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 명절을 맞은 A씨는 시외할머니 댁에서 하루 자고 가라는 시어머니의 요구에 당황했다.
이미 명절 전날 시댁에서 하룻밤을 잤을 뿐만 아니라 제사를 지내고 친정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시외할머니가 손주며느리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시겠니"라면서 시외가 댁에서의 하룻밤도 은근히 강권한 것.
결국 A씨는 시외가에 들른 후 친정에 가기로 했지만 남편의 이모와 외삼촌 등 일가친척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밤늦게까지 눌러 앉아 있어야 했다.
다음 명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A씨의 남편이 외할머니께 효도하자며 시외가에도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 것. A씨는 평소 명절이 아니면 외할머니를 따로 찾아뵙지 않는 남편이 자신을 앞세우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A씨는 차례를 지낸 후 설거지를 한 뒤 곧바로 친정에 가겠다고 선을 긋는 수밖에 없었다.
명절이면 큰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B씨도 시댁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차례를 지낼 음식을 장만하러 큰집에 갈 때면 어느 순간부터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B씨만 보내기 시작한 까닭이다.
다른 집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큰집 행사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B씨는 왜 본인만 혼자 참석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B씨의 남편도 이 점을 부당하다고 느껴 어머니에게 말했으나 "조상을 모시러 큰집에 가야 하는 게 도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이어 시어머니는 B씨의 남편에게 "그럼 부모가 죽으면 그때는 (큰집에) 가지 않아도 좋다"고 덧붙여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단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이혼 신청 건수는 전월 대비 연휴 다음달에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14.7%, 2015년 39.5%, 2016년과 지난해의 경우 각각 28%와 13.9% 가량 이혼 소송이 늘었다.
시댁과 친정 중 어디를 먼저 가는지의 문제부터 음식 장만, 친척 모임 등 다툼으로 이어질 장애물들이 많은 탓이다.
A와 B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시댁에 미운털 박히고 싶지 않다고 남편 따라 다니지 말고 가기 싫으면 가기 싫다고 말하자", "결혼하고도 명절에 각자 집에 가면 싸울 일도, 이혼율도 확 떨어진다", "시가의 악역은 남편이, 처가의 악역은 부인이 하는 게 기본", "나도 시댁 갈 때는 강한 정신을 탑재하고 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