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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북]집안일에 파묻힌 엄마 위한-'돼지책'

입력 2018-03-05 18:28:19 수정 2018-03-05 18: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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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부터 구경하자.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아들인 것 같은 2명의 남자 아이를 업고 있어. 여자 혼자서 남자 셋을 짊어지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표정이야. 무언가 힘들어 보이는 무표정의 엄마, 반면에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아빠와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짓는 아이들까지 엄마 이외에는 다들 즐거운 모양이네. 그러다보니 엄마의 표정에서 더 많은 사연이 보여. 이 집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돼지책'은 제목만 봤을 때는 돼지가 등장하는 이솝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돼지는 후반부에 나온다. 엄마의 얼굴도 초반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빠와 아들 2명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빠는 '아주 중요한' 회사에, 아이들은 '아주 중요한' 학교에 가느라 바쁘다. 그들을 챙기는 엄마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지만 크게 조명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동화는 가사 노동에 치여 사는 엄마가 주제다. 주인공임에도 주변 인물로 밀려나는 이유는 집안일이라는 중요한 일이 정작 가족들에게 중요하지 않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집안일이 원래부터 '엄마일'은 아니었다. 함께 사는 '모두의 일'이어야 정상이지만 엄마의 희생이 길어지면서 엄마가 청소와 요리, 빨래를 하는 게 당연해졌다. 문제는 엄마가 집을 비우면서 드러난다. 엄마가 없는 동안 집안은 돼지우리가 된다. 돼지우리에서 사는 아빠와 아들 둘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더러워진 옷을 계속 입으며, 조리 과정 없이 음식을 먹거 끼니를 때우는 등 동물, 돼지에 가까운 모습이다.

돼지 아빠와 아들들로 인해 집이 풍비박산이 나기 직전, 다행히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고 가정은 다시 안정을 찾는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온 가족이 집안일을 나눠서 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혹은 여자가 해야 할 일로 각각 정의되던 일을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함께 나눠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엄마의 가출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장치를 해야 행동이 개선될 정도로 가볍게 고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작가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아동극 공연도 진행되고 있어 책과 연계해 미디어 활동을 할 수도 있다.

POINT
아이가 자신의 고정관념을 직시할 수 있도록 아이가 생각하는 아빠와 엄마의 일을 각각 나눠서 작성해 본다. 그리고 그 일을 정말로 아빠 혹은 엄마만 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아빠의 일은 엄마가, 엄마의 일은 아빠가 할 수 있다는 점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질문이다.

도서 : 돼지책 /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 옮김 허은미 / 웅진주니어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입력 2018-03-05 18:28:19 수정 2018-03-05 18:28:19

#돼지책 , #웅진주니어 , #앤서니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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