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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공개] 임신부의 날 수기 공모전 ① 행복한 아빠

입력 2017-10-27 10:48:38 수정 2017-10-27 10: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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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맘이 2017 임산부의 날을 맞이해 독자들에게 임신부 수기를 공모했다. 소중한 생명을 얻는 과정에서 울고 웃었던 진솔한 이야기들이 접수되었고 그중 수상작 5명의 작품을 본지에 소개한다.<편집자주>

① 행복한 아빠- 김종헌
② 마흔 하나 엄마, 셋째 낳다-김현정
③ 난 4명을 원한다고!-안현준
④ 나의 행복 출산기-임순애
⑤ 당신은 나의 서포터즈-최주희



행복한 아빠(김종헌)

저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세 아이의 아빠'라고 하면 아내가 임신을 세 번 했다는 의미죠.

임신을 하면 아내들은 남편보다 큰 변화를 겪어야 합니다. 체형도 변하고, 배도 나오고, 걷기도 자기도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 아내는 임신 당시 우선 먹는 것을 절제하더군요. 커피도 제대로 못 마시고, 회도 제대로 못 먹고, 자기 식성에 맞지 않아도 아이가 좋아하면 갑자기 먹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아니라, 아기가 먹고 싶어 하는 거야”라는 아내의 말을 처음엔 믿지 않았으나 지금은 가장 굳게 믿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아플 때 아기에게 피해가 갈까 약을 제대로 못 먹는 것을 옆에서 보면 정말 힘듭니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두통과 콧물을 약 없이 버티면서 일주일을 지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 말고도 쓰다 보면 정말 많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위한다며 그 좋아하는 커피를 하루 한 잔 미만으로 줄였습니다. 너무 힘들어 할 떄는 약을 권했지만 아내는 감기약을 거의 먹지 않고 감기와 싸웠습니다. 임신 때문에 찾아오는 각종 통증, 생리현상, 밤에 쥐가 나고 살이 터지는 와중에도 집안일과 시댁 어른들을 뵙는 교회 참석까지 여러 가지 일들을 기꺼이 감당해 주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편하고 살기 좋은 시대에 임신과 육아는 정말 감당하고 싶지 않은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 배우들 중에는 대리모에게 본인 아이를 낳게 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내는 그런 시간을 30개월이나 보냈습니다. 제가 26개월간의 군 생활을 했는데 아내는 저보다 4개월이나 길게 더 힘든 일을 한 셈이죠.

지금의 저는 아내를 저의 고참으로,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첫 번째가 ‘마음’, 두 번째가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야근을 하고 돌아오면 아내와 아이들은 자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날은 집에 와보면 불이 환하게 켜져 있거나, 옷이 어질러져 있거나 혹은 밥상에 모든 접시가 그대로 있거나, 세탁기 안에 빨래를 넣고 세제까지는 넣었는데 정작 운전 버튼을 누르지 않은 등의 모습을 보면 아내가 얼마나 치열한 하루를 살다가 자러 들어갔을까 눈에 선합니다.

이 때 앞에서 말한 본인의 ‘마음’이 움직여야 합니다. 고생이 많았을 아내를 떠올리며 안쓰러운 마음과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밤 11시에 귀가하면 아내와 아이들을 깨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어떤 날은 밤 12시에 들어가셔 새벽 1시를 넘겨서까지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못한 일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치 우렁각시가 다녀간 것처럼 그 일이 다 된 상태여서 아내가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매일 한 것도 아니고, 돌이켜 보면 매일 집안일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항상 저에게 고맙다며 메시지를 보내곤 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고, 같이 감당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답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으로 향하는 출근길(?)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아내도 제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도 아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감사하기 때문에 집으로 향하는 길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한 가지 더, 저는 모든 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커피를 원하는지 늘 물어봅니다. 아내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주문을 받고 카페라떼인지 아메리카노인지 물어보고 커피를 내립니다. 또한 제가 집에 있을 때는 무조건 제가 설거지를 하려고 합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 만들고, 아내가 행복하게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제가 만들어 준다는 것은 제게 기쁨이거든요.

물론 주말이나, 연휴에도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숍으로 아내를 데리고 가고 그녀가 좋은 풍경을 보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계획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육아는 아빠가 같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남편들은 아내가 감당하는 무거움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집안일을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직접 겪어보면 아내가 가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상대방인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행복한 시간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를 이를 '거룩한 부담감'이라고 봅니다.

쉽지 않은 임신과 육아를 감당하는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 임산부들 오늘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키즈맘 생각
이제 가정에 많은 투자를 하는 남성이 공공의 적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건 부부 간의 당연한 행동이다. 김종헌 씨는 아내가 가정을 위해 쏟는 노력과 정성, 시간을 감사하게 여긴다. '엄마는 원래 그런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자에게 고마워하는 그 마음과 행동이 특별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즐길 동안 온전한 여유를 주기 위해 설거지를 자청하는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7-10-27 10:48:38 수정 2017-10-27 10: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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