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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나의 세 번째 베이비페어

입력 2016-05-25 18:01:00 수정 2016-05-25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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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키즈맘에서 주최하는 서울베이비페어가 SETEC에서 열렸다. 뿅갹이가 어느 정도 큰 이후로는 베이비페어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둘째가 생기고 나니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베이비페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친구의 결혼식을 찾아 한 가정의 시작을 축하하고 온 가족이 함께 학여울역으로 향했다. 전시장으로 가는 길이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동네라 감회가 남달랐다. 이곳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지냈는데 어느덧 아이 둘의 엄마가 되어 그 동네를 지나고 있다. 이곳에선 또 다른 아이들이 오늘도 학원에 치이고 성적에 치이며 치열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겠지. 물론 그 안에서도 우리는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학여울역에 다다랐을 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장 주변을 감싸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에 입이 떡 벌어졌다.

분명 베이비페어의 마지막 날이고 지금은 폐장을 몇 시간 밖에 남기지 않은 오후임에도 여전히 전시장에 진입하려는 차들로 주변은 교통마비 수준이었다. 대로변에 주차한 차량을 견인해가는 차들이 줄지어 보였다. 몇 만원 아끼려다가 과태료로 십몇만원 내고 나면 과연 누구를 위한 고생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차들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이대로 기다리다간 도저히 폐장 전에 주차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기띠에 아이까지 메고 베이비페어에서 물건을 사서 들고나오는 사람들을 창문 너머로 보고 있자니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 같아 보일 지경이었다. 주변을 몇 바퀴째 돌다가 우리는 기적적으로 근처 공영주차장에 자동차 한 대가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 가까스로 주차할 수 있었다.

뿅갹이와 함께 베이비페어를 찾은 것은 처음이라 왠지 더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장 안에 들어섰다. 키즈맘에서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뵀던 편집장님과 기자들의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도 반납하고 행사 운영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였다.


이번은 나의 세 번째 베이비페어 방문이다. 임신했는지도 모르고 아는 분이 참가한다는 말에 따라갔던 것이 첫 번째 방문이었다. 남편과 나는 나중에 딸을 낳자며 프릴이 달린 여아용 재사용 기저귀를 샀었다. 아무도 몰랐지만 그때 이미 뿅갹이는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고 태어나면서부터 하루에 12번씩 묽은 똥을 싸대는 아이였다. 덕분에 첫 베이비페어에서 샀던 재사용 기저귀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이쁜 쓰레기'가 되었다.

두 번째 베이비페어는 임신 후기에 찾았었다. 예비 엄마 입장에서 다시 찾은 베이비페어는 정말 별천지였다. 아기 욕조만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였고 아기띠나 카시트, 유모차는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했다. 미처 듣도 보도 못한 육아용품의 향연 속에서 나는 결정 장애가 찾아와 그 많은 사람 속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남편과 오늘은 구경만 하자며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했지만 문을 나설 때는 손에는 짐이 가득 들려있었다.

오늘 둘째를 임신한 채 찾은 베이비페어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육아용품의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도 하고 집에 웬만한 것은 다 갖춰져 있다 보니 그 수많은 업체 사이에서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필요한 것만 둘러볼 수 있는 혜안이 생겼다.

내복이 저렴한 편이기에 잘됐다 싶어 뿅갹이의 여름내복을 다섯 장 골랐다. 다음으로 임부복 코너에 들러 시원한 여름 바지와 임부 팬티세트를 샀다. 베이비페어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비교하며 살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뿅갹이는 전동차를 타보기도 하고 어린이 매트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엄마! 샤인이(태명)가 이거 좋아할 것 같은데?"

라며 자신의 바람을 동생을 위한 것인 양 내비치고 있었다. 남편은 아기 띠와 유모차를 둘러보며 육아용품의 진화에 감탄했다. 폐장시간이 다다랐지만, 여전히 활기찬 전시장을 둘러보며 부모들의 엄청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카시트에 유모차, 범퍼 침대까지 엄청난 양의 짐을 카트에 실어 부지런히 차로 실어 나르는 아빠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저마다의 집들이 육아용품으로 가득 채워질 생각을 하니 아이 하나를 키워낸다는 것은 새삼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둘째의 출산을 앞두고 10월에 열릴 서울베이비페어를 다시 한 번 찾기로 했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05-25 18:01:00 수정 2016-05-25 18:01:00

#키즈맘 ,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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