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 국가 중 노동시간은 두 번째로 길고 ‘일과 삶의 균형 지수'는 끝에서 세 번째를 기록한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 저녁이 사라지고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사이, 가정이 낄 자리는 없다.
올해 신년 초, SBS 스페셜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아빠의 전쟁>에서는 한 달간 정시 퇴근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디너테이블 프로젝트'를 실시함으로써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아빠들의 삶이 재조명됐다.
프로젝트를 실시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이내 정시퇴근을 불편해하는 아빠. 퇴근하고 아이들과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사이 쌓이는 업무와 보이지 않게 동료들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해서 마음 편히 가정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적나라게 드러났다. ‘좋은 아빠’가 되라고 강요하지만 정작 아이들과 보낼 시간,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 사회.
하루 평균 근로시간 9시간 14분.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인 대한민국 아빠로서 산다는 것. 직장에서는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가정에서는 환대받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가정에서 설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때이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에게 배우자의 적극적 가사 분담과 양육의 절대적 참여가 필요한 것처럼 남편 역시 아내의 절대적 지지와 가정에서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실정이다.
▲가정에서 소외된 남편, 다시 제자리로
직장에서 과도한 업무에 쫓기고 가정을 돌볼 엄두조차 못 내는 남편.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느라 환대받을 곳 없는 남편을 위해 가정에서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이들의 아빠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가정에서 설 자리를 마련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1. 엄마의 눈을 통해 비추어지는 아빠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경우, 자라면서 엄마의 눈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아빠를 바라본다. 아빠에 대한 경험적 인식으로 아빠에 대한 자화상이 그려지기보다 엄마를 통해 아빠의 말과 행동을 해석하게 된다. 나의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상대 배우자에 대한 어떠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것인지 염두에 둬야한다.
2. 아빠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엄마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주 양육자가 있기 마련이다. 조부모에 의해 키워지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있을 때 아이의 양육 관련 행동이나 참여를 조절하는 주 양육자가 있을 것이다. 이런 양육 행동 관리에서 부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주 양육자는 아이의 앞에서 상대 배우자의 말을 무시하거나 지적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상대의 권위를 인정해줄 때, 가정에서 각 배우자가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고 아이에게 존경스러운 아빠의 이미지 혹은 엄마의 이미지가 만들어질 것.
3. 믿고 맡기는 지혜
아빠의 자발적인 양육 참여도가 낮은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아내가 남편의 양육 참여를 제지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서툰 남편의 모습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서툴다고 제지하기보다는 격려하는 말로 남편의 노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기회를 지속해서 마련해주었을 때, 서툴렀던 부분들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지고 숙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연구에 의하면 엄마의 격려가 많을수록 아빠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양질의 양육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믿고 맡겨보자.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