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체증 못지않게 정체된 사회 이동의 길.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든 20~30대의 계층이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두터워지는 유리천장을 실감케 한다.
2016년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소득 하위 10% 가구의 교육비 지출에 10배, 사교육비 지출은 13배의 차이를 보였다. 소득의 격차는 교육비 지출의 격차로, 교육비 지출의 격차는 교육기회의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소득 200만원 이하 가구보다 500만원 이상 가구 자녀들의 대학 진학률이 두 배에 이른다는 보고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 사회조사 결과'에 비추어 봤을 때,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국민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본인과 자식세대가 일생동안 노력하더라도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과반수 이상이 부정적 응답을 보였고, 특히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이동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회의적이라 답했다. 부모의 경제적 소득의 우위가 곧 자녀의 인적 자본 우위가 되는 시대의 도래를 어쩌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계층 이동 사다리는 점점 무너지고 ‘바뀔 수 있는 여지’와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대한민국에서 ‘기대할 수 없는 오늘’을 살며 자녀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부모'의 상실감은 오늘도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
변할 거라는 희망 없이 변화는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어도르 멜피 감독의 영화 ‘히든 피겨스’는 유색인종 차별이 엄격했던 1960년대, 남성적 조직인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당당히 머큐리 계획에 참여한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수의 백인 남성들이 주도하던 인종차별적인 미국사회에서 흑인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는 예외 없이 그녀들을 때때마다 가로 막아선다.
천재 중의 천재들이 모여 있는 NASA에서도 풀지 못한 미제의 수학 공식을 거뜬히 풀어내도 보고서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할 수 없고, 밤낮으로 일하고 맡은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더라도 주임을 달 수 없는 만년 보조 계산원일 수밖에 없으며, 충분한 역량과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어도 엔지니어에 도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차별 속,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의 숨은 공신이 나올 거라 누가 기대할 수 있었을까.
역사의 장본인이었던 그녀들조차 더 나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 분명한 것은 마주한 상실감과 좌절 가운데 머무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기회도 허락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칠판 꼭대기부터 수학 공식을 써 내려가고, IBM도입으로 전산원들의 업무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언어인 포트란을 공부를 했으며, 백인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전례 없는 소송을 내고 판사를 설득하며 만들어낸 '내일'.
자녀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지 못 하는 부모가 거침돌이 아니라,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로막는 '체념'은 아니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난의 대물림’처럼 되풀이되는 불평등의 꽤 오랜 역사만큼 불가능을 가능케한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시대가 잃어버린 소망 앞에, ‘희망’을 도전한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