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 오른 무술년, 어느덧 새해의 첫 주가 지났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새해에는 달라져 볼까?’라는 마음으로 부모들도 저마다 한가지씩 올해의 다짐을 한다.
되돌아보니 아이를 너무 다그친 것 같아 인색했던 칭찬을 늘려보기로 작정하기도 하고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언제나 재촉만 한 것 같아 인내심을 갖기로 한 찰나, 아이는 이런 부모의 계획을 알아버린 걸까. 부모의 이상적인 꿈을 단 몇 분 만에 현실로 돌아가게 하는 자녀. 잠자는 부모의 코털 대신 심기를 건드린 아이는 응당한 대가를 치루 듯 한차례 부모에게 경고를 받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그렇게 맞이한 새해 첫날은 올해도 격려 대신 고함이 먼저였다. 신년계획이 허무하게 수포로 돌아가 허탈하지만 일희일비하기엔 올 한해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작심삼일이라도 좋으니 신년 초, 부모가 세운 계획은 뭐가 있을까?
◆아이를 열렬히 격려하는 한 해
부모의 신분과 위치와 소득의 정도와 상관없이 부모는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아동과 부모의 관계에서 우위 선점하고 권력을 갖는다. 다시 말해,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있어 영향력 있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비난하거나 혹은 칭찬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달려 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비난받을 행동을 하기 때문에 비난을 하고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해서 칭찬받는 것은 많지 않다.
단지 부모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것에 더 경중을 둘지에 따라 선택될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혼자 옷을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아이가 혼자 옷 입을 때, 어떤 부모는 무관심하게 지나칠 것이고 또 다른 부모는 열렬히 아이를 칭찬하는 부모도 있다. ‘혼자서도 잘 입네. 의젓하구나’ 등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옷 입는 일이 꼭 칭찬받아야 할 문제인가? 크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옷을 입고 행동하는데 굳이 칭찬해주는 이유는 뭘까? 부모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칭찬할 수 있는 순간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아이가 블록을 가지고 조립하지 않고 엉뚱한 놀이를 한다면 ‘너는 블록을 가지고 왜 엉뚱한 놀이만 하니?’채근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을 가지고 이런 놀이를 할 생각도 해냈구나’와 같이 칭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는 아이에게 열렬히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은 어떨까? 1년 동안 부모의 칭찬을 온전히 받은 아이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
아이가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은 선배 육아맘들을 통해 수없이 들어왔고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때마다 아이보다 앞서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아이를 기다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아이에게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모의 시간은 아이의 시간보다 빠르고 급격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이는 물리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하고 이견이 없는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려 형성되는 생활습관과 성격도 부모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다섯 살짜리 아이 보러 키가 이것 밖에 안 컸냐고 다그치거나 체격이 왜 이렇게 작냐고 꾸짖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가지고 논 장난감을 치우지 않아서 혼나거나 똑같은 문제를 열 번 알려줘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내면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 화를 낸다. 화를 내지 않더라도 또래 친구보다 더딘 아이를 보면 조급하고 서두르게 될 터.
신체적 발달과 더불어 인지적 발달도 개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속도가 다르다. 다른 말로 같은 다섯 살이라도 옆집 영희가 이해하는 것과 우리 집 철수가 이해하는 수준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번 알려줘서 단번에 이해하는 아이도 있지만 다섯 번 알려줘야 아는 아이라면 우리는 아이가 다섯 번을 듣고 이해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다려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아이를 기다려주는 만큼 아이는 반드시 스스로 성장한다.
◆이번 만큼은 나를 돌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는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신년 초, 아이를 위한 수많은 계획을 빼곡히 생각해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부모이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되돌아보는 데는 인색했던 것은 아닐까?
올 한해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을 채근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계획에 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에게는 넉넉했어도 자신에게 인색했던 이는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계획한다는 것에 대해 이기적인 행동은 아닐지 걱정과 죄책감에 휩 싸인다. 나만을 위한 시간이 그저 부담스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부모이든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과 물질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이다.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육아맘에게, 시간이 24시간 모자라는 워킹맘에게 허공에 울리는 꽹과리처럼 들리겠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삶 가운데 넣을 때 비로소 나만을 위한 시간이 허락된다.
화장실 5분 다녀오는 것도 힘들다고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예시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만을 위한 샤워시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대 배우자가 물론 알아서 그런 시간을 만들어 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추측하기 어렵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배우자의 협조를 얻어 나를 위한 시간을 올해는 꼭 만들어 보자.
부모가 행복할 때, 아이가 행복하고 부모의 마음이 건강할 때, 아이의 마음이 건강하다. 부모는 반성할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할 자격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