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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알로하, 하와이 태교 여행③

입력 2017-08-21 11:59:42 수정 2017-08-21 11: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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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이 일어나 에그스앤띵스에 들려 밥을 먹고 바로 와이키키 비치로 뛰어들었다. 혼자일 때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여행 한 번 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아득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와이키키의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니 육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달아나는 듯했다. 이제 가을이 되고 둘째가 태어나면 한동안 이런 여행은 다시 꿈도 꾸지 못할 걸 알고 있기에 더욱 소중한 순간이었다. 반년 뒤의 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목이 늘어난 수유복을 입고 있겠지…

호텔에 들러 간단히 샤워하고 울프강 스테이크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리 오픈 테이블을 예약해 놓은 덕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꽤 격식을 차려야 하는 레스토랑이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도 오히려 웃으면서 반겨주는 웨이터 덕분에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이가 들고 온 장난감을 본 웨이터는 자기도 트랜스포머를 매우 좋아한다며 집에 똑같은 옵티머스 프라임을 가지고 있다고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 어딜 가나 아이에게 친구처럼 말을 걸며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는 하와이의 분위기 덕분에 이 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존감 높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란 이들은 다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말을 건네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와 트롤리를 타고 알라모아나로 향했다. 디즈니 스토어에 들려 아이의 장난감을 사주고 옷도 쇼핑할 생각이었다. 뿅갹이는 디즈니 스토어에 들어서자마자 이것저것 구경하더니 스파이더맨 영상을 시청하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틈에 자리 잡았다. 이때다 싶어 나와 남편도 다른 물건들을 이것저것 구경했다.

"엄마…"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뿅갹이가 나를 불렀다.

"내가 너무 미안해. 정신이 팔려서 그만 오줌을 싸고 말았어"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기저귀를 뗀 뒤로 아이는 장난감 가게에 가서 정신이 팔릴 때면 실수하는 일이 간혹 있었다. 다행히 바닥은 젖지 않아 얼른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뛰어가서 수습하고 나왔다. 이참에 옷가게에 들러 옷을 사서 입힐 생각으로 옷가게로 향했다.

아이는 그 와중에도 천진하게 디즈니 스토어에서 스파이더맨 장난감을 꼭 사겠다며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리고 옷을 다 골랐을 때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잤을까 아이가 깨어났고 다시 디즈니 스토어를 찾았을 때 불은 켜져 있었지만 가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저녁 8시 정도로 제법 이른 시간이었지만 주말에는 더 일찍 닫는다는 것을 몰랐다. 아이는 서럽게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이를 안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두 번째 손가락을 펴 보이며 장난감 딱 한 개만 사서 나오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여기는 미국이다. 마감 시간이 지난 후 가게 문을 열어줄 리 없다. 우리는 30분을 그 앞에 서서 우는 아이를 달래야 했다. 그날 밤, 기진맥진한 채로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었다.

다음 날 새벽 남편과 뿅갹이는 돌고래를 만나기 위해 씨라이프파크로 떠났다. 돌고래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이 있어 남편과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신청했다. 임산부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둘만 보내고 나는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혼자 호텔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알라모아나에 가기 위해 트롤리를 탔다. 어제와 같은 풍경이지만 애 없이 혼자 즐기는 풍경은 사뭇 다르게 보였다. 남편과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오히려 날 위한 시간을 마련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어제 그렇게도 간절하게 문을 열기를 바랐던 디즈니 스토어였다. 아이가 그토록 가지고 싶다고 내내 보채고 울었던 스파이더맨을 드디어 내 손에 넣었다. 샤넬백보다 버킨백보다 더 간절했던 스파이더맨이 담긴 쇼핑백을 붙잡고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가장 중요한 미션을 달성했으니 이제 자유롭게 내 물건을 쇼핑하기 시작했다. 세포라에 들어가 이것저것 화장품을 발라보기도 하고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속옷을 입어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여행에서 가장 필요했던 건 오롯이 혼자 즐기는 나만의 자유였다. 마무리로 블루 하와이에서 아사이볼을 먹고 남편과 뿅갹이를 만나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에서 만난 아이의 손에는 돌고래와 입맞춤한 사진이 들려 있었다. 반나절 만에 만난 아이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아이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스파이더맨을 건넸다.

그토록 원하던 스파이더맨 장난감을 손에 쥔데다 만나는 사람마다 스파이더맨이 멋지다며 인사를 건네주는 덕에 뿅갹이는 더욱 즐거워했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스파이더맨의 목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지만 어렵게 얻은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아 그마저도 달콤하게 들렸다.
이제 하와이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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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알로하, 하와이 태교 여행①
[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알로하, 하와이 태교 여행②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7-08-21 11:59:42 수정 2017-08-21 11: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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