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평구에 거주하는 엄마 김모씨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캄캄하다. 밤새도록 고열에 시달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니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이가 당장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남편은 장기 해외 출장 중인데다, 설상가상으로 김 씨는 다음날 중요한 업무 미팅이 있어 연가를 내기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것. 다행히 잠시 서울에 올라온 시어머니에게 부탁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김씨처럼 자녀가 병원에 입원해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상황이 빚어진다면 '병원아동돌봄서비스'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 아동을 안전하게 돌봐주는 복지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연령'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의 몸집이 크다 보니 맹점도 존재한다.
일례로 아이가 입원했을 경우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아이돌보미가 집으로 방문해 아이를 보육하는 시스템으로 병원에는 이들을 투입하지 않는다.
이에 관한 대응책으로 여가부는 질병감염아동 특별지원서비스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지만 아픈 아이를 돌본다는 개념보다는 유행성 질병에 감염된 시설로부터 아이를 격리 조치한다는 의도가 크기 때문에 입원 아동은 해당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장소는 가정에 국한한다.
정책의 방향성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기존 아이돌봄서비스가 놓친 허점을 보완, 보육 정책을 시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 2016년 병원아동돌봄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했다. 신도시로서 젊은 부부층이 두터운 수완지구가 광산구에 있다는 입지적 조건이 정책 수립에 영향을 줬다.
병원아동돌봄서비스는 병원아동보호사가 병원에 입원한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맞벌이 부모의 근로유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 서비스는 신생아부터 만13세까지 아동 한 명당 1년에 40시간 한도 내에서 분할해 신청할 수 있다. 파견된 병원아동보호사는 입원한 아동의 ▲진료실 이동 ▲식사 ▲복약 ▲정서교감 및 놀이지원을 돕는다.
병원아동보호사는 광주여대 교수진이 개발한 '아동병원 전문케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본 교육 20시간, 전문교육 60시간, 보수교육 12시간 총 92시간의 교육을 23회에 걸쳐 받는다. 여기에 실습 40시간도 별도 이수해야 보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아이를 간병해야 하기 때문에 실습 시 ▲아동 활력징후 확인 ▲영양간호 ▲복약법 지도 ▲열체크 ▲호흡기 분무요법 ▲구강간호 ▲감염관리 ▲정맥주사 유지와 피부간호 ▲배설간호 ▲보호자 인수인계까지 간병인이 숙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을 모두 학습한다.
또한 ▲그림책 화술론 ▲아동복지론 ▲영아기 및 유아기 아동 간병돌봄서비스의 이해 등 서비스 대상자인 아동을 이해하기 위한 수업도 진행된다.
이용금액은 소득순위에 따라 광산구가 시간당 6000~1만800원까지 지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나머지 본인부담금만 납부하면 되는데 대략 1200~6000원 사이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최소단가인 시간당 7800원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부모와 아픈 아이에게 최대 편의를 제공하는 특화된 서비스인 점을 생각하면 감수할만한 금액이다.
문정희 광산구청 아동복지과 팀장은 <키즈맘>과의 통화에서 "병원아동돌봄서비스는 아이돌봄서비스가 미처 챙기지 못한 입원 아동을 돌보는 보육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문 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해당 사업 서비스 만족도 결과를 언급하며 "설문 조사를 해보니 서비스 이용자 중 응답한 173명 가운데 161명이 '타인에게 이 정책을 소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면서 "구에서는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개선점으로는 '서비스 제공시간을 늘려달라'는 의견이 많아 이용 시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