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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란희 "일과 가정, 둘다 포기할 수 없다면 워킹맘 생존육아 익혀라"

입력 2015-09-25 14:47:00 수정 2015-09-25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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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는 완벽주의(?) 편집장과의 만남을 떠올렸건만 예측은 빗나갔다. "저도 엉망진창이에요"라며 털털하게 웃는 수다쟁이 아줌마가 찾아왔다.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 미래' 박란희 편집장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글로 전하는 데 익숙해서인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내보였다.

최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은 <워킹맘 생존육아>를 출간했다. 큰 딸 연서(12)와 연주(7)를 키우며 워킹맘 그리고 전업주부로 경험했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증명하듯 그의 엄마로서 삶은 순탄치 않았다.


◆ 워킹맘과 전업주부 사이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경력단절이 있기 전까지 그는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을 받으며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들이 내심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전업주부가 되어보니 이것이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간 미국에서 그는 말 그대로 '독방 육아'를 제대로 맛보았다. 전업주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모든 우선순위는 내가 아닌 아이였고 남편이었다. 한 때 잘나가던 '정치부 기자'였기에 자존심도 크게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온 한국에서 그는 점차 기자로서의 삶이 희미해짐을 느꼈다. 날이 갈수록 전업주부에 대한 편견은 깨지고 아이를 돌보는 데 능숙해졌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갔다. 그런 그에게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전히 두 아이의 엄마이긴 했지만 일을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그는 작정하고 워킹맘으로서 굳은살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한 포털에서는 그가 연재하고 있는 '목동 워킹맘 생존육아'가 화제다. 전업주부와 워킹맘 편 가르기를 하는 사회 시선에 관한 이야기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전업주부이기도 했던 그는 두 입장이 모두 공감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만 그는 이 시대의 화두인 '워킹맘'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는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 스스로 하는 아이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큰 아이는 엄마가 쓴 책을 읽으며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한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까지 그는 수 많은시행착오를 겪었다. 사교육 일번지 '목동'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워킹맘이라는 악조건까지 달고 있는 현실. 그는 교육에 있어 워킹맘을 '소외계층'이라고 말한다. 입시라는 마라톤 경기장에서 경주하는 수많은 엄마들과 아이들 사이 누구도 워킹맘과 그 아이를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혼자 넘어졌다가 일어서고 스스로 속도 조절까지 해야 한다. 그에 비해 전업주부는 훨씬 경쟁력을 갖고 아이를 돌본다. 물리적으로 육아와 교육에 투자할 시간이 많아 저학년 시기까지 아이의 공부 습관, 또래 관계에 개입하며 아이를 도울 수 있다.

그도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가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한 때는 아이가 또래보다 뒤처진다는 선생님의 말에 조바심이 들어 학습지를 강요하며 아이를 볶아대기도 해봤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그는 아이가 스스로 제 할 일을 하기까지는 시간과 단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습관은 반복을 거듭해 체득되기 때문에 처음에 20~30분 그리고 차츰 시간을 늘려가면서 아이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관리를 하도록 도와줘야 했다. 그러나 그를 포함한 워킹맘 대부분이 이 시기를 놓치고 후회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이 시기에는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확인을 하는 것을 부지런히 해야 해요. 아이에게 스스로 하는 습관이 들여지면 그때부터는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게 되더군요."


◆ 약자의 목소리
워킹맘은 독종이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는 엉망진창이다"고 말한다. 워킹맘을 배려하는 제도가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많은 워킹맘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사회가 바뀌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목마른 사람이 스스로 우물을 파듯 계속해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배려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20대 기업의 대표들에게 출간된 책을 선물했다. 대표가 워킹맘을 이해해야 직장 내 분위기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경험상 야근과 회식만 줄어 들어도 워킹맘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재취업을 통해 편집장이 되었을 때 그는 회사 대표에게 탄력근무제를 요청했다. 꼭 만나야 하는 취재원들과 저녁 약속은 점심으로 시간대를 바꾸었고 야근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후배 기자가 저녁 약속으로 취재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을 보며 질투가 생기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만족했다. 마음을 편히 먹으니까 의외로 취재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경력단절 이전에 왜 회사에 육아휴직 요청을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자는 절대 약자의 마음을 먼저 알아봐주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워킹맘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고 조력자를 구했어야 했다.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직장 내 배려 문화가 형성되면 가장 좋지만 무조건 내가 회사에 맞추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업무 시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안타깝지만 워킹맘 스스로 노력할 때 사회적인 배려도 따라온다. 앞으로도 그는 편집장으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더나은 내일'을 위해 이야기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모든 게 힘들고 서툰 워킹맘의 생활 끝에 든 이런 생각으로 책을 냈다는 박란희 편집장은 세상엔 온통 워킹맘 이야기로 가득차 있고 손만 내밀면 도움 받을 곳이 널려있는 듯 하지만 막상 아이 문제로 힘들땐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과 가정,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기에 워킹맘에게 이 문제는 '생존'과도 같은 것이죠. 물이 빠져 허우적대기를 수 없이 반복한 저처럼 이 시대 많은 워킹맘들이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100명의 엄마에겐 100가지 육아법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엄마와 일터에서의 나, 균형을 잡아간다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거에요."

키즈맘 윤은경 기자 eky@hankyung.com
입력 2015-09-25 14:47:00 수정 2015-09-25 14:47: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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