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Total News

개그맨 이정수 "결혼이 인생의 무덤이라고요?"

입력 2016-11-11 10:09:51 수정 2016-11-11 10:09:51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내가 누구게, 나 이정수야"를 외치던 훈남 개그맨을 기억할 것이다. 연기, 공연 등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던 그가 결혼을 하더니 행복한 결혼 전도사로 변신했다. 결혼하면 이제 끝이라고? 시간 지나면 의리로 사는 거라고? 그렇지 않다. 부부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신혼 때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정수를 만나봤다.

노유진 사진 윤호준(bnt스튜디오)

kizmom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 덕분이었어요. 블로그에 결혼 생활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데, 글이 많아지니까 남편과 아내에게 보여 주게 책을 내달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결혼’에 대한 의구심이었어요. 매일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고,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이혼하는 커플도 보니까 ‘내가 생각한 결혼은 이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결혼의 행복에 대해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낭만적인 글 말고 현실적인 글들을 적고자 했어요.

kizmom 글은 어디서 썼는지

집에서는 글 작업을 잘 못해요. 집에 있으면 아이를 봐야 한다거나 집안일을 해야 한다거나 뭔가 자꾸 일이 생기잖아요. 아내는 출근하고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의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요. 동네 카페에 거의 직원 수준으로 출근해서 글을 쓰죠. 저는 보통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앉아 있는데, 앉아 있다 보면 비슷한 시간에 오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많이 봐요. 서로 ‘저 사람 또 왔네’ 생각할 정도로요. 종종 저를 보고 놀라서 인증샷을 요청하시는 분들 도 있어요. 제가 깜짝 놀랄 만한 슈퍼스타는 아닌데(웃음).

kizmom 블로그로 육아 결혼 질문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심각한 얘기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결혼 생활이 제대로 될까 걱정스러운 정도죠. 제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이 주로 기억에 남아요. 어떤 여자분이 아들을 데리고 재혼하셨는데, 새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어요. 그런데 그 남편이 첫째아이에게만 체벌을 호되게 하는 등 차별이 심한 거에요.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다툼이 있는데 재혼이니까 쉽게 정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이런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잘 판단하시라는 말밖에 해드릴 말이 없어서 안타까웠죠.

kizmom 자칭 나쁜 남자에서 사랑꾼으로 변하게 된 계기는

저는 정말 나쁜 남자였어요. 그 동안 연애를 하면서 이별의 이유가 항상 상대방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떻게든 상대의 단점을 찾아서 이별의 상황을 만들고,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입장이었어요. 사실 지금 와이프와도 그렇게 헤어졌었어요. 그런데 종교가 생기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고, 제 생각보다 제가 훨씬 더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와이프에게 돌아갔고, 다시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kizmom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남편들이 노력할 점은

남편들은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어떻게 보면 핑계일 수 있어요. 저는 어디를 놀러 가거나, 외식하는 것도 아내와 아이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에요. 회사에서도 갑자기 사장님이 호출하거나 중요한 미팅이 생기면 무조건 가잖아요. 가족들과의 약속도 똑같이 생각해야 해요.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해 놓았다가 점점 늘릴 수도 있겠죠.

남편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 바로 중재에요. 시월드가 생기는 이유는 시어머니가 드센 것보다는 남편이 중간에서 중재를 못해서 그러는 거에요. 남편은 중간에서 아내 편을 들어야 돼요. 어머니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결혼한 다음에는 아내를 택해야 해요. 앞으로 60년 간 남편 곁에 있을 사람이 아내거든요. 어머니가 그 점을 납득하도록 남편들이 노력해야 해요. 처갓댁과 본가 사이에서도 중재를 하세요. 어느 쪽에서 한 이야기를 다른 쪽에 그대로 전하면 안 되고 좋게 포장해야 하죠.

아내와 상의하는 습관도 들여야 합니다. 결혼은 최고의 팀원을 얻는 거에요. 아내와 한 팀으로 뭉칠 줄 알아야 해요. 남자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아내와 의논하는 편이 일도 더 잘 되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둘이 함께 힘을 모아서 다시 일어서기가 쉽죠.

kizmom 아내들의 경우에는 어떤지

아내 분들은 남편을 응원하는 리액션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서, 결혼해서 살다 보면 남편이 이미 집에서 아내에게 한 이야기를 밖에 나가서 또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 “아 그 얘기 좀 그만해, 지겨워”라고 하지 말고 “정말 대단했어, 최고였어”처럼 응원만 해줘도 남편 어깨가 으쓱해져요. 사소하지만 그렇게 남편을 응원하는 기술이 필요해요. 많이 놀아본 여자들이 결혼하면 잘 산다고 하잖아요. 맞는 말이에요. 연애를 많이 해본 분들이 상대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미 익힌 상태니까 결혼하면 잘 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kizmom 사랑꾼 남편인데 기념일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이 되면 남자들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우리 오늘 뭐해? 우리 뭐 먹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거든요. 결혼한 사이면 연애하면서 맛집도 많이 가봤고 선물도 다양하게 줬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아내에게 평소에 잘해주면 큰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어요. 평소에 아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주고, 뭔가를 해달라고 했을 때 군소리 말고 해 주면 돼요. 안 한다고 해도 어차피 잔소리 들은 다음에 내가 할 일이거든요. 상대가 해달라는 일은 해 주고, 하지 말라는 일은 안 하면 돼요. 저도 얼마 전에 결혼기념일이었는데 거창한 서프라이즈 이런 거 안했어요. 외식하고 호텔에서 하루 있다 오고 끝이었어요. 기념일은 아니더라도 저는 1년에 한두번, 아내만의 여행을 보내줘요.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와서 스트레스 풀라고요. 남자도 솔직히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서로 믿는다면 여행을 보내주시면 좋습니다. 아이는 본가나 처갓댁에 맡기거나, 아빠가 봐야죠.

kizmom 부부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죠. 저는 차인표나 최수종 씨처럼 갓(god)부부가 아니에요. 그냥 보급형 부부일 뿐이에요.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고, 제가 사랑하니까 잘해주는 거지 착하기 때문은 아니에요. 오히려 훨씬 더 이해관계에 밝은 거죠. 저한테는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는 일이 인생에서 이득이니까요. 가정이 행복하면 남자가 밖에 나가서도 자존감과 배짱이 생겨요. 결혼 후에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있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면 나를 응원하고 반겨주는 내 편이 있는 거잖아요. 일 끝나면 집에 가고 싶어요. 책을 낼 거라고도 생각 못했는데,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다 보니 이렇게 살아야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에요. 모두 행복한 우리 집 덕분이죠.

kizmom 쇼윈도 부부인 척할 때도 있는지

저희 부부는 사이가 안 좋은 적이 거의 없어요. 상대가 화를 내기 전부터 눈치를 보기 때문에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결혼 생활을 하면서 쇼윈도 부부여야 할 때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부끼리 집에서 좀 싸워도 사람들 앞에서는 평소에 집에서 하는 것보다 더 살갑게 대하고 스킨십도 많이 하세요. 그러다 보면 화가 누그러져서 집에 돌아오게 돼요. 이때 “아니 남사스럽게 왜 이래?” 식으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은 사회 생활도 꽝이에요.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못하는데 회사 사람들에게 잘하겠어요?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는 내 아내나 남편 흉을 절대 보면 안 돼요. 그건 정말 제 얼굴에 침 뱉기에요. 사람들에게 얘기한다고 해서 내 가정이 변하는 점이 있나요? 없잖아요. 결혼 생활에서 나오는 트러블은 본인들의 문제에요.

kizmom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신혼 때의 즐거움을 평생 유지하도록 노력하세요. 앞으로 내 자식이 나와 똑같은 결혼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시고, "너도 결혼하면 아빠 엄마처럼 살아"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키워드 세 가지

1. 시간의 활용

시간을 내서 부부가 데이트나 집안일을 함께 하거나 자기 일을 하세요. 결혼에도 시간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2. 포장

예쁘게 말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안 먹고 있었는데, 남편이나 아내가 퇴근했을 때 왜 밥 안 먹고 있었냐고 물어보면 “당신도 없는데 어떻게 혼자 먹어” 이렇게 말하는 거죠.

3. 흐름

흔히들 '궤도에 진입한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행복한 결혼 상황을 세팅해 놓고 그 흐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설령 삐끗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게요.

◆ 이정수의 상황별 조언


1. 아내가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주었을 때

일단 무조건 좋아해야죠. 뭘 줬을 때는 기계적으로 막 되게 좋아해야 돼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물의 장점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찾아야 돼요. 왜 우리가 사장님이나 높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든 칭찬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다들 할 수 있어요. 포장이 중요해요.


2. 아내가 화가 났을 때

뜨거운 물에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괜히 열이 받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설거지하는 아내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면 다른 일을 아내 눈치보면서 열심히 하면 풀려요. 괜히 막 쓰레기도 치워보고, 걸레질도 해보고. 아내가 봤을 때 '아이고 애쓴다 애써~' 느낌이 들면 돼요. 우리 남편이 노력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화를 낼 수가 없죠. 결혼 후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돼요. 말을 안해도 상대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면 실망만 커지죠.


3. 친정에 갔을 때 or 친정에 갔는데 장인장모님이 싸우실 때

분위기를 깨야 해요. "두 분 다 싸우시면 들어오겠습니다"처럼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웃길 수 있는 멘트를 날려야 하죠. 웃길 자신이 없으면 "저 이거 먹을 건데 혹시 물 필요하신 분?"이라고 말해도 괜찮아요. 저는 처갓댁에서도 너무 예의를 차리지는 않아요. 결혼하면 처갓댁 분들과도 가족이 돼야 하는데 너무 예의를 차리면 어려워져요.


4. 아내가 물건을 집에 놓고 왔다고 할 때

이건 집에 갔다 와야 돼요. 멀리 갈 때 꺼림칙한 건 안 남기는 게 맞아요. 여행을 갈 때도 출발할 때 기분이 상하면 그 여행은 끝난 거에요.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아요. 여행을 떠날 때 문제가 있으면 기분 좋게 바로잡아야 여행이 즐거워요. 만약 아내가 뭘 잃어버렸는데 화를 낸다고 그게 돌아오진 않잖아요. 바뀌지 않는 문제로 상대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정말 바보짓이에요. 화가 나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웃고 넘길 줄 아는 게 남자의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5. 아내를 울렸을 때

싸우다가 아내가 울었다면 무조건 꼬리 내려야죠. 결혼해서는 우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빨리 져줘야 돼요. 육아도 비슷해요. 애가 울면 일단 다독인 후에 대화해도 늦지 않아요. 아내가 울면 무조건 져 주세요! 감동받아서 울 때도 있죠. 그럴 때는 그냥 멋진 척하고 있으면 돼요. 저 같은 경우는 오글거리는 건 잘 못하는 편이고 웃기게 잘난 척하는 편이에요. "아, 나 되게 멋있지. 장난 아닌 것 같지" 식으로.


6. 기념일이 다가왔을 때

남자보다 여자들이 기념일에 대한 기대치가 커요. 그리고 알게 모르게 정보를 계속 흘려요. 지나가다가 "저 집 맛있대, 요즘 뭐가 핫하대" 식으로 지나친 이야기들을 주워 모으면 이벤트도 쉬워지죠. 얼마나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느냐가 이벤트의 키포인트에요. 아내는 남편이 사 준 선물의 가격보다는 그 선물을 살 때까지 고민을 했다는 점에 감동하는 거거든요. 평상시에 아내 얘기를 잘 들으세요.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키즈맘 상세보기 kizmom.hankyung.com/magazine
입력 2016-11-11 10:09:51 수정 2016-11-11 10:09:5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