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가 다니던 학교 호그와트에서 교과서로 채택한 '신비한 동물사전'. 당시 해리포터에 열광하던 아이들은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 발을 동동 굴렀지. 카알 다윙 씨가 정기 구독하는 '월간 동물 신화'도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 하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내용이 있어. 이건 실존하기 때문에 책이 없어서 못 읽는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돼.
'없는 발견'은 제목이 아이러니하다. 발견의 사전적 의미는 '미처 찾아내지 못했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이다. 이미 존재하지만 묻혀 있어 누군가 양지로 꺼내주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발견 앞에 '없는'이 붙는다. 존재를 전제로 한 상태여야 '발견'이라는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없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편견'이라고 말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없는 (하지만 상상력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발견'이 된다.
주인공 카알 다윙은 많은 이의 얼굴을 갖고 있다. 몽글몽글 솜뭉치 같은 수염이 아이에게는 산타클로스를, 부모에게는 찰스 다윈을 연상시킨다. 아이에게 즐거움이라는 선물을 주고, 부모에게는 깨달음을 주니 어느 쪽을 생각해도 무방하다.
구독지를 우편함에서 꺼내 집으로 돌아가던 다윙 씨는 문득 바닥에 찍힌 발자국이 자신 외에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상상을 시작한다. 발자국이 하나였을 때, 한쪽 다리를 다친 사람 혹은 꼬리로 폴짝 뛰는 뱀, 몽유병에 걸린 반려조(鳥) 앵무새 캐롯을 떠올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발상이다.
이후 계속해서 발자국이 나타날수록 창의력은 깊이를 더한다. 마침내 발자국이 10개까지 늘어난 시점에서는 눈 위를 내달리는 불가사리 두 마리, 발이 열 개인 외계인, 강도 다섯 명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결국 자기 생각에 스스로 무서워진 다윙 씨는 집으로 뛰어들어가 가장 안전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다. 더 많은 상상력에 압도당한 다윙 씨의 귀여운 행동과 달리 아이는 이런 생각을 해내는 그를 기발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은 독일 뮌헨 국제청소년 도서관에서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화이트레이븐' 2016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화이트레이븐'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매년 언어학자와 문헌 전문가들이 모여 전 세계에 출간된 1만여 권가량의 책 가운데 혁신적인 예술성 및 뛰어난 문학성을 고려해 200여 권을 선정, 목록을 작성한다. 이 목록에 들어간 도서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을 비롯해 최대 규모의 국제 도서전에서 전시할 수 있다.
POINT
책에 등장하는 다윙 씨와 똑같은 놀이를 해본다. 숫자를 1부터 시작해서 이 세상에 하나인 것을 짚어본다. 아이가 알고 있는 숫자까지 이 놀이를 계속한다. 그리고 어떤 숫자의 인기가 가장 많은지 확인한다.
도서 : 없는 발견 / 글·그림 마르틴쉬 주티스 / 옮김 엄혜숙 / 봄볕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8-02-22 15:27:33
수정 2018-02-22 15:2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