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물러가고 바람이 서늘해져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마음을 힐링해 줄 육아 에세이 소개.
◆ 삼대육아
<삼대육아>는 시어머니와 육아를 함께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일화를 엮은 에세이다. 육아라면 흔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며 점점 엄마가 되어가는 저자, 손주들을 잘 키우고자 육아법을 공부하는 할머니, 서투르게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남편까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매는 "엄마, 밤늦게 돌아다니면 여우가 잡아간대요"라며 매일 엄마를 기다린다. 덕분에 저자는 회사, 집, 보육 시설을 왕복하며 눈썹 휘날리게 달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틈틈이 살림도 한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천하무적 워킹맘이다.남편의 삶도 정신없긴 마찬가지다. 일명 '파파곰' 남편은 어머니, 부인,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눈칫밥을 먹는다. "아빠는 왜 우리 집에 와?"라고 묻는 아들의 말에 화들짝 놀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살 좀 빼라"는 어머니의 호통에 부랴부랴 운동을 시작한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할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는 게 먼저인 멋진 파파곰이다.
천하무적 워킹맘과 멋진 파파곰 가족의 일화는 평범할 수 있지만,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별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나와 내 가족들도 흔히 겪었을 법한 일화들이 이야기에 한층 더 몰입하고 공감하게 한다. 동네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것만 같은 이 가족의 왁자지껄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1만3000원. 첫눈.
◆ 어쩌다 엄마
<전투육아>의 저자 육아요정 엔즈가 돌아왔다. <전투육아>에서 빵빵 터지는 하드코어유머를 구사했다면 <어쩌다 엄마>는 카카오스토리 구독자 8만6000명, 블로그 방문자 1200만 명에게 기발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줬던 육아요정 엔즈의 성장담이다. 남편 친절해 씨를 만난 연애 초기부터 결혼에 이르는 과정,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의 변화를 통해 지금 글을 읽는 또 다른 엄마들에게 공감과 작은 위로를 준다.
저자는 "엄마는 모두 태초에 엄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가 되었고, 힘들다고 투덜대다가 이 시간도 곧 지나가고 추억이 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크는 속도는 계절이 바뀌는 것만큼이나 빠르니까. 지나간 그 시간이 소중하다 생각하는 순간, 이미 아이는 엄마 손을 놓고 앞으로 훌쩍 뛰어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사라지고 엄마로서의 역할만 남는 게 아닌가 고민했던 순간들. 전공 분야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육아 경력만 남은 엄마들의 시간. 어디에 내밀어 인정받을 수 없는 그간의 시간. 이 책은 그런 시간을 살아낸 엄마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한다"는 말도 더한다.
<어쩌다 엄마>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애 엄마가 쓰는 어마어마하게 잔망스러운 소설, 육아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줄 잔망글 전편을 볼 수 있다. 명절날이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손톱 먹은 쥐', 훈남 매니저 조르주가 수유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카페 모리즈', 배변훈련으로 괴로워하는 엄마들에게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귀신 변기' 등에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1만3800원. 한빛라이프.
◆ 딸바보가 그렸어, 엄마의 일기장
엄마보다 더 엄마의 마음을 잘 아는 딸바보 아빠가 그린 육아 기록 <딸바보가 그렸어>에 엄마의 시선이 더해진 <딸바보가 그렸어, 엄마의 일기장>. 엄마의 일기장이 바탕이 된 이 책은 전작에서는 아빠의 그림만으로 구성되었던 반면, 카피라이터인 엄마가 육아를 해오면서 느꼈던 기쁨, 슬픔, 절망, 행복, 분노까지 모든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 놓았다. 여기에 아빠만의 재치를 더한 그림 또한 덧입혀져 독자들에게 읽고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매번 엄마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 전반에는 '육아는 팀워크다'라는 딸바보 아빠와 엄마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 카피라이터 특유의 관찰력과 공감력이 돋보이는 엄마의 일기는 누구에게나 처음인 육아의 어려움,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하는 딸아이와의 신경전, 아이에게 받는 한없는 사랑 등 진솔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명불허전 따뜻하고 유쾌한 아빠의 그림은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된다. 1만4800원. 알에이치코리아.
노유진 키즈맘 기자 genie8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