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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느린 듯 빠르게 흘러가는 산후조리원 생활

입력 2016-11-07 15:26:29 수정 2016-11-07 15: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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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왔다. 이곳은 병원 부설 산후조리원으로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만 옮기면 되는 데다가 집하고도 가까워서 이곳으로 택했다. 여기에서 2주를 보낸 뒤에 집으로 갈 예정이다. 육아전쟁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휴식공간인 셈이다.

산후조리원의 시간은 느린 듯 빠르게 흘러간다. 아침 7시부터 미역국을 동반한 한식 정찬을 준다. 눈도 제대로 못 뜨지만 그래도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어디냐 싶어서 열심히 밥을 밀어넣고 나면 전화가 울린다.

따르릉, 따르릉.

"네."

"샤인이 어머니, 수유하러 오시겠어요?"

한쪽 옆구리에 수유 쿠션을 끼고 어기적어기적 모유 수유실로 걸어간다. 사실 새벽 5시에도 수유했다. 그렇게 수유를 마치고 나면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임신 중에 워낙 많이 부었어서 마사지 횟수를 추가했다. 받을 때마다 순환도 잘되고 부기도 빠지는 느낌이라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받고 있다.


마사지가 끝나고 나면 강연이 시작된다. 산후 요가, 신생아 영양관리, 유아 마사지, 모빌 만들기 등 매일매일 다른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듣고 나면 12시.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다. 점심 먹고 수유하고 나면 다시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3시에 간식을 먹고 드디어 침대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다 보면 다시 수유콜이 온다. 5시가 되면 저녁 식사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수유, 간식, 수유, 수유, 또 수유. 틈틈이 침대에 쓰러져서 잠까지 쪼개 자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간다.

첫째 엄마들은 조리원은 쉬러 오는 곳인데 왜 쉬지를 못하냐며 너무 바쁘다고들 한다. 하지만 둘째 이상 엄마들은 알고 있다. 이게 쉬는 것이다. 집에 가면 내가 밥도 차려 먹어야 하고 누가 대신 기저귀도 갈아주지 않는다. 젖양이 적다고 해서 또는 애가 자지러지게 운다고 해서 대신 달래주거나 분유를 보충해주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집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겨야 한다.

지난 목요일엔 산모들이 둘러앉아 담소 시간을 가졌다. 내가 있는 곳은 식사도 각자 방에서 하는 독립적인 곳이라 산모들 간의 교류가 너무 없다는 반응이 있어서 일주일에 하루 시간을 내어서 산후조리원에서 만든 시간이라고 했다. 열 몇 명의 산모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고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그런 시간도 잠시 한 번 입을 떼기 시작하자 저마다 출산 이야기, 모유 이야기를 나누며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각각의 출산 후기를 들어보면 유도 분만하다가 결국은 제왕절개를 한 엄마, 출산 과정이 너무 빨리 진행돼서 하마터면 집에서 애 낳을 뻔한 엄마, 출산 자체는 쉬웠지만 회음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일주일이 지나도 의자에 잘 앉지 못하는 엄마 등 같은 출산이어도 저마다의 다른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출산 후 치질을 겪거나 변비로 고생해 약을 처방받고 진료를 받은 엄마도 있었고 집에 두고 온 첫째가 생각나서 눈물짓는 엄마도 있었다. 모유량이 너무 많아서 젖몸살로 고생하는 엄마도 있는가 하면 많은 엄마들은 젖양이 적거나 아이가 젖을 잘 물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은 끈끈하게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대부분 근처에 살고 있고 아기의 개월 수가 비슷해서 성장 과정을 함께 공유하며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아직도 아이 둘을 동시에 돌보는 것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주변 선배 엄마들은 둘째가 두 돌만 넘어도 애들끼리 놀기 시작해서 한결 수월하다며 그때까지만 버티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가게 되어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내지 않고 즐겁게 보내길 바랄 뿐이다. 이제 집에 돌아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곳을 나가는 순간 다신 없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틈틈이 낮잠도 자고 티비도 보고 있다. 남은 시간도 알차고 잉여롭게 보내며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최대한 비축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11-07 15:26:29 수정 2016-11-07 15: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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