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트렌드고 비혼은 속 편하다'는 글귀가 시기의 세태를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사랑하고, 영원을 맹세하며 결혼을 한다. 결혼의 끝이 새드엔딩일지라도.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은 OECD 전체 34개국 가운데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실제 부부 10쌍 중 과반수에 달하는 부부가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증가하는 이혼율과 더불어 반비례하듯 계속 올라가는 재혼율.
재혼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결혼에서 재혼 비율은 22.7%였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 재혼인 비율은 12.1%로 나타났다. 10년 전, 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90년대 초만 해도, 흠처럼 여겨지던 이혼과 재혼은 다른 사람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기 좋은 가십거리였다. 10여 년이 더 흐른 지금,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은 천양지차로 바뀌었다.
주류로 여겨지던 정형화된 가족의 형태가 사문화된 가운데, 선택적 결혼 그리고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과 같은 무자녀주의자 부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장년층에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졸혼과 황금 이혼이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돌싱 인구가 증가한 것.
원 가족의 형태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변주가 야기하는 관계의 균열과 소음은 서로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맞춰 가는데 필요한 통과의례의지 않을까.
재혼 가정을 바라보다, 스텝맘
1999년 개봉된 영화, <스텝맘, Stepmom> 재혼 가정의 갈등요소와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곡해 없이 솔직, 담백하게 담아냈다. 새엄마와 아이들, 친엄마와 새엄마 등 새로운 가족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관계, 혁혁한 입장의 차이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오해와 적개심. 과연 그들의 관계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새엄마 이자벨, 서투름의 진심
이자벨(줄리아 로버츠)의 아침은 분주하다. 결혼한 적 없으며 한 번도 어머니가 되고자 한 적 없는 그녀가 남자친구 루크(에드 해리스)의 두 자녀인 애나(레나 말론)와 벤(리암 에이켄)을 종종 돌보게 된 탓이다. 사회에서는 촉망받는 프로페셔널 사진작가로서 명성을 떨치지만 아이들
앞에만 서명 무능력함을 느끼는 이자벨은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지를 않는다.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강아지를 사주기도 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의 등하교도 도맡아보지만 좀처럼 마음 문을 열지 않는 애나와 벤은 그녀에게 언제나 적대적이다. 노골적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애나도 버겁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이내 사라져버리는 예측 불가 벤 역시 그녀에게는 힘들다. 소용돌이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소란스럽고 고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옹성과 같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수하고자 끊임없이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포기하고 싶으련만 그녀는 여전히 적응 중.
새엄마의 진심을 이내 받아들인 애나
사실, 애나는 아빠의 여자친구 이사벨이 원망스럽다. 그녀만 없다면 엄마와 아빠의 재결합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자신의 소망을 가로막는 거침돌 같은 그녀가 싫은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친엄마와 전혀 다른 성향의 새엄마는 받아드리기 거북하다. 반사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과 같은 것이랄까.
모친인 재키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엄마가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전형적으로 ‘엄마’하면 떠올릴 수 있는 표상적 이미지를 지닌 사람.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반면, 이자벨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신여성이다. 아직은 엄마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엄마 역할을 익히기에도 급급하고 서툴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애나는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난공불락과 같은 애나의 마음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사실, 애나와 공통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이사벨이다. 고아적이고 규범적인 친엄마와 다르게 록을 좋아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이사벨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더욱이 언니 같은 조언도 서슴지 않는 이사벨은 보면 볼수록 새엄마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성애와 현실 사이에 느끼는 양가적 감정의 재키
사실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비단 애나만은 아니다. 루크의 전처이자 애나와 벤의 친모인 재키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는 이자벨이 못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그녀의 취향과 아이를 다루는 양육방식 모두 이해불가다. 재키 역시, 아이들의 스케쥴을 착각하기도 하고 실수로 아이를 잃어버린 적 있지만 이자벨의 실수는 용납이 안 된다. 사실은 이해하기보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새엄마 자격의 불충분이 아닌 엄마의 자리를 나누고 싶지 않은 재키의 속마음.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새엄마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다. 이사벨이 남매의 ‘엄마’가 될 수 없는 이유. 감추고 싶은 재키의 마음이 이내 들춰진다.
갑자기 걸려온 애나 담임 선생님의 전화에 전 남편 루크와 함께 학교를 찾는다. 애나의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애나가 공부도 소홀히 하고 이사간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런 애나의 문제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급급한 루크와 재키. 담임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애나의 아빠에게 애나의 거짓말 이면에 자친구분과 어머님 사이의 적대감을 느껴 생긴 일이 아닌지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재키.
새엄마와 아이들 간의 갈등이 이사벨 탓이라고 여기고 싶던 재키 마음의 민낯을 들춰낸 것.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가 원하시면 아줌마 싫어할게요”라고 말하는 벤의 말은 아이들과 새엄마 사이에서 뒤로 물러나야 할 것 같아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두 엄마의 진심, 아이를 위한 최선
아이들을 향한 이자벨의 진심을 받아들이려 하는 순간, 부쩍 가까워진 이사벨과 애나를 목도한다. 결정적으로 이성 문제로 고민하는 애나가 성숙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은 뒤로 하고, 새엄마가 조언한 대로 당한 수치와 모욕을 똑같이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이사벨과 격한 언쟁을 한다.
자신의 행동과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는 고민으로 말과 행동에 신중해진다는 재키의 말은 단번에 이사벨이 아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섣부르고 무책임한 새엄마로 만든다. “못 믿겠지만 나도 노력 중이에요. 나도 진심으로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래요“. 마지막 항변처럼 내뱉은 이사벨의 한마디가 재키의 마음을 뒤흔든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친엄마’, ‘새엄마’ 모두 아이를 위한 마음만은 변함없었던 것.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친엄마 재키와 마주한 자리에서 새엄마로서의 소회를 드러낸다.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완벽한 엄마, 재키의 자리를 조금이라도 탐하지 않는 그녀지만 이다음에
재키가 세상을 떠나고 결혼하는 애나 옆에서 축하해주는 자신 대신 친엄마를 그리워 할 애나를 생각하니 자신없고 두렵다고. 재키 역시 이사벨만큼 두렵다. 애나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봐. 그녀들만 공감할 수 있는 켜켜히 가슴 속 한켠에 묵혀두었던 이야기, 연대와 우정을 곤고히 한다.
1999년, 영화가 개봉할 당시 한국의 사회와는 이질감이 느껴지던 영화 <스텝맘>의 이야기.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지던 영화 속 이야기는 약 18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현실과 닮아 있다.
‘본능’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반복되는 사랑이 때로는 사랑을 갈구하고 이정하지 못한 사랑은 끊임없이 대상을 찾는다. 그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일 수도 자신의 일이 될 수도 혹은 자녀를 향한 사랑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사랑이 무엇을 향해 있던 인간은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만하다는 것.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인간의 사랑을 대변하는 '재혼' 역시 변주된 가족의 형태일지라도 가정을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사랑'이다. 근본적인 '사랑'에 집중할 때, 균열은 조화를 이루고 소음은 멜로디가 된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인 이유이지 않을까.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은 OECD 전체 34개국 가운데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실제 부부 10쌍 중 과반수에 달하는 부부가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증가하는 이혼율과 더불어 반비례하듯 계속 올라가는 재혼율.
재혼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결혼에서 재혼 비율은 22.7%였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 재혼인 비율은 12.1%로 나타났다. 10년 전, 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90년대 초만 해도, 흠처럼 여겨지던 이혼과 재혼은 다른 사람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기 좋은 가십거리였다. 10여 년이 더 흐른 지금,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은 천양지차로 바뀌었다.
주류로 여겨지던 정형화된 가족의 형태가 사문화된 가운데, 선택적 결혼 그리고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과 같은 무자녀주의자 부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장년층에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졸혼과 황금 이혼이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돌싱 인구가 증가한 것.
원 가족의 형태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변주가 야기하는 관계의 균열과 소음은 서로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맞춰 가는데 필요한 통과의례의지 않을까.
재혼 가정을 바라보다, 스텝맘
1999년 개봉된 영화, <스텝맘, Stepmom> 재혼 가정의 갈등요소와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곡해 없이 솔직, 담백하게 담아냈다. 새엄마와 아이들, 친엄마와 새엄마 등 새로운 가족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관계, 혁혁한 입장의 차이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오해와 적개심. 과연 그들의 관계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새엄마 이자벨, 서투름의 진심
이자벨(줄리아 로버츠)의 아침은 분주하다. 결혼한 적 없으며 한 번도 어머니가 되고자 한 적 없는 그녀가 남자친구 루크(에드 해리스)의 두 자녀인 애나(레나 말론)와 벤(리암 에이켄)을 종종 돌보게 된 탓이다. 사회에서는 촉망받는 프로페셔널 사진작가로서 명성을 떨치지만 아이들
앞에만 서명 무능력함을 느끼는 이자벨은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지를 않는다.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강아지를 사주기도 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의 등하교도 도맡아보지만 좀처럼 마음 문을 열지 않는 애나와 벤은 그녀에게 언제나 적대적이다. 노골적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애나도 버겁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이내 사라져버리는 예측 불가 벤 역시 그녀에게는 힘들다. 소용돌이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소란스럽고 고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옹성과 같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수하고자 끊임없이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포기하고 싶으련만 그녀는 여전히 적응 중.
새엄마의 진심을 이내 받아들인 애나
사실, 애나는 아빠의 여자친구 이사벨이 원망스럽다. 그녀만 없다면 엄마와 아빠의 재결합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자신의 소망을 가로막는 거침돌 같은 그녀가 싫은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친엄마와 전혀 다른 성향의 새엄마는 받아드리기 거북하다. 반사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과 같은 것이랄까.
모친인 재키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엄마가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전형적으로 ‘엄마’하면 떠올릴 수 있는 표상적 이미지를 지닌 사람.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반면, 이자벨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신여성이다. 아직은 엄마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엄마 역할을 익히기에도 급급하고 서툴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애나는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난공불락과 같은 애나의 마음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사실, 애나와 공통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이사벨이다. 고아적이고 규범적인 친엄마와 다르게 록을 좋아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이사벨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더욱이 언니 같은 조언도 서슴지 않는 이사벨은 보면 볼수록 새엄마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성애와 현실 사이에 느끼는 양가적 감정의 재키
사실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비단 애나만은 아니다. 루크의 전처이자 애나와 벤의 친모인 재키는 아이를 낳아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는 이자벨이 못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그녀의 취향과 아이를 다루는 양육방식 모두 이해불가다. 재키 역시, 아이들의 스케쥴을 착각하기도 하고 실수로 아이를 잃어버린 적 있지만 이자벨의 실수는 용납이 안 된다. 사실은 이해하기보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새엄마 자격의 불충분이 아닌 엄마의 자리를 나누고 싶지 않은 재키의 속마음.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새엄마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다. 이사벨이 남매의 ‘엄마’가 될 수 없는 이유. 감추고 싶은 재키의 마음이 이내 들춰진다.
갑자기 걸려온 애나 담임 선생님의 전화에 전 남편 루크와 함께 학교를 찾는다. 애나의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애나가 공부도 소홀히 하고 이사간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런 애나의 문제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급급한 루크와 재키. 담임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애나의 아빠에게 애나의 거짓말 이면에 자친구분과 어머님 사이의 적대감을 느껴 생긴 일이 아닌지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재키.
새엄마와 아이들 간의 갈등이 이사벨 탓이라고 여기고 싶던 재키 마음의 민낯을 들춰낸 것.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가 원하시면 아줌마 싫어할게요”라고 말하는 벤의 말은 아이들과 새엄마 사이에서 뒤로 물러나야 할 것 같아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두 엄마의 진심, 아이를 위한 최선
아이들을 향한 이자벨의 진심을 받아들이려 하는 순간, 부쩍 가까워진 이사벨과 애나를 목도한다. 결정적으로 이성 문제로 고민하는 애나가 성숙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은 뒤로 하고, 새엄마가 조언한 대로 당한 수치와 모욕을 똑같이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이사벨과 격한 언쟁을 한다.
자신의 행동과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는 고민으로 말과 행동에 신중해진다는 재키의 말은 단번에 이사벨이 아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섣부르고 무책임한 새엄마로 만든다. “못 믿겠지만 나도 노력 중이에요. 나도 진심으로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래요“. 마지막 항변처럼 내뱉은 이사벨의 한마디가 재키의 마음을 뒤흔든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친엄마’, ‘새엄마’ 모두 아이를 위한 마음만은 변함없었던 것.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친엄마 재키와 마주한 자리에서 새엄마로서의 소회를 드러낸다.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완벽한 엄마, 재키의 자리를 조금이라도 탐하지 않는 그녀지만 이다음에
재키가 세상을 떠나고 결혼하는 애나 옆에서 축하해주는 자신 대신 친엄마를 그리워 할 애나를 생각하니 자신없고 두렵다고. 재키 역시 이사벨만큼 두렵다. 애나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봐. 그녀들만 공감할 수 있는 켜켜히 가슴 속 한켠에 묵혀두었던 이야기, 연대와 우정을 곤고히 한다.
1999년, 영화가 개봉할 당시 한국의 사회와는 이질감이 느껴지던 영화 <스텝맘>의 이야기.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지던 영화 속 이야기는 약 18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현실과 닮아 있다.
‘본능’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반복되는 사랑이 때로는 사랑을 갈구하고 이정하지 못한 사랑은 끊임없이 대상을 찾는다. 그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일 수도 자신의 일이 될 수도 혹은 자녀를 향한 사랑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사랑이 무엇을 향해 있던 인간은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만하다는 것.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인간의 사랑을 대변하는 '재혼' 역시 변주된 가족의 형태일지라도 가정을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사랑'이다. 근본적인 '사랑'에 집중할 때, 균열은 조화를 이루고 소음은 멜로디가 된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인 이유이지 않을까.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