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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의 육아다짐] "그럴 수 있어!"

입력 2017-03-02 13:45:25 수정 2017-03-02 13: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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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은 이제 36개월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아주 잘 커 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도 부모로서 아주 잘 크고 있죠.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제가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이에게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점은 진짜 스스로 너무 대견합니다. 무슨 수상소감 같네요. 욱하는 순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요. 욱하는 것이 빵 하고 터지지 않게 한 것이죠. 빵 터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 머리 속의 이 한 문장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어."

아이의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아이가 TV로 재미있는 만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할 시간이 돼서 올바른 식습관 정착을 위해 TV를 껐죠. 그랬더니 바로 딸아이는 울면서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아이에게 "아냐! 우는거 아냐! 밥 먹을 때는 TV 안 보는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갑자기 재미있는 걸 보고 있는데 그게 꺼졌잖아요? 슬프고 싫겠죠. 게다가 밥을 먹을 때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가 세운 규칙이지 아이가 세운 규칙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 아내에게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잠시 아이를 안아 줬습니다.

"그래, 맞아. 그럴 수 있어. 괜찮아. 울어도 돼. 괜찮아. 마음이 진정되면 밥 먹자."

그렇게 마음이 좀 진정이 되더니 티비가 꺼진 상태로도 밥을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또 한번 화를 안내고 조용히 잘 넘어갈 수 있었죠.

'그럴 수 있어'는 생각보다 마법 같은 문장입니다.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먼저 앞에 꺼내고 그 이유를 생각하는 거죠. 웬만한 일에는 거의 다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 와중에 이유를 못 찾으면, 그때 '그럴 수 없는 일'이 되는 겁니다. 이 정도로 생각할 시간만 있어도 아이를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훈육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목적은 아이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지, 화를 내는 것은 아니잖아요.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 부드러우면 부드러울수록 좋겠죠.

'그럴 수 있어'라는 한 문장이 당신의 육아를 훨씬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방송인 이정수
2010년까지 다수의 연애
2011년 나쁜남자 졸업
2013년 행복한 결혼
(現)행복한 결혼에 대해 이야기 중
입력 2017-03-02 13:45:25 수정 2017-03-02 13: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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