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학예회 시즌이 다가왔다. 많은 친구들의 응원에 겁먹지 않고 여유롭게 달리는 아이, 다른 사람들의 눈길이 한꺼번에 쏟아짐에도 주저함 없이 노래를 부르고 연극 대사를 말하는 아이, 아이의 청사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우리 아이 같은 반 친구들을 보면서 왜 내 아이는 좀 더 자신감 있게, 배포 있게 행동하지 못할까 답답하고 속상했었다면 그런 엄마의 모습을 봤을 때 더 주눅들 아이를 생각해보자. 다음은 부모공감연구소 박영님 소장과의 일문일답.
KIZMOM 자신감이 없는 아이, 신중한 성격이라고 볼 수는 없나?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며 동시에 내가 무엇인가를 유능하게 해낼 수 있다는 감정입니다. 보통의 경우 10살 이전의 아이 행동은 기질에 의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질이 조심스럽고 순한 아이가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가 자신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질은 좋고 나쁨이 없으며 장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규정하기보다는 우리 아이 기질이 조심스럽고 순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이런 아이들은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차분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KIZMOM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강제로라도 대중 앞에 나서거나 자신감과 연관된 활동을 시켜야 하나? 오히려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진 않을까?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할 때, 부모가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방법이 대중 앞에 나가 혼자 말하거나 행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감은 단기간 내에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려면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성취경험이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일상에서 체험하는 반복적 경험이 좋습니다. 작은 성공경험은 또 다른 성공경험을 유도하는 연쇄효과가 있습니다.
KIZMOM 아이가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을 가질까 걱정이다. 이 두 가지를 구분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감과 자만심의 차이가 참 미묘합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자신감이겠지만 노력을 포기한 채 그 자리에서 안주하면 자만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이 지나쳐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낀다면 자만심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겠죠.
부모가 아이를 칭찬을 할 때 아이가 노력한 과정보다 결과 위주의 칭찬을 남발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칭찬할 경우 아이는 자만심에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잘했어 네가 제일이야' '잘했어. 동생이 본받아야겠다' '최고야. 네가 일등이야' '우리 딸이 제일 예쁘지'와 같은 칭찬들은 남과의 비교를 통해 아이의 우월함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칭찬은 친구를 시샘하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움,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이 노력한 과정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KIZMOM 때로는 칭찬이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칭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칭찬은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하는 동기를 만들어내고,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칭찬의 유효기간은 짧으며 중독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했다'는 칭찬에서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더욱 자주 강한 표현을 사용해야만 아이가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아이들도 칭찬을 안 들으면 잘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거나, 본인이 기대하는 칭찬 강도가 아닐 경우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칭찬은 결과의 칭찬이 아닌 과정에 대한 칭찬이어야 합니다. 과정에 대한 칭찬은 아이가 어떤 노력을 거치고, 어떤 행동의 변화를 만들었는가를 인식시키고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동기를 강화시킵니다. 이런 칭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막연한 칭찬, 이유 없는 칭찬, 친구와의 비교 칭찬은 ‘독이 되는 칭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탄과 함께 아이를 안아주는 칭찬 한번이 100번의 ‘잘했어’라는 말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KIZMOM 자신감을 형성할 때 부모와의 애착 정도도 영향을 미치나?
아이의 성격과 감정은 만3세까지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모와의 건강한 애착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아기들은 불안함, 공포를 경험하며 이는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와의 안정적 애착관계를 맺은 아기들은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색하며 안정적으로 행동하고 성장해 타인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감 있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본인도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부모는 우리 아이가 자신감이 있다고 느끼고 칭찬하며 아이의 행동을 강화시킵니다.
부모와의 애착이 아이가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의 자신감을 강화시키려고 아이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관계를 먼저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박영님 소장
부모공감연구소장
한국가족부모교육협회 이사
서울시교육청 홍보자문단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