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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봉 앞둔 '안녕, 전우치!' 김대창 감독 "아빠가 만화책 읽어주듯 만들었죠"

입력 2015-09-24 13:38:00 수정 2015-09-24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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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아이와 함께 볼 영화를 찾고 있다면 추억의 명랑만화는 어떨까.

<안녕, 전우치! 도술로봇대결전>은 500년 전의 조선 시대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다양한 모험을 펼치는 전우치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명랑 도술 어드벤처이다. 올 가을에 개봉하는 유일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으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제작지원을 받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안녕, 전우치! 도술로봇대결전>은 온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의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10월 8일 개봉예정.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얼리버드픽쳐스 사옥에서 김대창 대표(이하 김)와 박기원 실장(이하 박)을 만나 <안녕, 전우치! 도술로봇대결전> 및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kizmom 애니메이션 제작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저희는 사실 제작사라기보다는 기획사였습니다. 해외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왔지만 다른 나라 작품들이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꼈어요. 해외 작품들에게서 배운 노하우와 안목을 국내의 시장여건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면, '얼리버드픽쳐스'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판권을 확보한 것이 바로 <안녕, 전우치!>였죠. 2011년부터 기획을 하다가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해 왔습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셈이에요.

kizmom 종이접기의 대가인 김영만 원장님께서 영화를 위해 전우치 종이인형을 제작해 주셨다고. 작업 중 에피소드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 원장님 뵈러 갔을 때 한창 '마리텔' 프로그램으로 바쁘실 때였어요. 그런데도 저희를 흔쾌히 만나 주셨고, <안녕, 전우치!>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기꺼이 종이접기 작업을 해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편하게 대해 주셔서 섭외부터 작업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현장에 가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봤다면서 프로답게 많은 요구를 수용해 주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영만 원장님께서 즐겁게 해 주신 덕분에 종이접기 인형도 재미있게 나온 것 같아요.

◆ 김영만 원장님과 함께 하는 전우치 종이접기



◆ 김영만 원장님도 반한 <안녕, 전우치! 도술로봇대결전>



kizmom <안녕, 전우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안녕, 전우치?>라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2008년쯤 제가 회사를 다니며 어린이잡지 사업을 검토하다가 보리출판사의 <개똥이네 놀이터>를 접하게 됐거든요. 그때 <안녕, 전우치?> 첫 화를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라 꼬박 한 달을 기다렸을 정도로요. <안녕, 전우치?>가 재미있으니까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연재가 계속됐고 2권짜리 단행본으로도 나왔답니다.

내용은 전우치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에 나타난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마치 영화처럼, 뜬금없이 나타난 거죠. 1권에서는 전우치가 석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어요. 일본 만화 도라에몽이나 한국 만화 로봇 찌빠처럼 이웃에 사는 비현실적인 친구와 매일매일 겪는 모험인 거죠. 2권에서는 왕과 사또가 전우치를 다시 과거로 불러들여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사또가 의금부지사로 각색됐는데요. 단행본 1권과 2권 내용을 섞어서 재미를 더 키웠습니다.

kizmom <안녕, 전우치!>의 매력포인트는

아이들에게는 친구와 같은 재미를, 엄마아빠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죠.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근래에 나온 여느 어린이 애니메이션보다 탄탄하고 재미있다는 것이 매력이에요.

kizmom 아들에게 평소 만화책을 많이 보여 주는지

제가 좋아하는 옛날 만화책과 명랑만화를 아이에게 많이 읽어줍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짚어줬는데 나중에는 아이가 따라오더라고요. 내용을 알고서 상상을 하면서 듣기 때문에 그림이 내용과 매칭이 되는 거죠. 정말 밤마다 읽어줬어요. 제가 작업했던 작품들도 다 읽어줬죠. <조로리> 시리즈도 45권을 다 읽어 줬는데 한 권 당 10번씩은 읽어줘서 제가 줄줄 외울 정도에요. 저는 아이 때 엉뚱한 상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만화책 속에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아이들은 솔직하거든요. 웃기면 웃고, 궁금하면 다음 내용을 보채고, 재미가 없으면 굉장히 집중을 안하죠. 책을 읽어주면서 깨닫곤 해요.

kizmom <안녕, 전우치!> 속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캐릭터를 완성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만화책은 애니메이션과 달리 생략의 기법이 가능해요. 장면이 이어지지 않아도 독자가 생략된 장면을 상상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단행본을 보다 보면 작가님께서 붓그림으로 그리시다 보니 캐릭터들이 일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연속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일정해야 했습니다. 캐릭터들을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컨셉 디자이너 분들이 같이 작업을 해 주셔야 했어요. 그리고 나서 공동제작사인 소울크리에이티브에서 디자인 마무리 작업까지 마쳤죠. 이렇게 원작 캐릭터에서 두 번의 작업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그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색감 구현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색감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 명랑만화답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색감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죠. 캐릭터들은 심플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귀엽게 어필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kizmom 성우 분들과 작업할 때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저는 <안녕, 전우치!> 애니메이션을 위해 미리 생각해 둔 연기가 다 있었어요. 각각의 캐릭터가 취해야 할 행동들이 제 머리속에 정해져 있었죠. 왕 역을 맡은 홍범기 씨와 의금부지사를 맡은 안장혁 씨는 제가 애초부터 점찍어 둔 분들이셨어요. 제 생각 속 캐릭터랑 딱 맞더라구요. 오히려 어린이 배역을 정할 때가 어려웠어요. 전우치도 그렇고, 석이도 그렇고. 일반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저희가 성우 분들 앞에서 리딩을 하기도 했죠. 그만큼 캐릭터들의 연기와 목소리를 중시했어요.

전우치는 아이지만 감정 기복이 없어요. 쉽게 화를 내거나 침울해지면 안 되는 거에요. 전지전능한 힘이 있지만 아직 어린 아이기 때문에, 어른 같으면서도 아이 같은 모습이 잘 섞여 있어야 했거든요. 아이가 연기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달리 영상에 목소리를 맞춰야 해요. 아이들에게는 그 작업이 너무나 어렵죠. 어른만큼 연기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석이야말로 정말 어려웠던 캐릭터에요. 생각 같아서는 초등학생을 쓰고 싶었죠. 석이는 두드러지는 성격은 없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는 아이들이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중요한 캐릭터에요. 아이들이 석이가 돼서 전우치랑 모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했거든요. 그래서 덤덤한 연기가 필요했어요. 다들 고생한 만큼 만족스럽게 나왔죠. 음악 또한 가족용 2D 애니메이션에서 이만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악 스타일을 맛보기도 드물 거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kizmom 한국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장 상황은 어떤지

제작이나 비지니스 모두 어렵죠. 일단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으니까요.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수입 애니메이션이 정말 많아졌죠. 많은 경우 1주일에 네 작품이 극장에 상영될 때도 있어요. 작품성에 관계없이 극장을 사들여서 상영하는 관례가 쌓이다 보니까 관객들도 피로도가 쌓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겨울왕국'처럼 3D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끄니까 그 뒤로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은 거의 3D인 거죠. 기술력이 좋거나 시각적인 자극을 다양하게 주는 애니메이션 쪽으로 편중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국내 제작 환경에서도 3D 중심인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되고요.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완구의 결합이 커요. 또봇, 카봇, 터닝메카드 등이죠. 그래서 저희처럼 스토리만으로 웃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어요. 일본 만화로 비유하자면 짱구나 도라에몽 같은 장르인데요. 명랑만화는 점점 마이너 장르가 되고 있는 거죠.

kizmom 명랑만화가 메이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인프라나 자본 문제가 해결돼야 해요. 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죠. 명랑만화는 완구를 팔지 않으니 순수하게 영상만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아직까지 명랑만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인프라가 적다는 게 아쉽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관객 분들이 명랑만화에도 관심을 더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도 늘 테니까요. 방송 채널의 한계도 있어요. 동일한 작품을 여러 채널에서 틀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는 지원 사업도 필요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투자가 선행돼야 제작 기반이 갖춰지니까요. 방송국에서 틀지 않겠다는 작품을 제작사가 먼저 만들 수는 없는 거죠.

명랑만화가 사랑을 받으려면 근본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해요. 그 시작점은 아이들에게 골고루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골고루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전우치는 헐리우드 작품과 방향성 자체가 달라요.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거든요. 상업적인 마인드도 없어요. 아이들에게 어릴 적 부모 세대가 느꼈던 한국적인 정서와 재미를 나누고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결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에요.

kizmom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수입 애니메이션들과 비교되고 싶지 않았어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각각 매력이 있는 한식과 패스트푸드 같은 거죠. 헐리우드 대작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작품이잖아요. 햄버거, 피자, 소세지 같은, 맛있으니까 누구나 다 먹는 음식처럼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한식도 권하고 싶은 거에요.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도 골고루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지금은 자본에 의해서 주류 문화가 너무 많이 왔다갔다하고 있어요. 따라서 모든 아이들이 비슷해지는 음식만 먹고 자라서 결국 창의성이 부족한 허약한 아이들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그런 점에서 <안녕, 전우치!>가 식탁에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는 만들었으니까 아이들에게 먹을 기회를 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일 맛있게 먹지는 않더라도 가끔씩 "엄마 그거 맛있었는데 한 번 더해 주세요" 하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죠. <안녕, 전우치!>는 만화책 한 권을 읽어내려가는 느낌으로 즐겁게, 가볍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주위에도 꼭 추천해 주시고요.



키즈맘 노유진 기자 genie8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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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4 13:38:00 수정 2015-09-24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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