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Total News

[터닝메카드 열광의 아동 심리학] 장난감으로 들여다 본 아이들의 사생활

입력 2016-09-05 16:15:02 수정 2016-09-05 16:15:02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터닝메카드 장난감이 작년부터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카와 카드가 결합해 순식간에 로봇으로 변신하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문제는 터닝메카드 시리즈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성화로 엄마 아빠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경제적인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단지 장난감을 원하는 만큼 사주지 않는 부모가 미울 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장난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대략 3살 무렵부터 아이들은 ‘싫어’, ‘내가 할 거야’를 입에 달고 다니는 폭군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미운 짓이 자아(self)가 자라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합니다. 부모에게도 허용하고 싶지 않은 자 신만의 세상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자아는 세상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고, 할 수 있는 능력도 미약하기만 합니다.

문화적으로 이런 아이들의 불안을 달래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이야기와 장난감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동일시되며 불안이 결국 행복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랍니다. 그리고 장난감은 상상 속의 이야기를 현실과 연결시켜 주는 든든한 연결고리가 됩니다. 터닝메카드에 열광하는 아이들은 단순히 장난감에 열광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미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고 있는 장난감들의 놀라운 힘과 능력을 현실에서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합니다.

아이들이 강력한 변신 로봇카에 열광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약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Freud)는 5살 안팎의 시기에 남자아이들이 겪는 불안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불렀습니다. 아버지의 권위로 상징되는 사회의 낯선 규칙들을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지요. 이런 아이들은 자기보다 강한 아버지를 대적하기 보다는 롤모델(role model)로 삼아서 위기를 극복한다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불안을 달래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이 시기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자동차나 총기류의 장난감에 열광합니다. 그 뿐 아닙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신발이며, 가방, 학용품에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터닝메카드 도시락에 담아주었더니 군말 없이 먹더라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립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조금 더 크면 유치하다고 안 쓸 캐릭터 학용품을 사는 것은 달갑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캐릭터들은 자기보다 조금 더 능력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빠르게 자라는 아이들은 자기가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뽀로로보다 더 잘 뛰고 달릴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뽀로로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시시해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초등학교 5~6학년이 되어 터닝메카드보다 더 복잡하고 세밀하게 자동차와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게임으로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갑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연령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 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먼 미래일 뿐입니다. 아직 불안하기만 한 아이들에게 ‘조금 더 크면 필요 없어진다’는 논리로 장난감을 제한하는 것은, 비가 그칠 것을 예상하여 우산 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걷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아가 커가는 시기에 장난감은 또래와 어울리는데 중요한 사회적 매개 역할을 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친한 친구가 가지고 있다면 그 친구와 친근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같은 장난감이 필요합니다. ‘그깟 장난감이 뭐라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른들의 유행을 따르고자 하는 심리는 사실 아주 어릴 적부터 또래들로부터 배척당하지 않고자 하는 갈급한 욕망에서 기원합니다. 또한 수집의 욕망 역시 사회적 욕망으로 심리학자들은 생각합니다. 수집은 단순히 자기만족이 아니라 남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수집한다는 것은 누군가 와 친해지고 싶은 욕망, 친구들보다 앞서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라는 점도 어른들이 간과하기 쉬운 우리 아이들의 심리입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통해 불안한 자아를 달래고, 현실에서 만나는 좌절을 극복해가며 어느새 믿음직한 자아로 성장합니다. 자신의 자아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은 자라서 타인의 믿음과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치기보다는 그들의 자아에 대한 열망을 먼저 읽어주세요. 우리 아이가 누구와 라이벌 관계인지, 아니면 누구와 친해지고 싶은지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더욱 친해져 보세요. 특성이 무엇인지, 어떤 무기나 도구가 필요한지 말입니다.

이렇게 섬세하게 아이들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엄마 아빠가 현실에 있다면 그 아이는 장난감과 놀기보다는 부모와 더욱더 살갑게 지내기를 원할 겁니다. 왜냐하면 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큰 영웅이고, 그런 영웅의 관심을 받는 일보다 더 기쁜 일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장주 심리학 박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9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키즈맘 판매처 http://kizmom.hankyung.com/magazine
입력 2016-09-05 16:15:02 수정 2016-09-05 16:15:02

#5살 이상 , #키즈맘 매거진 , #교육 , #터닝메카드

  • 페이스북
  • 엑스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