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임신중절(낙태) 건수가 한 해 5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여성 4명 중 3명은 낙태를 처벌하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0%였다.
조사결과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1만명 중 총 756명(7.6%)으로, 이들의 낙태 횟수는 평균 1.43회였다. 조사 대상 중 성 경험이 있는 여성(7320명)만 보면 낙태경험률은 10.3%다.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범위를 더 좁혀보면 낙태경험률은 19.9%에 달한다.
임신경험이 있으나 낙태를 한 적이 없는 여성 중 임신기간 동안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한 비율은 10.1%(383명)였다. 결과적으로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 10명 중 3명은 낙태를 고려했고 이중 2명은 실제로 낙태를 경험했다는 얘기다.
낙태를 하게 된 주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33.4%로 가장 많았다.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각각 32.9%, 31.2%였다.
낙태문제와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1순위 정책으로는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이 꼽혔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 중에는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6.2%)을 1순위로 꼽았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도 전체의 75.4%에 달했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의 7명 이상이 낙태죄 폐지 또는 개정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인공임신중절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기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62.5%, 복수응답)이라는 답이 많았다.
연구팀은 "낙태율이 대폭 감소해왔지만 임신 경험자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했을 만큼 많은 여성이 ‘위기 임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성교육 및 피임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 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