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놀다 보면 무언가 서로 생각이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한 느낌이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달 18일 미국 명문대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팀이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놀이를 함께하는 어른과 영아 사이에서는 두뇌 활동이 동기(同期)화되는 현상이 관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과거 연구들을 통해 어른들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상호간 두뇌 활동이 일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경학적 동기화'가 영유아 시절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연구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이 특히 고심한 부분은 실시간으로 아기와 성인의 두뇌 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과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유사 연구에서는 대부분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fMRI) 장치를 이용, 피실험자들을 장치 안에 가만히 누운 채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게 한 뒤 두뇌 활동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아동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두뇌 활동을 관찰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혈중 산소농도를 기록해 두뇌 활동을 파악하는 '기능적 근적외 분광법'(fNIRS)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fNIRS 측정용 캡을 통해 9~15개월 영아 1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험은 두 가지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첫 단계에서는 어른 실험자가 한 명의 아동과 5분 동안 장난감 가져놀기, 동요 부르기, 책 읽기 등 활동을 함께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지 않은 채 다른 어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이는 어른들과 상관 없이 혼자 놀았다.
fNIRS 캡을 통해 연구팀은 우리 두뇌의 여러 영역 중 예측, 언어처리, 타인의 시점 이해 등에 사용되는 57개 영역의 데이터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이의 두뇌에서 '높은 수준의 주변세계 이해력'에 관여하는 영역들이 어른의 동일 부위와 함께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피실험자인 어른이 아이를 쳐다보지 않고 다른 어른과 이야기를 할 때는 아이와 어른 피실험자 사이의 두뇌 동기화 현상이 사라졌다.
이는 연구팀의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그러나 놀랄 만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동기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부위 중 하나는 두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이었는데, 전두엽은 학습, 계획수립, 집행기능을 관장하는 영역으로서, 영아 단계에서는 거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동기화가 일어나는 원인에 있어서 연구팀은 "어른과 아이가 소통하면서 일종의 되먹임 순환(feedback loop)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어른의 두뇌는 아이가 언제 웃을지를 예측하고, 아이의 두뇌는 그 어른이 언제쯤 자신에게 말을 걸지 예측하는 등 상대의 다음 행동을 계속 예측하려는 현상이 동기화를 이루었다는 것. 연구팀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놀면, 각자의 두뇌가 역동적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고 정리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시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뇌신경학계에 적용되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아 등 특수한 조건에 놓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법 개선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러한 '두뇌 동기화'가 취학 전 아동의 언어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