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면서 사라진다는 아기들의 여섯 번째 감각 '등센서'. 엄마의 체감상 오감보다 100배 더 민감해 어서 감각 퇴화가 진행되기만을 바란다는 바로 그 감각이다.
아기가 두 눈 꼭 감고 새근새근 자는 걸 확인한 뒤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는 순간, 실눈을 뜬 채로 엄마의 슬로우 모션을 다 보고 있었는지 등에 폭신한 무언가가 닿자 눈을 번쩍 뜬다. 엄마의 '이거 실화냐'하는 허탈한 눈빛과 아기의 '나 아직 안 잔다. 어서 들어라'라는 승리의 눈빛이 교차한다. 엄마는 다시 아기를 안으며 등센서가 퇴화하는 '그 날'을 꿈꾼다.
그런데 등센서가 오히려 더 발달해 잠을 안 자기로 작정한 아이가 돼버렸다. 직장인도 아니면서 하루 24시간을 27시간처럼 활용하는 아이의 체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이가 자야 엄마도 개인 시간이 생기는데 도통 잠을 안 자니 엄마만의 시간은 꿈도 못 꾼다.
아이도 할 말은 많다. '너무' 즐겁고, '너무' 신나는 이 세상을 다 탐험하려면 시간이 부족한데 엄마는 자꾸만 자라고 성화다. 열심히 자야 키고 크고 건강해 진다고 한다. 나는 그것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재미있는 일을 해야겠는데 말이다.
엄마와 아이의 귀여운 대결은 '겨울이 궁금한 곰'에서 나무 요정 투코니와 곰으로 치환된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에게 겨울의 재미를 알려주며 바람을 넣은 비숑이 유유히 사라지고, 곰은 남들이 다 베개를 짊어지고 자러 가는 가운데 안 자겠다고 버틴다. 어떻게 해서든 곰을 재우려는 투코니들은 따뜻한 베개, 맛있는 간식, 아늑한 야광별을 대령하지만 곰은 꾀를 부리며 침대를 벗어난다. 결국, 마지막으로 겨울잠에 드는 달팽이를 보고 갑자기 잠이 쏟아진 곰은 투코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꿈에서 행복한 봄을 만난다.
하는 짓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곰과 따뜻한 마음으로 곰의 투정을 받아내는 나무 요정 투코니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자기 전에 읽어주면 좋은 이야기다.
POINT
책에 등장하는 나무 요정 투코니는 여러 명이다. 생김새도 모두 다른 투코니의 이름을 지어주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말해보자. 곰을 재우고 난 뒤의 투코니들은 어떤 일을 할지도 아이와 생각해보자.
도서 : 겨울이 궁금한 곰 / 글·그림 옥사나 불라 / 옮김 엄혜숙 / 봄볕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8-01-25 13:39:00
수정 2018-01-25 17:3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