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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행위’의 반전, 득(得)이 될 수도 있다?

입력 2017-11-03 16:33:00 수정 2017-11-03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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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움 받는 미루기의 반전 있는 유익함. 무의식 속 미루고자 하는 욕구, 최선의 것을 생각해내기 위한 방법이라면? ‘미루는 행위가 마침내 남다른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


미루기 효과
고대 이집트에는 미루는 procrastination' 행위를 묘사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동사가 있다, 하나는 게으름'을 뜻하고 또 다른 하나는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는 것. 오늘날 우리는 어떨까? 맡은 일을 정해진 기한보다 먼저 해놓는 것을 미덕이라 여기는 시대에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믐밤에 달이 뜨는 것과 같다.

미루는 행위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가설은 빨리해내는 것을 능사인 줄 여기는 인습적인 통념을 뒤집는다. 해야 할 일을 미룬 것처럼 보이는 '미루는 행위'가 진가를 발휘하기 직전의 예열 단계가 될 수 있을까?
미완성 효과라고도 불리는 심리학 용어,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에 따르면 마치지 못한 과제는 마친 과제보다 더 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단한 채로 내버려 둘 경우에 미완성된 일이 머릿속에 맴돈다는 것.
, 미룬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해야 할 일을 계속 머릿속에 염두해 두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독창적인 개념들을 생각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좀 더 색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기한이 마침내 닥치면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다양한 생각을 종합하여 완성한다.


지연 행동의 득, 창의성
미루기 효과가 낭설이 아님을 확증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레나 수보트닉이(Rena Subotnik)이 이끄는 연구팀은 과학 영재 선발대회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미루기 효과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방법은 과학 영재 선발대회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상을 받은 지 십여 년 정도 지났을 때, 사회생활, 건강 관련 행동, 일상적인 일, 그리고 창의적인 일을 할 때 시간을 끌었는지 확인한다. 과학 영재 선발대회 수상자들이 십여 년 정도 지났을 때, 결과는 어땠을까? 68%의 수상자들이 위의 네 가지 영역 중에 적어도 두 가지 영역에서 일을 미룬다고 대답했다. 이어, 과학 영재들에 따르면 미루기를 과학적인 문제나 해결책을 너무 서둘러 선택하지 않고, 생각이 무르익도록 해주는 방편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한다. 다른 이는 시간을 끄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상 뭔가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찬찬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그렇게 한다라고 답했다.
사고가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에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 미루는 습성은 흔한 것으로 보고한다. 미루기는 창의적인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실험에서도 위의 사실을 증명한다. 이번 실험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대학 교정에 편의점이 있던 빈자리를 채울 사업 계획을 써보게 했다. 한 그룹은 즉시 작업에 착수하고 다른 한 그룹은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사업 계획 작성 작업을 미루도록 하여 두 집단을 비교한 것.
그 결과, 게임을 하며 사업 계획 작성을 미루었던 집단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누가 즉시 작업에 착수한 사람이고 누가 작업을 미룬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독립적인 평가단의 심사결과 역시, 일을 미룬 사람들이 28%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지연 행동'은 단순히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작업을 완성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고를 확장시킨다. 미루기는 창의적인 생각의 기화가 된다.
그렇다면 문제를 무조건미루는 것은 어떨까? 주어진 것을 해결할 의지 없이 차일피일 미루고 정해진 기한을 넘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과는 무관하며 그저 불성실한 태도의 단편인 것.


재촉하는 부모, 자녀의 생각을 제한하다
일상생활 속, 우리는 너무 쉽게 아이를 재촉한다. 부모의 재촉은 넓혀져야 할 아이의 사고의 틀을 제한적으로 만든다는 사실. 그리고는 부모는 자녀에게 다양하게 생각해봐,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라며 터무니없는 창의성을 기대한다. 남들과 다른 방법을 기대하면서 모순적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아이를 통제하는 부모. ‘준비하는 것미리 하는 것이라고 불문율처럼 여겨왔지만 미루는 것이 아이에게는 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부모의 리듬과 스텝에 맞춰 흐르는 아이의 생각을 고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의 빠르기에 따라 아이를 묵묵히 지켜봐주자. 아이는 분명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다양한 사고 끝에, 최선의 것을 발견해낼 것. 부모가 자녀에 대한 믿음으로 지켜봐 주면 아이의 생각은 무럭무럭 커, 생각의 나무에 풍성한 열매를 맺힐 것이다.


염려 대신 인내, 우리 아이의 다른 내일
흑인 인권운동의 아버지 마틴 루서 킹 역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생애 최고의 연설문. 이 역시 대행진 전날 밤 10시가 되어서야 연설문을 쓰기 시작해 연설 당일까지 연설문을 고치고 쓰기를 반복하며 탄생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미리 해두지 않았다고 혼쭐이 났을 것 같지만 말이다. 다방면에 뛰어났던 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광학 실험이며 다른 일을 하느라 <모나리자> 그림을 약 16년에 걸쳐 완성하였고 <최후의 만찬> 역시, 구상하는 데만 15년을 보냈다. 수많은 역사적 인물도 미루는 시간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현했다는 것. 이래도 불안해하겠는가? 지나친 염려는 접어 두고, 무궁무진한 내 아이의 생각과 가능성을 드넓게 펼칠 수 있도록 오로지 믿음과 인내로 지켜봐 준다며 우리 아이의 내일은 다를 것.



참고도서 <오리지널스> (글 애덤 그랜트, 옮김 홍지수, 한국경제신문 )
사진 셔터스톡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입력 2017-11-03 16:33:00 수정 2017-11-03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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