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13세 이하 어린이의 식당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인권위는 피해자 인권은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의 인권만 생각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A 씨는 지난 해 9세 자녀를 포함한 가족과 식사하기 위해 B식당을 방문했으나, 식당 측은 13세 이하 아동은 이용할 수 없다며 진정인 가족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 씨는 아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식당 측은 “아동들의 안전사고 발생과 분쟁,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로 일부 아동과 부모들로부터 어려움을 겪게 돼 이용 제한 대상을 13세 이하 아동으로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상업시설의 운영자들은 최대한의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이들에게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으나, 이 같은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특정 집단을 특정한 공간 또는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 합당한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B식당의 경우 파스타, 스테이크 등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장소가 아니며, 이용자에게 시설 이용상 특별한 능력이나 주의가 요구되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식당의 이용 가능성과 연령 기준 사이에 합리적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모든 보호자가 사업주나 다른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무례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다른 이용자들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러한 판단을 두고 누리꾼들은 “피해자의 인권은 인권이 아니냐”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 부모의 비매너로 인한 ‘노키즈존’ 논란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12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국물녀'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사건은 식당에서 아이에게 뜨거운 국물을 쏟아 화상을 입힌 뒤 가해자가 그냥 떠났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한바, 아이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뜨거운 국물을 들고 있는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부딪힌 장면이 확인되면서 식당에서 아이를 방치한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는 쪽으로 역전됐다.
이에 많은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방치한 아이 엄마를 비난하며, 예의 없는 부모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글을 앞다투어 올리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고 위험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게 됐다는 카페를 찾았다. / 사진 류신애
‘노키즈존’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이유
서울 동작구에서 ‘노키즈존’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카페 특성상 아이랑 함께 오는 손님이 많아 카페는 잘 됐지만, 소음과 쓰레기, 무리한 요구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면서 매출은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성 입장은 대다수의 알바생들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0월 알바생 1092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알바생의 생각은?’이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에 달하는 75.9%가 노키즈존 확산에 찬성했다.
응답자들은 73.5%가 근무 중 유아 혹은 유아 동반 부모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적 있었으며, 가장 난처했던 경험으로 ‘소란 피우는 아이를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상황(60.4%)’이라고 답했다.
기타 난처했던 상황으로는 ▲‘청소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테이블을 더럽힌 상황’(14.6%) ▲‘본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갑질을 부리는 상황’(6.6%) ▲‘그릇·컵 등 실내 제품 및 인테리어를 훼손한 상황’(5.4%) ▲‘다른 손님들의 불만이 접수된 상황’(5%) ▲‘아이만을 위해 메뉴에 없는 무리한 주문을 하는 상황’(4.8%) ▲‘매장에 있는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요청을 하는 상황’(3.1%) 등을 꼽았다.
‘노키즈존’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분명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의 책임 임은 틀림없다. 아이를 키우는 대다수의 부모들 역시 말썽부리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고 논란을 만드는 일부 부모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대형 마트에 장을 본 뒤 푸드 코너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남자아이가 오줌 마렵다고 보채자 두리번거리더니 식수용 컵에 오줌을 받았다”며 “같이 식사하던 엄마가 화를 참지 못하고 다 같이 먹는 물컵에 어떻게 아이 오줌을 받을 수 있냐, 정신 나갔냐고 화를 낸 일이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이해할 수 없다, 노키즈존 대찬성한다”,”일부 부모들의 도덕성 부족이 사회문제로 부각 되는 듯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노키즈존’ 확산이 답일까?
노키즈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공공예절 교육과 부모들의 책임 있는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
앞서 살펴봤던 ‘노키즈존에 대한 알바생의 생각은?’이란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노키즈존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 36.2%가 '부모를 대상으로 한 육아 교육 실시'를 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25.5%는 '어린이집·유치원·가정에서 아이들의 공공장소 예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경기연구원 김도균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노키즈존은 어린이라는 특정 집단 전체를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간주하고 사전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설문 결과에서도 아동집단 전체가 아니라 특정 행위만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견해가 61.5%인 만큼 뛰는 행동 금지, 소란 금지 등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키즈존 논란의 중심에는 ‘아이’가 아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류신애 키즈맘 기자 love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