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우현이가 유당불내증이었어요. 일반적인 소화 대사가 어려워지며 패혈증까지 와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죠. 이 일로 또래보다 성장이 느리더군요. 급성장하는 시기에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한 탓인 것 같았어요. 모든 부모가 그렇지만 저도 아이 키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김기영 펀키 대표는 두 아들(지우·우현)의 키가 재미있는(펀,Fun) 과정을 통해 컸으면 하는 바람에서 '펀키'를 설립했고, 빅구라는 어린이 헬스케어 종합 서비스를 개발했다.
김기영 대표는 사업 구상에 있어 아이들이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부터 파고들었다. "아이는 시각 반응이 가장 빨라요. 스마트폰 중독도 시각 자극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거든요. 또한 빨리 흥미를 느끼는 만큼 싫증도 금방 내고요. 그러니 아이가 몇 가지 단순한 동작을 반복해서 운동하기란 쉽지 않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운동생리학 전공에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10년 넘게 일한 제 경력과 요즘 아이들 교육에 많이 활용되는 사물인터넷(loT) 개념을 접목하니 제가 구상하던 게 윤곽을 드러내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과 게임을 운동 위에 덧씌운다는 발상이었다.
빅구를 개발한 후, 김 대표는 지난해 경북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와 협업해 초등학생 11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칼로리 소비량을 분석하니 평균 9~11kcal를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고강도 운동에 속하는 줄넘기가 12kcal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재미 외에 또 다른 '빅구 효과'로 실내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점과 비용 절감을 언급했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에만 있어야 할 경우도 빅구가 있다면 제약 없이 운동할 수 있다. 운동 학원에 보내는 비용이 부담되는 가정에도 빅구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빅구의 첫 고객은 김 대표의 두 아이였다.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과 미션 완수 시 보상으로 별을 받아 레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게임과 똑같아 둘 다 빅구에 흠뻑 빠져들었다.
"3D 캐릭터의 동작을 따라하며 잘못된 자세를 교정할 수 있어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하면 할수록 레벨이 올라가 주변 친구들과 자율 경쟁도 가능하다는 점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자평한 김 대표는 부모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자체 개발한 총 27가지 동작에 '베이직 프로그램', 'BMI 프로그램', '퍼스널 트레이닝 프로그램' 세 가지 시스템을 얹어 잘 짜인 헬스 트레이닝 못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는 빅구를 활용한 장기 입원 환아의 운동 치료를 추진 중이다. 오랜 병석 생활로 체력이 저하된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치의가 운동하는 아이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다.
빅구는 성조숙증으로 이어지는 소아비만에도 특효약이다. 다만 김 대표는 여기에 한 가지 전제를 추가했다. "아이가 건강한 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할 때는 반드시 가족 모두가 동참해야 해요. 부모는 운동하기 싫어하고 야식으로 치킨을 시키면서 아이에게 꾸준한 운동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강요하면 아이가 반감을 갖는 건 당연합니다"라고 말한 김기영 대표.
김기영 펀키 대표
이어서 "저희 집은 아이들과 제 식단이 같아요. 이때 고구마나 호박을 같이 섭취하면 좋은데 팁을 하나 드리자면 저는 단호박의 속을 다 파내고 쪄서 빈 공간에 밥을 담아 '단호박 밥그릇'을 만들어요. 한 번 시도 해보세요"라고 귀뜸했다.
운동이 일상인 김 대표는 집에서 팔굽혀펴기를 즐겨한다. "제가 운동할 때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제 등을 타고 기어 올라와 놀곤 했어요. 경험자로서 저는 아빠들의 홈트(홈트레이닝)로 팔굽혀펴기를 추천합니다. 사회생활로 배가 많이 나올텐데 여기에 팔굽혀펴기만한 게 없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운동하는 아빠 위로 올라와 껴안으면서 애착 형성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허리에 부담이 느껴진다면 양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면 됩니다. 가슴이 바닥에 스친다는 느낌으로 동작을 하면 정확합니다. 자켓을 벗을 때 가슴을 연다는 느낌을 가져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의 숨은 키를 늘리는 운동도 제안했다. "간단하게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소개할게요. 먼저 발가락 끝을 펴서 천장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엉덩이로 이름 쓰기처럼 발끝으로 글씨를 쓰는 겁니다. 이 동작은 고관절에 자극을 줘서 성장판을 활성화하죠"
여기에 빅구를 더한다면? 아빠 김기영 대표가 자신 있게 엄지를 척 내민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