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서명을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김씨는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수속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이 없어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오더라도 즉시 치료할 수 없다며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다.
병원은 김씨 보호자인 그의 모친에게 각서 작성을 요청하였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15세인 딸에게 연락해 서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병원 측이 미성년자인 딸에게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서명을 강요해 딸이 날인하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진정에 대해 행복추구권 침해 및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김씨가 자해 위험이 있어 병원에 응급 입원한 것이지만 의사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생명 연장 포기 동의서를 법적 대리인도 아닌 미성년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은 헌법서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병원은 입원 중인 환자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미성년 자녀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각서를 요구했다"며 김씨와 미성년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