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이 기간 각종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일종의 후유증인 이른바 '명절증후군'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누구나 겪는 명절증후군이라지만 스치듯 가볍게 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묵직하게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당신은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403명 가운데 기혼여성의 81.1%, 기혼남성의 74.1%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통계상으로는 남녀 모두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셈이다. 그러나 아내 혹은 며느리의 명절 스트레스에는 남편과 시부모처럼 가까운 존재가 큰 영향을 끼친다.
추석을 맞아 시댁에 갔던 A씨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외식을 하던 중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남편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80대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A씨의 시어머니는 누군가 옆에서 부축하는 것을 싫어해 그날도 옆에서 걷는 것을 도우려는 A씨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시어머니보다 앞서 걷자 A씨의 남편은 "어머니를 모시고 와야지. 기본이 안 되어 있다"면서 핀잔을 줬다.
A씨는 남편 본인도 어머니를 부축하지 않고 앞장서 걸어가던 중이었는데 자신에게 사람의 기본을 운운하는 남편의 반응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편에게 A씨는 "어머님이 먼저 가라고 했다. (어머님은) 평소에도 옆에서 부축하는 거 싫어하신다. 그리고 당신이 가서 모시고 오면 되지 왜 나한테 기본 운운하냐"고 운을 뗀 뒤 식사도 거르며 기분이 상했음을 표현했지만 남편은 A씨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남편의 반응에 서운했던 A씨는 당일 시어머니와 함께 잤고, 다음 날 몸살 기운이 있는 상태에서도 시어머니의 아침을 차리는 등 정성을 다했지만 끝내 남편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
이와 달리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는 경우도 있다.
결혼하고 첫 추석을 맞은 B씨는 93세인 시할머니의 발언에 통쾌한 반전을 느꼈다. 자식과 손주 부부들을 모아 놓고 덕담을 하던 시할머니는 초반에 "아내는 남편을 굶기면 안된다"고 말해 가시밭길 시집살이를 예고하는 듯했으나 이어진 다음 이야기가 대반전이었다.
시할머니가 "남편은 곳간 열쇠를 아내에게 맡기고, 아내를 노엽게 하면 안 되며 술에 취하거나 외도하면 안 된다"면서 "남자여자 역할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서로 외조와 내조를 해야 한다"고 남자들에게 신신당부한 것.
또한 음식 장만과 설거지는 여자들이 하지만 재료를 다듬고 밑손질을 한 뒤 상을 차리고 치우는 등의 잔심부름은 남자들이 도맡아 해서 B씨는 오히려 추석이 편하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추석 당일 아침 식사 설거지를 끝내자마자 바로 친정으로 보내는 시댁 어른들에게 반했다는 B씨는 행복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네티즌들은 A씨의 사연에 "진짜 기본이 안 된 게 어떤 건지 보여줬어야 했다", "대리 효도하는 건 기본이 안됐다는 의미"라며 함께 분노했고, B씨의 글에는 "내가 감히 이야기 하는데 글쓴이네 시댁은 양반집이 맞다", "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왔으면 좋겠다" 등 따뜻한 목소리를 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