 무개념 여자를 이르는 말이라고 했지만 그 무개념이라는게 남자들 마음에 안들면 무개념인 여자로 낙인찍혔잖아요. 조만간 대한민국 엄마들은 다 맘충이라고 부르고 다닐걸요?"

vs

"맘충이라는 말이 기분나쁠수도 있지만, 맘충이 안되면 되지 않습니까? 맘충이 모든 엄마를 싸잡아 하는거 아니니 그렇게 기분나빠하는게 더 자격지심 같아 보입니다."

"댓글이나 기사 보면서 다들 난 맘충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자기 아이만 귀하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노키즈존'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경산의 한 카페 대표는 "일부 엄마들의 잘못된 아이 사랑 때문에 엄마가 벌레로까지 표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외식업을 하려면 2년에 한 번 위생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듯 아이를 둔 부모들도 출생신고 후 정기적으로 부모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동차 뒤에 "차 안에 내 귀한 새끼 있다"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를 배려해달라는 그 마음이야 알겠으나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닌가 하는 개운치 않은 마음이었다. 결국 그러한 남 배려 없는 몰지각한 부모들 때문에 '노키즈 존'도 '맘충'이란 신조 혐오어도 생겨난 것이리라.

전에는 '아이니까' 하며 눈감아주고 배려하던 일도 이제는 더이상은 배려하고 싶지도 참아주고 싶지도 않아진 사회적 분위기도 씁쓸하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입력 2015-09-15 14:58:00 수정 2015-09-15 14:58: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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