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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버럭 육아 중?

입력 2017-11-15 17:43:46 수정 2017-11-15 17: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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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사랑을 모두 발견하는 과정, 육아
엄마는 항상 오빠 혹은 언니 편이었다. 가끔은 정말 내가 이 집의 가족이 맞나라는 생각으로 괴롭던 날들도 있었다. 엄마는 내면의 상처를 가진 채 아이들을 대했고 그 상처들은 모진 말과 행동으로 대물림 되었다. 알게 모르게 엄마의 상처는 내면에 깊이 박혔고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가장 싫었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아이에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한 육아카페에 올라온 글에 자신을 버럭맘이라고 소개하는 엄마의 고백 중 일부분이다.
버럭맘이란 말 그대로 갑자기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를 지칭하는 말로 분노조절에 실패하고 매번 후회하는 엄마들을 뜻한다. 육아는 어렵다. 체력전이며 동시에 심리전이다. 더군다나 독박육아를 하다보면 아이를 위한 시간이 아이를 다그치는 시간으로 변모하게 되는 순간은 한 순간이다.

또한 육아를 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들을 발견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제때 해결하거나 위로받지 못한 감정들을 깊은 슬픔을 동반한 상처가 되어 감정의 흉터로 남는다. 특정한 순간 그 부분을 자극받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억눌린 감정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육아는 어쩌면 자신이 받은 상처와 아픔을 비롯해 자신이 사랑받았던 순간과 기쁨을 동시에 재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빠, 우리 뭐하고 놀까?
아버지는 늘 사업으로 바쁘고 복잡한 여자문제로 인해 어머니와 다투셨다. 외아들이었던 나는 부모님의 사이가 냉랭해지곤 하면 당연히 홀로 놀아야했고 항상 심심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겨우 이겨내고 40세가 넘어서야 늦은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얻게 되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아빠 우리 뭐하고 놀까?”라고 물어보는 순간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 나조차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 늘 홀로 지내야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항상 재미있게 아빠와 노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내 모습을 아들이 그때의 내 나이가 된 지금 다시 발견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40대 후반의 한 아버지는 자신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 후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한다.

엄마도 울어야 한다
우리 아이는 떼쓰거나 보채는 법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얌전하고 침착한 아이라는 생각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이는 아이답게 때로는 울고 보채고 떼를 쓰는 것이 옳다. 그것은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원하는 것과 소유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체득하면서 자연스레 다듬어지는 부분이 아닐까. 만약 제때 울지 못한 채 성장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울어야 한다.

감정이 억눌린 상태로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의도치 않은 전혀 엉뚱한 상황과 상대에게 모난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지게 된다. 그래서 자책하지 않고 후회 없는 육아를 위해서 건강한 감정 표출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신 안에 고여 있는 슬픔의 무게를 한꺼번에 아이에게 쏟아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상처를 주는 행동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과정이 행복한 육아의 시작이다.
김소연 키즈맘 기자 ksy@kizmom.com
입력 2017-11-15 17:43:46 수정 2017-11-15 17: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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