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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맘 의학 칼럼] "우리 부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쇼윈도 부부의 행동 패턴

입력 2015-10-29 10:21:00 수정 2015-10-29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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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종국-박잎선 부부의 이혼 소식이 들려왔다. 잉꼬부부로 알고 있었는데 진짜 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부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서 힘들어하는 아내(혹은 남편)도 있지만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한다 하더라도 배우자들에게는 그냥 잘 맞지 않는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결혼 생활을 통해 부부 각자의 세계가 서로에게 그대로 노출되면서 잘 맞지 않는 습관
이나 기호, 행동 패턴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부부는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부부간에 상처로 남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겪게 되면 부부 관계는 크게 두 가지 길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며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친밀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관계다.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간에 지속되는 화학작용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경우다.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한 채 부부 공동의 정서적 활동은 하지 않는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전자는 부부 상호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쇼윈도 커플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말다툼을 멈추고 분노를 속으로만 삭이며 사는 커플보다 아직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커플이 더 희망적일 수도 있다.

행복하지 않은 커플이 왜 이혼하지않고 같이 사는가?

서로에 대한 애정과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 버렸지만 같이 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혼자 살아갈 용기가 없는 경우, 이혼하고 후회할 것 같아서, 경제적 독립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다. 그러므로 쇼윈도 부부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부부가 가장 흔히 하는 말은 "아이들 때문에 이혼 못 한다"이다. 배우자와 정서적 관계를 포기해버리는 부부 중에는 충족되지 않은 정서적 욕구를 자녀를 통해 채우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결혼생활의 허전함, 실망감을 자녀를 통해서 풀려고 하면 자녀는 더 이상 자녀로 존재하지
못한다. 또한 자녀가 기대에서 벗어나려 할 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이것이 두려워 역할에 순종하게 되면 자녀는 진짜 자기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친밀감 없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아이들은 결혼 생활에 대해서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때로는 아버지나 어머니 한쪽 편에 심정적으로 과도하게 동조하게 되고, 이것이 자녀의 이성에 대한 왜곡된 태도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이혼이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혼 그 자체보다 부부 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 나쁜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개인차가 매우 크다. 아이들을 위해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고 해도 부부 간에 심각한 갈등을 안고서 계속 살아간다면, 아이에게는 차라리 이혼하는 것만 못
하다.

한편 부부들 중에는 '각방 부부'가 적지 않다. 같이 자지 않으니 "마지막 부부 관계 했던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몇 년 전에 부부 관계 하고 요즘은 서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같이 자는 것도 어색해지더라"고 하는 부부도 자주 본다. 그런데 섹스도 적극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방에서 잠도 따로 자는 데도 자
신의 부부 생활이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는 부부들도 제법 많다. 오히려 살을 부비며 자고 섹스에 열중하는 부부 못지않게 결혼 생활에 만족하며, 자신과 배우자를 존중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있는 부부를 만나곤 한다. 이런 부부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다. 우정 어린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이 웃어주고, 존중과 감사를 표현한다.

부부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 각각의 행복이다. 구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이냐, 이혼할 것이냐 하는 결정에서 더 나은 것은 없다. 서로 헤어져서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삶을 다시 시작할 경우 생기는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고려해 보고, 이를 현재 수준의 만족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나을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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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부교수.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해냄출판사), 버텨낼 권리(위즈덤하우스),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HRV의 활용과 해석(범문에듀케이션)의 저자



이 컬럼은 육아잡지 <매거진 키즈맘>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입력 2015-10-29 10:21:00 수정 2015-10-29 10:21:00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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