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A씨는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며 공감했다.
영화 속 주인공 '김지영'이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산책을 하던 중, 인근 사무실에서 나오는 직장인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30대인 A씨는 출산 후 오랜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뒀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경단녀’를 선택한 A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소할 때 쯤 다시 일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계속 직장생활을 해왔던 A씨는 전업 주부 생활에 대해 “처음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남는 시간에 쉴 수 있어 좋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안일을 해도 티도 안 나고,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나도 일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A씨는 “내가 이러려고 대학가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나 싶어 자존감도 낮아졌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닿아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아이가 태어난 후 몇 년을 ‘전업맘’으로 살다가, ‘워킹맘’으로 사는 A씨를 보며 남편은 “당신이 행복해 보인다”라고 했다.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내년에 승진도 하기 때문에 당장 돈이 급한 건 아니었지만, A씨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다. 문제는, 아직은 어린 아이가 계속 눈에 밟힌다는 것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휴가를 내고 이른 시간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니, 아이가 너무 좋아하면서 울었다” 라면서 “내내 마음이 안 좋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내가 아이의 어린 시절에 상처를 주나 싶다”라고 토로했다.
양가 부모님들도 A씨가 직장에 돌아가기 보다는 양육에 전념하길 바랬다. 친정 부모님은 “엄마는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봐야한다”고 주장했고, 시부모님은 “너 정도 스펙이면 언제든지 다시 일할 수 있으니 일단 아이를 키우고 나중에 일하라”고 했다.
A씨는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게 맞을지, 아이를 돌보는 게 맞을지 고민된다. 어떤 판단이 옳고 후회가 되는 것이냐”라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고민 상담 글을 올렸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육아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의견을 남긴 한 네티즌은 “전문가들은 양보다는 질을 더 강조합니다. 하루 종일 (애를) 끼고 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함께 있는 동안은 애한테만 집중하면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저는 학교 교사인데, 부모가 전업이라고 애들이 밝고 맞벌이라고 인성 나쁜 거 아닙니다. 함께 있을 때 부모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다르게 큽니다" 라며 ‘제대로 된 육아=종일 아이 곁에 있어주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반면, “맞벌이 부모의 부재로 어린 시절 관심과 보살핌이 부족해 성인이 된 현재 애정결핍과 불안 장애가 생겼습니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은 육아가 양보다 질이라고 하는데, 질이 아니라 양도 중요합니다. 그냥 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엄마는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늘 후회를 하게 됩니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 밖에 네티즌들은 “이런 고민은 왜 엄마만 해야 하나요?”,“미래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잘 컸으면 계속 일 할 걸 하고 후회를 하고 애가 비행청소년으로 자라면 일 그만두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할겁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회조사 결과'에서 국민 절반(50.6%)은 여성 취업의 장애 요인으로 ‘육아 부담’을 지목했다. 특히 육아부담에 대한 비중은 2년 전보다 4.7%p 증가해,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의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입력 2019-11-25 17:58:07
수정 2019-11-25 17:5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