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면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초등엄마들의 마음이 한층 분주해졌다. 아이와 함께 다시 초등 1학년이 되는 것만 같은 걱정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부모들이 많은 요즘, 아이와 함께 즐겁게 입학 준비를 할 수 있는 가이드가 더욱 절실하다.
입학 준비, 어려워하지 말고 선배맘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담에 귀 기울여 보자.
엄마의 지나친 선행학습, 입학 전 학습 반감 부추겨
서른 중반에 첫 아이를 낳은 파주에 사는 학부모 민씨는 조금은 늦은 나이 학부모가 되었다는 부담감을 선행학습의 열정으로 풀었다. 하나 밖에 없는 아이가 또래보다 뛰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야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6세부터 준비한 초등 입학 준비는 7세에 더욱 치열해졌고, 방문학습지로 매일매일 해야 하는 국어, 수학, 한자를 기본으로 사고력 수학과 영어 학원을 더했다.
아이가 대체로 즐겁게 응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초등학교 입학 후 기본적으로 해오던 학습에 일반 교과과정이 더해지자 아이가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학교생활 적응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아이는 결국 모든 학원과 사교육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 꾸준히 해오던 것들이 한 번에 날아가는 것만 같아 아이를 설득해봤지만 학교 숙제조차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모든 것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입학 전 선배맘들을 통해 얻은 교과서로 선행학습을 한 것도 부작용이었다. 아이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며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물론 집중도도 떨어진다는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후 모든 선행학습을 중단했다.
불안과 걱정 속에 모든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중단했지만 3학년이 된 아이는 현재 일반 교과 과정을 무탈하게 배워가고 있고 밀린 학습지와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다투지 않아 아이와의 관계도 전보다 훨씬 개선되었다.
모든 것을 잘하는 만능 아이는 없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이모씨는 도심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본인이 느껴온 예술 문화에 대한 갈증을 아이에게 쏟아 부었다. 아장아장 걷던 시기부터 소근육 발달을 위한 음악 놀이, 절대 음감을 키워주기 위한 소수정예 발성 레슨은 아이가 자라면서 창의력을 쌓을 수 있는 오감 체험 미술 수업, 수학 능력을 돕기 위한 보드게임과 함께 하는 사고력 수학 과정, 성장을 돕는 수영 강습, 밤하늘을 관찰하며 우주를 배워가는 천문대 수업으로 이어졌다.
기본적인 학습에 더해진 소위 창의력 발달 수업으로 학습 능력은 물론 지구력과 운동신경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품는 만능인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이모씨의 심정. 하지만 이러한 수업은 거의 소수정예로 진행되었고 예정에 없던 둘째가 태어나면서 수업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의 픽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했기에 둘째가 태어나자 거의 모든 수업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자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더욱 즐거워했고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도 얼마든지 신선하고 창의적인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창의력 사교육 수업을 확 줄이자 가게 부담도 적어졌고 아이도 시간의 여유가 생겨 오히려 친구와 함께 지내며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다 잘하길 원했지만 그것은 결국 과도한 사교육으로 낭비한 교육비와 시간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올바른 학습 습관을 잡아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조바심으로 부모는 물론 아이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에게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제 유치원에서 갓 올라온 병아리 초등학생일 뿐이다.
엄마의 조급함은 아이에게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고, 아이 또한 입학 전부터 학교는 즐거운 곳이 아닌 긴장되고 어려운 곳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 선배맘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꼭 필요한 것은 학습 습관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낯선 곳이지만 새로운 친구와 함께 호흡하며 즐거운 배움을 이어나는 곳이라는 생각을 정착시켜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진정한 입한 준비가 아닐까. 아이는 행복한 만큼 자라고 배운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 연재에서는 사립초등학교와 공립초등학교 입학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조언이 이어집니다.)
김소연 키즈맘 기자 ks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