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Total News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다둥이 아빠 박지헌이 전하는 이야기

입력 2017-10-30 11:56:13 수정 2017-10-30 12:05:10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 더 커
불가능일 줄 알았던 것이 와보니깐 올 수 있는 거더라


인생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던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의 재고와 함께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불문율은 깨어진 지 오래.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다자녀 가족은 관심의 대상이자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다. 특히나 유명인이라면 이목이 더욱 쏠리기 마련.

저조한 출산율과 무자녀 가구의 증가, 만연한 비혼족. 이런 세대의 세태를 역행하듯, 여섯 번째 출산 소식을 전하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가수 박지헌 씨. V.O.S 리드 보컬로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그의 행보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다자녀를 두게 된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용인에 위치한 박지헌 씨의 집을 찾았다. 그간 겪었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전하는 인터뷰.


여섯 아이, 애초에 계획했던 일은 아니라고
아내가 신혼 초, 막연하게 아이 다섯을 낳고 싶다고 말했 던 것이 정말 실현 가능할 줄은 몰랐다. 계획하고는 할 수 없는 일이지 않나? 계획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결말을 짓고 결말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점차 이야기가 완성되어 가더라.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면 살아가는 동시대 속,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을 하던 부부였지만 계획 없음이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한계를 제한하지 않게 하더라.

평범했기에 똑같은 고민을 했다는 박지헌 씨. 부부에게 고민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의연하게 말을 이어온 그도 자녀를 출산할 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체감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같기 때문에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바라볼 터. 박지헌 씨 역시 여느 부부처럼 아이를 그만 낳고 부부만의 삶을 누려보는 것을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며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우려 섞인 시선과 주변의 목소리는 다자녀를 갖는 것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복된 것이라는 확신이 희미해질 때도 있었고 잘 못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었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양가 부모님마저 만류했었기에 이 부부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이 됐다. 그러나 이내 혼란스러운 생각을 거두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부부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부부에게 남모를 어려움. 기다림 끝, 가지게 된 아이
공공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잘 들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부부에게도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박지헌 씨는 아들 둘을 낳고, 딸이기를 기대했던 셋째 역시 아들이 나오자 또 아들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넷째를 주저했었다고 운을 뗐다. 아내와 넷째를 갖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도중, 아들이 태어날까봐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마음이 찔렸다는 그는 그 마음이 걸려 아들을 낳더라도 넷째를 갖기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내와 딸에 대한 기대 없이 넷째를 갖기로 계획하고 나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던 부부. 간절한 마음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 조절하며 꼬박 기다렸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찾아오지 않았던 아이. 그 시간은 부부에게 동안의 삶을 점검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부부를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쉽게 받은 선물은 거저 받은 줄 아는데 어렵게 받으면 그 과정 자체가 선물이 되더라” 조심스럽지만 경쾌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가 지금의 삶을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어렵게 가진 넷째, 자연스럽게 기다려진 다섯째는 물이 흐르듯 부부에게는 자연스러웠던 일이었다.

여섯째 임신 소식과 함께 감내해야 했던 무책임하다던 비난
최근 여섯째 임신 소식을 전하면 쏟아지는 관심과 비난을 감내해야만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간의 편견 어린 시선과 오해가 원망스럽지는 않았을까. 어렵게 입을 뗀 그는 원망은 잠시였다고.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던 그는 음식을 맛보지 못한 사람에게 아무리 그 음식이 맛있다고 해도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집에 있다가 갑자기 아이들과 야식이 먹고 싶어 잠옷 바람인 채 바깥에 곧장 나간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 이것을 보고 애들한테 신경 쓰지 않고 막 키운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때 알았다. 다른 사람한테 평범할 수 있는 것이 자녀가 많은 집에서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그때부터는 외출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고 신경 쓰고 나가려고 한다며 한 일화를 전했다.

다자녀를 둔 가족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오해와 편견의 단편적인 예이다. 많이 낳으니 아이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막 키울 것이라는 세상의 좁은 시선. 그렇지만 마땅히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담담히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참 행복해 보였다.


여섯 아이의 아빠됨을 준비하는 책임감
곧 여섯 아이의 아빠가 되는 그의 책임감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연예인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이어트를 하고 예쁘게 가꿔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박지헌 씨 역시 여섯 아이의 아빠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니 가정에 집중해야 할 명분이 더 확실해져서 행복하다고 답했다.

아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더 건강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행복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은 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임져야 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할 때,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그때 날렵해짐을 경험한다.”는 박지헌 씨의 대답은 의례 힘들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대답이었다. 그가 느끼는 책임감은 그의 삶의 동력이자 행복이었던 것.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중독되다.
집 안을 들여다보니 노래방 부스와 오락게임, 농구대 등 아이들과 집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가 곳곳에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 이야기한 그는 아이들과 어떻게 노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양육관에 대해 말했다. “흔히 아빠들이 아이들과 노는 게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중독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듯, 아이랑 노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즐거워지려면 그만한 시간을 내야지 좋은지 아닌지도 아는데 아이랑 노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물론 자신은 상황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유리한 환경이지만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환경이 아니라 시도가 어렵더라고 하더라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것이 삶에 전부가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와보니깐 올 수 있는 일이더라고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바깥을 향해 분산되었던 시선을 가정으로 모을 때, 가정에 찾아오는 기쁨
요즘에는 가정 이외에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시선이 분산되기 십상이다. 술자리, 자기 취미 분산되어 있는 것 때문에 집에 마음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정이 있다면 가정을 계획한다면 바깥에서의 재미를 끊는 싸움을 해야 한다. 끊어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가정이 훨씬 재밌고 친구보다는 아들이 더 재밌고 채워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라고 했던가. 가정의 제일의 휴식처이자 가족이 가장 좋은 친구라는 박지헌 씨의 고백은 가정이 거침돌 처럼 여기는 사회에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별거와 졸혼이 세련된 것쯤으로 여기며 허물어진 가족의 형태를 종용하는 세대에 그의 가정은 사회에 의미 있는 반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입력 2017-10-30 11:56:13 수정 2017-10-30 12:05:10

  • 페이스북
  • 엑스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