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집회 현장.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 23만명 이상이 동참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낙태죄 폐지' 논란은 이후 정부가 "임신중절(낙태)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금 재점화됐다.
여론이 분분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낙태죄 조항에 대해 4:4로 합헌 결정을 내린 지 6년 만이다. 헌재는 의사 A씨가 낙태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현재의 형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계는 7월 첫째 주를 ‘낙태죄 폐지 집중 행동 주간’으로 정하고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청소년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과 남성이 참여했고 임산부, 가족, 장애인과 외국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경찰 추산 약 1500명의 시위참가자는 이날 한목소리로 "여성도 사람이다! 기본권을 보장하라!", "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재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재를 향해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낙태죄 폐지' 관련 국민청원 답변 동영상 캡쳐
앞서 지난 5월 24일 치러진 '낙태죄' 합헌에 대한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현행법은 여성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으로, 불가피한 임신이 발생할 수 있으나 낙태죄는 여성의 임신·출산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과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제269조1항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낙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의낙태죄'인 제270조1항은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역시 지난 헌법소원의 첫 공개변론을 앞두고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헌재에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물론 주무 부처인 법무부를 비롯해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 등은 최근까지도 현행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으로, 낙태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앞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또 낙태반대운동연합,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 7개 시민·종교단체가 공동 집회를 열었으며, 생명윤리학계 등 대학교수 96명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과 탄원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인을 대상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서명지와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한 가톨릭교회는 "생명 경시 풍조를 키우며 임산부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 생명권을 우선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현행 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태조사와 비혼모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행방안을 약속했지만 지난 3월 유엔 인권위원회가 지적한 낙태죄 폐지 권고에는 사회적 논란과 합의를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재의 재판관 4명이오는 9월 퇴임하는 만큼 빠른 심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헌재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새봄 키즈맘 기자 newspring@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