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협회가 임신중절 수술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대한산부인과협회가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낙태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함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형법 제270조를 위반하여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내용의 ‘의료 관계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표·시행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고 처벌의 의지를 명문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OECD 30개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모체 보호법에서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한산부인과협회 성명서 전문
위 개정안의 근거가 되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전학적 장애가 있거나 풍진처럼 임신 중기 이후에는 태아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는 반면에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의학적 견지에 맞지 않는 모순이며 해당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 미비이다.
사실상 수많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임신중절 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하여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의사회는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관련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현실과 괴리가 있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입법 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
산부인과병의원의 폐원이 개원보다 많은 저 출산의 가혹한 현실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을 받을 이유는 없다. 입법 미비 법안을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하여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비도덕한 의사로 낙인찍혀가면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도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산부인과 의사는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복지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혀두는 바이다.
김지현 키즈맘 기자 jih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