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대디.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유롭게 대화하고 소통하려 노력하는 아빠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북유럽 아빠들의 성향과 일치해 '대디' 앞에 '스칸디'가 붙었다. 전통적인 한국 아빠와는 다른 친구같은 아빠 모습에 대한민국에서는 젊은 아빠들 사이 '스칸디대디' 열풍이 불었다.
여기 덴마크에서 온 전형적인 스칸디대디가 있다. 기자, 셰프, 스칸디대디까지 여러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는 마쿠스 번슨이다. 첫째 아들과 쌍둥이 남매를 둔 그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큰 즐거움으로 생각한다. 번슨 씨의 신나고 따뜻한 사계절 육아를 따라가며 스칸디대디의 육아법을 전수받자.
봄
번슨 씨 가족은 봄이 오면 자전거를 꺼낸다. 일종의 봄맞이 행사다. 바퀴에 바람을 넣고 체인에 기름을 칠할 때 아이들에게 자전거 청소를 부탁하자. 자신의 자전거에서 페달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체인을 닦는 과정은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걷기도 좋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며 걸을 때 하는 대화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아이디어를 준다. 몸을 움직이며 두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면 그만큼 많은 생각이 나온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의외로 부모의 고민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여름
북유럽의 부모들은 아이가 최대한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북유럽은 '자유놀이'를 중시한다. 단, 조건이 있다. 놀이 종목, 방법, 준비물 모두 아이에게 맡긴다. 아이가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하기 위해서다. 규칙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부모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의견을 내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아이가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매일같이 밖에 나가던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무언가 필요하다. 요리가 그것이다. 아이들이 요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자. 저녁 식사 시간이 적당하다. 날카로운 도구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꼬치구이에 식재료를 끼우거나 반죽을 젓도록 부탁하면 아이는 신이 나서 동참할 것이다.
또한 실내에서 주변 사물들을 가지고 아이들의 에너지를 소모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에게 인기 높은 놀이로는 ▲ 장애물 코스 만들기 ▲풍선 배구 등이 있다.
▲ 장애물 코스 만들기
집에 있는 갖가지 물체로 장애물을 만들어 밟고 지나가는 놀이다. 아이들이 장애물을 만들 때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고 코스를 통과하며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놀이다. 여기에 과제를 추가하면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한다. 마룻바닥을 화산의 용암이라고 생각하고 바닥을 밟지 않은 채 코스를 통과해야 하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임무가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한다.
▲ 풍선 배구
집에 항상 풍선을 보관하고 있으면 산만한 아이와도 실내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놀이는 풍선이 땅에 닿지 않게 손으로 쳐서 계속 공중에 떠있게 하는 것이다. "이건 보기에는 풍선이지만 실은 폭탄이야. 땅에 떨어지면 '펑'하고 터지지"라며 아이들과 상황극을 연출하면 재밌다.
겨울
북유럽의 겨울은 무척 추워서 마냥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있어 덴마크 출신인 번슨 씨 가족은 12월 한 달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다.
책을 읽어주는 것 또한 겨울의 즐거움 중 하나다. 아이들이 포근한 이불 안에 들어가면 부모가 이불을 마주 덮고 동화책을 소리내 읽어주자. 아이의 어휘력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덴마크 아빠의 사계절을 살펴봤다. 그의 계절에는 '휘게(hygge)'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情)'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문화 언어라 딱 짚어 해석하기는 어려운 단어다. 하지만 분위기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안락한 의자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공유하며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굳이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는다면 ‘힐링’ 정도가 있겠다.
지금이 안성맞춤이다. 오늘, 아이와 휘게하자.
참고 <휘게 육아>(마쿠스 번슨·이정민 지음, 에이엠스토리 amStory)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