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의 구성 비율이 개인의 심리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기존에 종종 발표되어 왔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장내세균 조절을 통해 아동의 행동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미생물학과 조교수인 토마스 샤프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5~7세 아동의 미생물유전체(microbiome)을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아동의 장에서 발견되는 특정 종류의 미생물들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냈다. 미생물유전체란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 말이다.
샤프턴 박사는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아동 장내 미생물유전체 구성을 아동의 외현적 행동, 공포심, 인지발달 등 행동과 연관시켜왔다"며 "그러나 이를 제외한 기타 형태의 행동조절 장애들과의 연관성이나 정신질환 발생, 문제행동 등과 연결지을 수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를 위해 박사는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5~7세 아동 40명의 대변 표본을 수집해 각자의 장내 세균 구성을 조사했다. 그리고 각 아동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아동들의 행동 및 보호자와의 관계에 대해 알아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아동이 처한 사회경제적 위험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장내 세균의 구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충동 및 우울감의 억제능력 등 행동조절에 관련하여 문제가 있는 아동들 또한 장내 세균의 구성이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선 박테리아의 일종인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Bacteroides fragilis)가 아동의 사회경제적 위험성 및 행동조절장애와 연관이 있다고 봤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는 아동의 공격성, 불안, 감정반응, 충동성, 그리고 외현적 문제행동(externalizing behavior) 등이 낮게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이 있었으며 억제력(inhibitory control)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과 연관돼 있었다. 그리고 높은 억제력(inhibitory control)과도 관련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가정불화 사건 발생률이 낮은 아동들에게서도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가 발견됐다.
한편 아동 행동과 부정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박테리아들도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프로코커스(Coprococcus) 박테리아가 많은 아동들은 공격적 성향이 더 많았고, 에우박테리움 렉탈레(Eubacterium rectale)가 많을 경우 통제력이 낮아졌다.
샤프턴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아동의 장내 미생물유전체를 수정, 조종, 관리함으로써 아동 행동발달을 관리 및 통제하는 방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더 많은 아동들을 모집해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아동들을 몇 년 더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