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몸을 가눌 수 없이 피로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새 온몸에 수포가 올라왔다.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정말이지 체력으로 세월을 절감한다.
내 몸 하나 돌보기도 이토록 힘이 들건만 퇴근 후, 부랴부랴 아이 돌보러 가는 선배를 보니 새삼 부모는 대단하다 싶다. 어떤 저질 체력도 부모가 되는 순간, 없던 힘도 생기는 걸까. 결혼 전에는 못다 잔 잠을 몰아 잤다던 주말을 그 어떤 날보다도 아이와 가장 전투적으로 보낸다는 선배에 말에 나도 모르게 존경의 눈빛을 발사하게 된다. 모쪼록 '아이 키우려면 체력이 필수인 것 같다'며 미리 체력을 길러 나야겠다는 지키지도 못 할 다짐을 또 해본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얼마쯤 될까?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OECD 아동복지지표를 통해 본 아동의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1일 평균 50분으로 OECD 평균2시간 30여분에 못미친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호주랑은 네 배 차이다.
연중무휴, 부모의 빼곡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언제 부족한 시간. 부모 개인의 노력에 탓일까? 꼬박 10시간을 일하고 덤으로 야근까지 주어진다면 팔방미인인 부모도 절대적 시간 앞에 어쩔 도리가 없다. 일과 가정이 잘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기반이 필요하다.
유아기 자녀는 부모 뿐 아니라 정부, 기업 등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인식의 확대로 정부와 대기업은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고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 마련을 위해 나섰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제와 유연근무제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디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이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유연근무제 도입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큰 것.
지난 4월 발표된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독일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왜 활성화되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한국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21.9%로 미국 시차출퇴근제(81.0%)와 유럽 근로시간단축제(69.0%), 일본의 탄력 근로시간제(52.8%)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더욱이 근로시간 단축이나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근로시간과 장소 가운데 하나라도 자유롭게 선택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한 유연근무제 도입 중소기업은 17.5∼26.2%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100∼299인 사업장 도입률이 26.2%였고, 30∼99인 22.7%, 10∼29인 18.5%, 5∼9인 17.5%로 규모가 작을수록 도입률이 낮아지는 상황.
부모는 또 한 번 상대적 박탈감에 눈물 짓는다.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세상'이 누군가에게만 해당되는 특권이 되지 않길, 모든 부모의 열심이 헛되지 않길. 오늘도 일에 치여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부모가 있다면 세월이 지나도 영원한 명작 <굿 윌 헌팅>(1997)의 명대사를 건네주고 싶다."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니야!)"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