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발표된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1.05명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0명대로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깔리면서 사상 최악의 저출산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키즈맘>은 육아박람회 일명 '베이비페어'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해마다 출산율이 최저점을 찍고 있지만 육아박람회(베이비페어) 횟수는 점점 증가 추세다. 자녀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 혹은 에잇포켓(아이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조부모, 부모, 이모, 삼촌을 일컫는 말) 등이 육아 신조어로 등장할 만큼 객단가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곤두박질 치는 형국에서도 베이비페어가 우후죽순 생기는 까닭은 우선 아이를 위해 선뜻 거금을 지불하는 구매층이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백화점이 200여 개 브랜드를 갖춘 대형 온라인 키즈 전문관을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베이비페어 관계자들의 낯빛은 어둡다. 더 많은 육아박람회가 개최될수록 육아 용품 시장의 규모가 발전한다는 낙관론이 아닌 치킨게임이 본격화된다는 관측에서다.
대형 맘카페 커뮤니티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6~12월)에 열리는 베이비페어는 ▲서울 및 경기권 17개 ▲강원권 1개 ▲충청권 4개 ▲전라권 3개 ▲경상권 11개 ▲제주권 1개 등 총 37개다. 이는 중·대형급 베이비페어들로 소규모 전시는 제외됐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자본을 동원해 마지막까지 버티는지가 관건인 승자 없는 주최사 싸움에 관람객과 참가 업체들은 피로도만 높아질 뿐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요컨대 육아 용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구매하고자 시간을 할애해 박람회장을 찾았지만 실망하고 돌아서는 관람객들의 볼멘소리도 이를 방증한다. 규모가 작은 탓에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비교해 구매할 수 있다는 베이비페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것.
일부 누리꾼들의 베이비페어 관람 후기를 보면 "주말에 시간을 내서 베이비페어를 다녀왔는데 헛걸음했다", "브랜드가 몇 개 없어 가격을 비교하기가 애매했다" 등의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애꿎은 피해를 보는 건 참가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정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으며 일부 판매로까지 이어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에 참가 등록을 하지만 결과는 운에 맡겨야 할 정도다. 관련 전시가 전국에서 많게는 3~4개까지 같은 주에 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심사를 통한 일정한 기준의 베이비페어 분류 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관람객과 업체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나름대로의 좌표를 설정하는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개최지의 규모와 접근성이며 그 다음으로 입점 브랜드 숫자다.
업계 담당자는 "해당 주관사가 베이비페어를 몇 번째 개최하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러 번 개최한 곳이면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해 개최 및 운영 노하우도 축적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귀띔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