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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자녀교육법 고찰

입력 2016-04-27 14:30:00 수정 2016-04-27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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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갹이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TV와 변신로봇을 좋아하는 네 살 남자아이다. 올해 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 집에 오면 알파벳 송을 흥얼거리곤 한다. 이제 정말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됐다. 사실 교육은 뿅갹이의 탄생의 순간부터 계속됐다. 수면 교육을 통해 낮과 밤의 차이를 알게 됐고,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적절하게 '고마워', '미안해'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사회성을 교육받았다. 수없이 반복된 언어 훈련을 통해 이제는 제법 조잘거리며 원하는 의사 표현을 거침없이 할 수 있게 됐다.

부모의 관점에서 내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보고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참고하게 되는 것은 링컨이나 이순신 같은 위인의 사례가 아닌 나 자신의 과거인 경우가 많다.

위인의 삶이 물론 훌륭하긴 하지만 내가 그들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순 없는 노릇이다 보니 그때의 상황과 내면까지 온전히 잘 알고 있는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을 많이 곱씹는다. 나는 또 하나의 내밀한 대화 상대인 남편과도 어린 시절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맞벌이라 항상 바빴던 친정엄마는 소위 말하는 '헬리콥터맘'은 아니었지만, 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신 방과 후의 시간동안 주로 학원과 개인 교습으로 시간을 보냈고 밤늦게 귀가한 엄마에게서 숙제와 수업 참여도에 대해 선생님들이 남긴 피드백을 점검받아야 했다.

내 하루의 끝은 늘 긴장된 시간이었다. 내가 성실한 학생이었다면야 당당했겠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잔꾀가 많았고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한 아이였다. 가끔 부모님과 함께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사자성어로 끝말잇기 놀이를 했다. 그런 덕분에 지금도 글과 말재주로 밥벌이는 하고 있지만, 내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시간은 즐거움 반, 압박감 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뿅갹이가 네 살이 되면서 친정엄마 역시 교육적인 부분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다. 조금 더 크면 직접 한자의 기본 구성원리에 대해 가르치고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겠다며 적극적이다. 친정엄마는 뿅갹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라며 성화인데 내 나름대로 열심히 읽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책 읽어줘 본 사람은 안다. 책 읽어주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할머니의 반복되는 요구에 아이가 벌써 독서를 지겨운 것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하는 노파심마저 들 때가 있다.

사실 과거의 부모들이 덮어놓고 공부만 열심히 할 것을 종용하던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식의 안락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대학에 가면 좋은 회사를 골라서 입사할 수 있었다. 월급을 받으면 허리띠를 졸라 적금을 들고, 이율은 20~30%씩 붙고, 그 종잣돈으로 마침내 집을 사면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집값이 두 배로 뛰는 시절에 살았다. 추운 날 따듯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화이트칼라의 진입이 가장 쉽고 보장된 성공의 길이었다. 적어도 우리 부모 세대에서 만큼은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구시대의 성공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성적순으로 대학을 가던 학력고사 시절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버렸고 현재의 입시는 조부모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이의 고단함과 약간의 운으로 만들어지는 궁극의 합작품이 되어버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 시장의 문은 바늘구멍이다. 서민이 가장 확실하게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었던 '고시'라는 길도 전문대학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이제 고졸 변호사의 시대는 불가능해졌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젊고 야무진 청년들이 고시원에 살며 3000원짜리 컵밥을 먹고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바치고 있다. 더는 자식에게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며 공부를 종용하는 것이 부모의 묘책일 수 없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자식 교육의 패러다임을 세워야 한다. 모두 나와 같은 교육목표를 가져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부모로서 자식의 교육방향에 대해 각자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아이들이 자존감 높은 행복한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 정보화 사회로 올수록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돈이면 최고라는 천민자본주의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조태오(영화 '베테랑' 주연)들을 보면 돈은 결코 그들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사회에서 상처받은 안타까운 영혼들은 온라인이라는 자신만의 동굴을 파고 들어가 악플로 그 상처를 재생산해내고 있다. 내가 누군지 명확히 알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커서 대학의 간판이, 내가 속한 집단이 결코 나의 모든 것을 장악하지 않도록 마음의 중심이 단단히 잡힌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

아이가 사회가 보내는 시선에 갇혀서 남의 행복을 흉내 내며 살아가기보다는 진정으로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는 진짜 인생을 살아갔으면 한다.

나는 경험을 많이 해본 현명한 사람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 책도 많이 읽어주고 공연이나 박물관, 여행같은 일상 속의 다양한 직·간접경험들에 아이를 최대한 노출 시켜 다방면에서 다각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 어느 날 이 사회의 부조리를 접했을 때도 단순히 분노와 좌절의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엇부터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부모가 미리 정해준다든지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웹툰 작가나 프로게이머가 돈 잘 버는 유망직종이 될지 과거 우리 부모세대는 결코 예측할 수 없었다. 아이가 자신의 성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길러주는 것이 최선이다.

마지막으로 욕심을 좀 부려본다면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람이었으면 한다. 내 아이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나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새로운 장을 여는 사람이거나 싸이나 지드래곤같이 큰 무대에 서더라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배포 큰 사람으로 커 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이 세상에 내가 마음먹는다면 못해낼 일이 없는 것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기존에 생각지 못한 것들을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모로서 한 번 그려본 스펙타클한 상상이다.

내 아이가 그랬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것조차 부모의 욕심이고 아이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어주는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옆에서 조력자 노릇만 하며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선까지만 노력할 생각이다. 사실 될 놈이라면 아이가 마음껏 가지고 놀 컴퓨터 한 대만 사줘도 게임 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이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내 자식이 '안될 놈'이었을 때 너무 실망하지 않고 아이를 책망하지 않는 자세를 길러야 하는 것의 부모의 도리일 것이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더나은심리계발센터 교육팀장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04-27 14:30:00 수정 2016-04-27 14:30:00

#키즈맘 ,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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